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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자구노력 미흡"…채권단 '밑 빠진 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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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자구노력 미흡"…채권단 '밑 빠진 독' 우려

채권단 추가지원 불가 만장일치 결정…업황 장기침체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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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김은성 기자] 한진해운 채권단이 30일 한진해운에 대한 경영정상화 절차(자율협약) 지속을 만장일치로 중단키로 한 것은 한진그룹이 제시한 자금 조달방안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진의 자구노력이 부족한 가운데 지원을 해도 업황침체 탓에 정상화될 가능성이 낮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것을 우려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앞서 지난 5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돌입한 뒤 낸 자구안서 용선료조정, 공모회사채 상환유예, 사옥과 보유지분 매각 등으로 4112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이것 외에도 한진해운 부족 자금이 내년까지 1조∼1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치를 내놨다.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하는 최악의 경우 1조7000억원까지 한진해운 부족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단은 이를 토대로 한진에 기존 자구계획 외에도 유동성 부족 해결 방안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후 한진과 한 달 넘게 자구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에 채권단은 25일을 제출 마감시한으로 통보했고,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최대 주주(지분율 33.2%)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 내용을 골자로 한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진의 자구안이 애초 제시한 자구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란 게 채권단의 평가다.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정용석 부행장이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자구안 가운데 1000억원은 예비적 성격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은 4000억원뿐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것이 한진 측의 최종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한진이 최초 제안한 수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은의 채권액 의결권 비중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정 부행장의 이같은 발언은 채권단이 지원불가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진은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재무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내놨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앞서 구조조정을 진행한 현대상선의 경우 1조2000억원 규모의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필요한 유동성을 자체 확보한 만큼 한진해운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일부 채권단 관계자가 막판에 ‘조건부지원’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채권단은 결국 지원이 없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채무 상환유예 등을 골자로 한 자율협약이 내달 4일 끝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성 kes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