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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관리, 기대감·도구성·유의성 놓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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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관리, 기대감·도구성·유의성 놓치지 말아야"

[우형록 교수의 변화를 넘어 미래로(13)] 칭찬만으로 춤추는 변화는 없다

기대감이 낮다면 행동 안 바뀌어
막연한 충성 강요도 되레 부작용
약속과 신뢰 파기 땐 실패 지름길
어설픈 칭찬하면 미신행동 양산
조직변화에는 칭찬만으론 부족
신뢰와 합리적 일관성 있어야


변화와 학습은 불가분리의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학습이라고 하면 교실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이전에 몰랐던 지식을 깨치는 협소한 의미를 떠올린다. 그러나 광의의 학습은 ‘지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생성된 상당히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를 포함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학습이론에서 밝혀진 ‘경험’과 ‘행동’의 관계는 변화이론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왔다. 학습이론의 첫 장을 어김없이 차지하는 용어로 ‘파블로프의 개’와 ‘스키너의 상자’가 있다. 비록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되었지만, 두 용어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형성되는 행동변화를 설명하는 학습이론의 고전이다.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Ivan P. Pavlov)는 음식을 들고 있지 않아도 방에만 들어서면 자기만 보고도 마치 눈앞에서 음식을 보듯 침을 흘리는 개에게 주목했다. 그는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항상 종을 치는 실험을 설계하였고, 나중에는 종소리만 듣고도 개가 침을 흘리도록 학습시켰다. 종소리뿐만 아니라 빛, 전기충격과 같은 다양한 자극에도 적용하여 이론을 정교화한다.

개의 침샘에서 침이 분비되는 것은 반사적이고 기계적인 행동이다. 이에 비해 스키너(Burrhus F. Skinner)는 동물의 자발적 행동으로 연구를 확장했다. 그는 빈 상자에 지렛대를 설치하고 쥐나 비둘기를 넣은 후 행동을 관찰했다. 지렛대는 먹이통과 연결되어 동물들이 지렛대를 누르면 먹이가 상자 속으로 나오도록 고안됐다.

처음에는 쥐가 상자 안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지렛대를 누르게 되고 먹이를 얻게 된다. 하지만 점차 시행착오는 줄어들고 지렛대를 눌러 먹이를 획득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 스키너는 먹이를 투여하는 시간 또는 횟수를 조정하거나 먹이 대신 전기충격을 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실험했다. 복잡한 행동도 단순한 동작으로 작게 나누어 단계적으로 학습시키면 동물들도 피아노를 연주하고 탁구를 치거나 문자를 판독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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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 개념과 용어가 어려워 보이지만, 돌이켜 보면 현실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당연한 현상이며 서커스의 동물 조련사들이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무언가에 반사적으로 자주 놀라는 행위와 관련하여 ‘더위 먹은 소, 달만 보아도 헐떡인다’는 속담은, 파블로프의 학습을 표현한다. 더위에 질린 소는 태양과 비슷하게 하늘에 뜬 달만 보아도 덥다고 느끼는 것이다. 흔히 ‘당근과 채찍’으로 일컬어지는 훈육방법은 스키너의 주장과 동일하다. 원하는 바람직한 행동에는 인센티브를 주어 장려하고, 지양할 행동에는 처벌을 주어 근절하는 방법이다. 스키너는 이러한 방법으로 시기심, 욕심, 폭력을 통제하여 행복한 공동체를 수립한다는 ‘월든 투(Walden Two)’라는 소설을 저술하기도 한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환경에 적응하고 반응하면서 학습, 즉 행동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단, 동물을 대상으로 도출된 실험결과를 사회적으로 고도화된 인간에게 그대로 일반화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다만 고등동물인 인간에게도 적용 가능한 하등동물의 학습 메커니즘이 인식과정 저변에 공유되어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미신행동과 동기부여의 관점에서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데 파블로프와 스키너의 학습은 여전히 반추해 볼 가치가 있다.

파블로프와 스키너는 예상치 못했던 미신행동(superstitious behavior)에 봉착하기도 했다. 원래는 먹이와 지렛대 누르기가 연합되어 계획된 학습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쥐가 꼬리를 물거나 발바닥을 핥았을 때 우연히 먹이가 주어지면서, 이런 행동을 보상의 근원이라고 오인하게 된다. 보상이 주어진 원인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므로 이를 미신행동이라고 부른다. 파블로프의 연구실은 군사시설에 있었는데 개가 주변에서 자주 듣던 탱크소리에 반응하기도 하였다. 미신행동은 우리에게 흔히 징크스로 존재한다. 어느 날 입고 외출했던 옷 색깔, 구두 등에 당일의 행운을 결부시키곤 한다. 기대했던 대로 운이 좋으면 징크스는 강화되지만, 운이 나빠도 특정한 옷이나 구두를 착용하는 일이 어렵지 않으므로 징크스를 없애기는 힘들다.

근거 없이 인과관계를 오인하는 미신행동은 조직에서 징크스보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카네만(Daniel Kahneman)은 이스라엘 공군 비행교관들이 훈련생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을 목격했다. 이를 근절시키기 위해 스키너 박스의 비둘기를 통해 긍정적인 보상(칭찬)이 부정적인 처벌(욕설)보다 효과가 있음을 설명했다. 실제로 처벌은 추구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나 불안,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처벌을 받으면 행동반경이 위축되어 처벌의 대상이 아닌 행동에서도 소극적으로 조심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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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교관이 “그것은 새 이야기입니다. 대다수 훈련생이 칭찬을 받은 직후의 비행에서 성과가 낮아지고, 욕을 먹은 다음에는 더 나은 비행성적을 이룬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입니다”라고 빈정거렸다. 카네만은 관련된 자료를 분석했고, 비행교관들이 비행성과의 자연적인 변동에 미신행동을 형성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어떤 반복적인 측정치라도 변동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본래 비행실력이 900점이라면, 950점과 같은 높은 점수나 저조한 850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비정상적으로 높은 점수인 950점을 받고 나면 그 다음 시험에서 950점 이상을 받기는 힘들다. 대부분 900점의 방향으로 회귀하게 된다. 즉, 아주 높거나 아주 낮은 점수를 받는 특이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다음 성적은 본래 실력으로 회귀한다.

교관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면 훈련생이 본연의 실력보다 특별히 훌륭한 비행을 기록했을 때이다. 확률적으로 그 다음 비행에서 비행성적은 상대적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교관은 실망했고 칭찬이 훈련생의 비행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오인하게 된다. 반대로 나쁜 비행으로 질타를 받았던 훈련생은 그 다음에 비행성적이 향상될 확률이 높다. 교관들은 본인의 욕설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교관의 칭찬과 질타와 무관하게, 극단적인 성적의 자연스러운 회귀현상에 스스로 미신을 형성한 것이다.

다음으로, 동기의 문제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스키너 상자의 동물들은 몸무게의 20% 정도를 감량하는 수준으로 사전에 굶긴다. 먹이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지렛대를 적극적으로 눌러야 하는 동기가 명확하다. 그러나 결핍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동기를 유발시키는 방식을 인간사회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인간이 어떤 행위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브룸(Victor H. Vroom)은 기대감, 도구성, 유의성이 동시에 전제되어야 실질적으로 동기부여가 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수준보다 30%의 생산성을 높이면, 그에 대한 대가로 포상금을 약속받았다고 가정하자. 기대감(expectancy)은 일차적인 노력의 결과인 생산성 30%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과 성공에 대한 효능감이다. 도구성(Instrumentality)은 생산성 30% 제고를 달성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생산성 제고라는 일차적 결과가 포상금을 획득하는 데 수단으로 작용하므로 도구성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생산성 제고와 포상금에 대한 관심이나 선호, 즉 노력과 행동변화로 얻을 수 있는 결과의 매력 정도가 유의성(valance)이다. 특히 생산성을 제고하여 파생적으로 얻게 될 포상금에 대한 긍정적인 유의성이 더욱 중요하다. 포상금을 원하지 않거나 액수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브룸은 기대감, 도구성, 유의성이 곱셈의 관계로 동기가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어느 하나라도 낮은 수준이라면 행동변화는 유발되지 않는다. 30% 생산성 제고를 달성할 잠재력이 충분해도 조직에서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지원하지 않아서 기대감이 낮다면 생산성 향상 활동에 선뜻 나서지 않게 된다. 생산성이 개선되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이나 향상된 생산성이 인원감축으로 이어졌던 부정적인 경험이 있다면 도구성이 낮게 인식되어 역시 행동변화가 어렵게 된다.



브룸의 주장에 비춰 스키너의 상자는 지렛대를 제대로 누르면 먹이를 얻는다는 도구성과, 굶기는 방법으로 먹이에 대한 유의성을 의도적으로 높인 실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기대감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고, 유의성은 인위적이라 비현실적인 단점이 있다. 사회 및 조직에서 나타나는 행동변화를 견인하는 동기는 훨씬 복잡다단하게 형성된다.

막연한 성실과 충성심을 강요하는 관리자들이 많은데, 오히려 조직구성원의 기대감을 저해하여 열정과 노력을 가로막는다. 업무성과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제시하여 기대감을 구체화하고, 도전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수준을 설정해야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겉으로 성과주의를 외치면서 정작 업무성과보다는 연공서열이나 충성심으로 보상이 이루지는 현실도 도구성을 떨어뜨리는 흔한 오류이다. 도구성에 대한 약속과 신뢰를 파기하는 행위는 조직구성원을 ‘희망고문’하는 다분히 위험한 패착이다.

지금까지 인사제도는 돈이나 승진, 명예와 같은 공통적인 욕구에 집중했다. 유의성 관점에서 인정, 형평성, 공헌감 등등 개인과 조직의 여건에 따라 관심과 가치는 상이하다. 인간은 가치없다고 생각하는 당근은 배가 어지간히 고파서는 먹지 않는다. 이와 같이 기대감, 도구성, 유의성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변화관리가 요구된다. 더불어 동기부여의 세 요인이 조직변화준비(readiness for organizational change; 6월 29일자 참조)와도 맞닿아 있으며, 신뢰와 합리적인 일관성에 기반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 수는 있어도 조직변화는 칭찬만으로는 부족하다. 어설픈 칭찬은 도리어 미신행동을 양산할 수 있다.
우형록 한양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