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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경쟁우위, 'V·R·I·O' 4가지 요건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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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경쟁우위, 'V·R·I·O' 4가지 요건 갖춰야

[우형록 교수의 변화를 넘어 미래로(12)] 변화가 아니라 변화할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하라

❶ value 시장과 고객이 인정해줘야

❷ rarity 독특해야 경쟁우위 원천 발생
❸ inimitability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것 돼야

❹ organization 업무에 효과적으로 적용해야

골프와 관련하여 시중에 회자되는 재미난 유머가 있다. 누가 그날의 승자가 될 것인지 점쳐보는 질문이다. 퍼팅에 강한 사람, 비거리가 긴 사람, 드라이버에 강한 사람, 집중력과 자신감이 뛰어난 사람, 오비(out of bounds) 없이 또박또박 타수를 챙기는 사람 등등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정답은 그날 따라 이상하게(!) 잘 되는 사람이다. 아무리 골프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뾰족한 이유를 밝힐 수 없지만 이상하게 잘 되는 사람을 이길 재간은 없다. 학창 시절에도 같이 운동하고 놀러다녔는데 이상하게 시험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상하게’를 행운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왜냐하면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내부에 녹아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질문을 기업의 성공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애플, 구글, GE 같은 기업들은 새로 착수한 어떤 사업에서도 이상하게 성공률이 높다. 입부터 빠른 호사객들의 주장은 배제하고 저명한 학술지나 도서만 고려하더라도 이런 선진기업들의 성공 요인은 수십 개 언급된다. 창의력, 속도, 탁월한 인재, 원가 및 재무관리, 고객과 시장의 감동, 브랜드 전략, 물류체계 등등 관점에 따라 수도 없이 많다. 듣기에 좋은 용어들을 모두 합쳐 보면 결국 이상하게(!) 잘 되는 기업들이다.

경영전략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는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이다. 절대적인 우위가 아니라 경쟁자와 대비한 상대적 우위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욕심을 더 낸다면 단기에 그치는 경쟁우위가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라는 용어를 경제 기사에서 자주 보게 된다.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확보는 모든 경영자의 욕구이자 경영전략의 기본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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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선진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역량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조직의 역량이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목적에 부합하도록 조정•통합•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원에는 자금, 설비, 재료와 같은 물질적 자원뿐만 아니라 명성, 충성심, 리더십과 같은 무형의 자원도 포함된다. 역량이 다른 경쟁사보다 우월하여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작용할 때 핵심 역량이 된다.
바니(Jay B. Barney)에 의하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져다주는 자원 및 역량은 4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추어야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VRIO조건이라고 부르며 가치성(value), 희소성(rarity), 모방의 불완전성(inimitability), 조직화(organization)를 의미한다.

첫째, 가치성은 시장과 고객이 알아주지 않는 가치없는 자원과 역량은 핵심 역량이 될 수 없음을 뜻한다. 시장과 고객이 인정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면 당장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설령 가치가 일정 정도 인식되더라도 경쟁자보다 낙후되었다면 경쟁열위에 빠지게 된다.

둘째, 가치성과 함께 희소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아무리 가치가 있더라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흔한 것이라면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없고 경쟁등위에 머물고 만다. 즉, 남들이 갖지 않은 독특하고 가치 있는 것을 내가 보유할 때 경쟁우위가 발생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은행상품, 증권상품은 특히 경쟁력이 없다. 어떤 은행이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개발하여 선보이더라도 상품 캐털로그만 보면 다른 은행이 쉽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경쟁우위는 확보할 수 있으나 지속성은 없다. 따라서 금융업의 상품개발력은 핵심 역량이 되기 힘들다.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영위하려면 세 번째 조건인 모방의 불완전성을 갖추어야 한다.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경쟁자들은 그것을 베끼고 좇아 할 것이다. 경쟁자가 자체적인 노력이나 투자를 통해 동일하게 개발하거나 대체할 것을 고안하게 되면, 삽시간에 그 희소성과 가치성은 사라져 버린다. 즉, 모방이 아예 불가능하든지 모방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면 경쟁우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들이 최근 ‘특허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특허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허는 핵심 역량에 대한 모방을 방어하는 법적 기제이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있다면 거래를 통해 핵심 역량을 구매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중소기업청에서 ‘대기업 인력 빼가기 중재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의 전문인력을 대기업이 더 좋은 조건으로 채용하면서 핵심 기술도 함께 유출되는 불공정 행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경력사원을 스카우트하는 형태로 열악한 중소기업의 독특하고 가치 있는 핵심 역량을 돈으로 사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가치 있고 희소했던 경쟁우위는 지속성을 잃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는 커지는 악순환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상의 핵심 역량 조건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TV에 나오는 영어 강사들을 보면서, ‘영어 하나만 잘 해도 먹고 사는구나’라며 다들 부러워한다. 영어능력이 핵심 역량임을 간파했다면 본인도 모방하여 영어실력을 기를 만하다. 그러나 녹록하지 않다. 그 역량을 모방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따라 하기가 힘들다. 모방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영어 강사들의 경쟁우위는 지속될 수 있다.

마지막 조건은 실현할 수 있는 조직화이다. 가치 있고 독특하고 모방하기 어려운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더라도 업무에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기업의 목표달성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개별 자원과 역량은 가치성, 희소성, 모방불완전성을 갖춘 경쟁우위의 잠재력일 뿐이다. 독자적으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없고 다른 자원이나 역량과 결합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조직의 구조, 의사결정체계, 통제 및 운영 방법, 보상정책 등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모 중견기업이 삼성그룹에서 퇴사한 관리자들을 대거 영입하여 경영쇄신을 시도한 바 있다. 언뜻 ‘관리의 삼성’으로 표방되는 핵심 역량을 내부로 이식할 수 있는 묘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패로 끝나고 삼성 출신의 관리자들은 자의반 타의반 대부분 떠나갔다. 그들은 ‘일을 하려고 해도 따라올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고 불평했다. 반면에 기존의 직원들은 ‘실제로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들은 충분한 수의 똑똑한 사람들, 제반 시설이 갖추어 진 삼성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솔직히 우리 조직에는 다소 미흡한 요소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건이 다 갖춰진 곳에서는 누가 일을 못하겠나? 그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생력도 없고 무능력했다’라고 평가했다. 어느 편의 주장이 맞는지 당장은 알 수는 없다. 다만 삼성 출신이라는 경험은 잠재된 경험일 뿐이고 역량이 실현될 수 있는 조직화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실패에서 배우고 오류의 뿌리를 밝혀낸다


● 성공가도를 달리는 선진기업의 특징


VRIO 조건을 토대로 내부의 핵심 역량과 경쟁 환경이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점검하는 작업은 조직변화의 지향점을 설정하는 데 긴요하다. 이상하게(!) 성공가도를 연이어 달리는 선진기업의 다음과 같은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조직의 유산을 활용한다. 핵심 역량이 과거의 성공이나 실패로부터 축적된 역사적 결과인 셈이다. 단, 조직의 유산과 관행을 구별해야 한다. 성공에 자만하여 폐기학습(8월 24일자 참조)을 등한시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에서 면밀히 배우고 오류의 원천을 밝히는 일은 자부심을 저해하는 행위가 아니며 회피해서도 안된다. 실패와 오류에 대한 은폐와 왜곡은 도리어 발전의 동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관리자에 대한 평가와 인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현재의 조직을 구성하는 유산과 관행을 만든 주인공이자 그에 대한 발전과 왜곡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컨테넨털 항공은 저가항공 사우스웨스트를 좇아 자회사 컨티넨탈 라이트를 설립했지만 실패했다. 기존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저가항공노선을 확충하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컨테넨털 항공은 저가항공 사우스웨스트를 좇아 자회사 컨티넨탈 라이트를 설립했지만 실패했다. 기존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저가항공노선을 확충하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둘째, 경쟁우위가 창출되는 발원지를 정확하게 찾기 힘들다. 핵심 역량은 유무형의 정책과 기능이 복잡하면서 일관되게 정렬된 관계 속에 배태되어 모방불완전성이 극대화되어 있다. 문화, 팀워크, 인사제도, 지배구조 등 복잡한 관계 속에 녹아 있다. 사우스웨스트(Southwest)의 ‘중소도시 간의 저가항공 서비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차별점이다. 그러나 자동발권서비스, 정비의 전문성과 속도, 종업원 지주제도, 높은 급여 등이 서로 보완해주며 연계되어 실현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모방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어느 일부분을 모방하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나을 뿐이다. 컨티넨털(Continental)은 사우스웨스트를 좇아 컨티넨털 라이트(Continental Light)라는 자회사를 설립했지만 제반 체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저가항공노선을 확충하는 데만 집중하다가 실패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변화의 논리로 핵심 역량을 조성한다. 급부상하는 경쟁자와 불확실한 환경변화는 핵심 역량의 지속성을 약화시킨다. 그럴수록 VRIO 조건을 갖춘 핵심 역량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핵심 역량을 창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직 내외부의 자원과 역량을 통합, 재구성하여 핵심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근원적 학습력과 체계에 주목해야 한다. 소위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낚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어떤 핵심 역량이 만병통치약인지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경쟁 환경으로부터 기회를 포착하고 위협을 타파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구축하는 힘을 학자들은 동태적 능력(dynamic capability)으로 별칭하기도 한다. 동태적 능력은 조직변화 역량이다. 따라서 선진기업의 핵심 역량을 운운하며 ‘이것만 잘하면 된다’는 단답식으로 조직변화를 조직유행으로 변질시키는 사고 방식은 반드시 경계되어야 한다./우형록 한양대 겸임교수
우형록 한양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