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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철강산업 구조조정] 한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안 무용지물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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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철강산업 구조조정] 한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안 무용지물로 전락하나?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맡았던 조사분석 최종안 오리무중


1차 보고서 업계 반발로 수정 거쳤지만 내용확인 안돼

지난 4개월여에 걸쳐 작업했던 한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안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30일 업계 및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철강 구조조정안은 이날까지 최종안이 나올 계획이었으나 외부 공개는 물론 정부에도 보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철강 구조조정안은 정부의 기업활력을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올 2월 국회를 통화한 이후 한국철강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조사분석 및 작성이 시작됐다.

1차 보고서는 지난 7월 20일 나왔다. 하지만 업계 현실과 맞지 않다는 반발이 거세지면서 한 달 여의 수정 기간을 거쳤다. 마감 기일인 31일 현재 한국철강협회 측도 마무리 여부조차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사 용역을 맡은 보스턴컨설팅은 지난달 24일 열린 ‘스틸코리아 2016’에서 한국의 성장 방향에 대한 주제 발표를 맡았지만 행사 전날 발표가 취소되기도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행사장에서 구조조정안에 대해 “준비가 아직 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정안은 1차 보고서의 큰 골격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추진한 한국철강협회 측이 관련 내용과 추진 과정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어 정확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1차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철근, 후판, 강관 등 3개 품목이 공급 과잉의 대표 품목으로 적시됐다.

아울러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설비 감축, 인수합병(M&A)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한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지만 표류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가 보스턴컨설팅에 의뢰한 조사분석 최종안은 내용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지만 표류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가 보스턴컨설팅에 의뢰한 조사분석 최종안은 내용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철강산업 구조조정안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사실상 없다. 컨설팅이 자발적 참여를 전제하면서도 각 기업의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를 통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구조조정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현대제철의 경우 국내 공급 과잉 문제가 본격화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설비능력을 1200만t이나 늘렸다.

이와 함께 정부의 역할도 빠져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에 연간 들어오는 중국산 등 수입 철강재는 2000만t을 크게 웃돌고 있다. 철강산업을 공급 과잉 업종으로 진단하기 전에 수입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부터 반덤핑 조사 및 관세 부과 등으로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뉴코어, US스틸, AK스틸 등은 올 상반기 실적을 대폭 개선했다.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는 전 세계로 확산돼 트렌드가 되고 있다. 한국 철강사들이 미국에서만 받은 반덤핑 제재는 열연, 후판, 냉연, 도금, 강관 등 주력 제품이 모두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연간 수천만t에 달하는 수입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없이 설비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한다면 안방을 더 내주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시장의 30% 이상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역시 2020년까지 1억5000만t에 달하는 설비 능력감축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설비 감축이 아닌 세계 2, 3위의 대형 철강사를 만드는 한편 다른 기업들도 최신예 공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대국적 차원의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차별되고 있다.
윤용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