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서민들은 전세값이 오를 때면 집값의 80~90%를 육박하는 전세금 마련을 위해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을 몇 번씩 찾아야 하지만 김재수 장관은 전세값 인상 없이 7년을 살았다.
이에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지난 2007년부터 7년 동안 경기도 용인의 93평(307.44㎡) 아파트에서 전세 1억9000만원에 거주했으나 단 한 번도 전셋값 인상이 없었다는 데 의혹의 눈길이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이 아파트의 당시 시가가 8억원 수준이며 전세가는 5억원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사실대로라면 김 후보자는 이 아파트에 전세를 살면서 차액인 3억1000만원의 이자 몫만큼 경제적 이득을 본 셈이다.
이는 세법에서 증여의제나 증여추정으로 해당될 수 있는 대목이다.
증여의제란 법률상 증여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증여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세법상 증여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세법의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증여의제는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재산을 시가의 70% 이하 또는 130% 이상 가격으로 사고 판 경우엔 증여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다.
빚을 면제받거나 다른 사람이 빚을 대신 갚아준 경우나 기업의 합병•증자•감자 등으로 주주가 이익을 본 경우에도 증여의제의 대상이 된다.
세무당국은 부동산의 무상 사용 등의 간접적인 증여행위에 대해 증여로 추정하거나 의제할 수 있다.
증여로 추정한다는 것은 세무당국이 일단 증여로 추정하지만 납세자가 반대 증거를 제시하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반면 증여로 의제한다는 것은 납세자가 아무리 반대 증거를 제시한다해도 무조건 증여세를 부과한다는데 차이점이 있다.
국세청에서 김 후보자의 ‘황제 전세’에 대해 공정한 조사를 한다면 증여의제에 해당하는지 증여추정을 할 것인지에 대해 귀결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증여의제에 해당된다면 반드시 이에 따른 세금을 내야하고 증여추정으로 결론을 내리면 반대 증거를 제시해 증여세 부과를 면할 수 있다.
김 후보자가 전세를 살았던 당시의 직책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 실장, 농촌진흥청 청장,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등 요직을 두루 지냈다.
청문회에서는 또 김재수 후보자가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시절인 2011년 CJ계열 CJ건설의 88평짜리 빌라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분양가보다 2억1000만원 싼 4억6000만원에 샀고 그 비용 중 4억 5000만원을 농협에서 1.4~1.8%대 낮은 금리로 대출받은 사실을 따졌다.
김 후보자는 빌라의 저가 매입에 대해서는 미분양을 이유로 내세웠다. 또 1%대 초저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제가 부탁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세무당국은 김 후보자의 주장에 대해 김 후보자가 매입한 시기와 비슷한 때에 빌라를 구입한 다른 사람의 매입가를 조사하면 증여의제나 증여추정을 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된다.
또 농협에 대해서는 김 후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시 시중 대출금리를 기준으로 농협이 김 후보자에게 대출해 준 금리와의 차액에 대해 증여의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부탁한 적이 없는데 농협이 스스로 알아서 김 후보자에게 간접적인 증여를 한 것으로 의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당국이 증여추정으로 결론을 내리면 농협은 반대 증거를 제시해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을 현실로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제 우리 국어사전에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빼야할 때인듯 하다.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