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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무회계㉗] 투명한 회계 만들려면 지도층 인사들부터 솔선수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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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무회계㉗] 투명한 회계 만들려면 지도층 인사들부터 솔선수범해야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나라가 온통 부실회계로 인한 뒤치다꺼리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천문학적 손실에 이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한 물류대란 등 정상적인 경제시스템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뒤늦게 원인을 규명하고자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듯 하다.

최은영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해운 주식을 팔면서 정치권의 집중 포화대상이 됐지만 한진해운이 부실이 된 근본적인 원인은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비싼 용선료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서 적자가 계속 발생했다. 회계관리시스템만 제대로 가동됐어도 사전에 어느정도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투명하지 못한 기업회계로 ‘쉬쉬’하다 문제가 터진 후에야 정부와 감독기관, 거래은행, 기업 모두가 우왕좌앙하는 모습이다.

기업 부실이 곪아 터질 때까지 모른체하다 문제가 터지면 뒷북 치는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다. 매번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남 탓만 하고 있다.

신대식 전 대우조선 감사실장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신 전 감사실장은 대우조선이 망가진 내부적 원인에 대해 “내부통제시스템이 무너져 관리감독해야 하는 산업은행도 제대로 하지 못할 여건이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무너진 것은 정치권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9월 퇴직한 신 전 감사실장은 “당시 산업은행을 통해 청와대에서 세 사람을 내려보내려 하니 대우조선에 들어와 있는 외부인사 세 사람이 나가야 한다고 들었다”고 폭로했다.

내부통제가 무너지도록 영향을 미친 주체는 정치권과 청와대 등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답변도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감사실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남상태 전 대표의 전결로 폐지됐다.

2008년 10월 감사실 폐지 당시 한나라당 당적을 보유한 3명이 대우조선해양의 상근고문으로 취업하고 2011년 11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사가 취임하는 등 낙하산 인사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또한 감사실 폐지에 대해 핑계찾기에 급급할 뿐 책임지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우조선 경영층은 감사실을 없애고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을 앉히는 댓가로 마음대로 회계를 조작하면서 치유불능의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윗물은 제멋대로 낙하산 인사로 흙탕물로 만들면서 아랫물에 대해서는 깨끗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연 얼마만큼 신뢰를 얻을지는 회의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 부정과 감사부실 문제 해결을 위해 회계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손성규 교수는 공인회계사회가 주최한 회계세미나에서 “미국의 증권거래법은 횡령 등 부정행위의 징후를 감사인이 인지한 경우 조사 및 시정조치의 결과에 대한 감사인의 검토 결과를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감사인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최중경 회장은 “대우조선 사태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산업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라며 “회계 정보가 제대로 처리됐으면 부실의 징조를 잡아내 몇 년전에 구조조정 타이밍을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 6월 발표한 국제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회계 및 감사 적절성’ 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평가 대상 61개국 가운데 중국이나 베네수엘라보다도 낮다.

회계 투명성은 회계기준이 투명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의 잘못이 크기 때문이다. 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투명한 회계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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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