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0월 구글은 디지털지도회사인 키홀(keyhole.com)을 인수한다. 이듬 해인 2005년 6월 구글은 이를 기반으로 한 구글어스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 누구든지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전세계의 건물과 지형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우리나라의 5000분의 1 축척 지도와 구글어스 영상지도 결합시 오차가 단 15cm에 불과한 초정밀지도가 생성되며, 이로 인해 국가보안 문제와 불거지게 된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지도서비스를 하므로 굳이 서버를 한국에 두면서까지 정기적 검수를 안받겠다면서도 지도는 달라는 구글의 궤변또한 빠질 수 없다. 탈세 지적도 결코 가볍지 않다. 구글 진출에 따른 산업 붕괴 우려, 국내업체 역차별 논란도 이어진다. 수조원 혈세로 구축한 지도를 그냥 넘겨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게다가 미무역대표부(USTR)의 구글 측면 지원설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작 우리나라 정책 당국자들은 세계 최고의 초정밀 디지털표준지도 국외반출과 후폭풍에 예상 외로 무덤덤해 보인다. 반면 산업계는 구글이 한국 ‘지도산업’을 휩쓸고 지나간 이후의 세상을 의심과 두려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구글이 한국지도 반출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인 5000분의 1 표준지도에 기반한 구글 위치기반서비스(LBS)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사실을 호도하는 발언조차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지난 달 8일 미국 구글지도 반출 토론회 참석차 방한한 권범준 지도담당 매니저는 “다른 나라도 5000분의 1 (표준)지도를 제공한다”며 이들 국가도 마치 한국과 같은 표준지도를 갖고 있고, 제공하는 것처럼 말했다.국내의 한 지도전문가는 “한국의 5000분의 1 지도와 구글어스 영상지도 결합시 위치 오차가 15cm에 불과한 초정밀지도가 된다. 이는 안보문제와 직결된다. 구글이 전세계에 한국의 지도서비스를 할 때에는 영상지도를 필터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글은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오히려 “수치지도 반출을 허용해 달라는데 왜 영상지도를 지우라고 하느냐?”며 동문서답이다. 핵무장한 북한과 대치중인 우리 현실에 대해서는 굳이 알은 체 하지 않고 있다. 그 틈을 “이미 다 노출된 내용에 대해 굳이 가리려 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로 메꿔 나가고 있다. 하지만 구글어스를 검색해 보면 또다른 얘기가 펼쳐진다. 신기하게도 이스라엘 상공 구글어스 영상지도는 뿌옇게 처리돼 아무리 해도 확대해 볼 수 없다.
전세계를 자신들이 만든 정보시스템으로 구축하려는 구글. 과연 세계유일의 5000분의 1 표준지도가 구글에게 가야만 한국이 세계적 정보화 강국이 되고 우리 산업계 생태계가 풍부해지고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와지는 걸까?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