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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구글·美정부, 한국지도 반출 ‘두 얼굴’...한국 vs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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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구글·美정부, 한국지도 반출 ‘두 얼굴’...한국 vs 이스라엘

구글은 왜 한국지도를 반출하려 하나?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지난 2010년 구글은 전세계에 아이티 지진 발생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이듬 해인 2011년 동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때도 참사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하나된 지구촌을 실감케 했다. 전세계의 구호물품이 답지했고 일본 재난에 대한 세계적 공조 대응 체제도 마련됐다. 지진과 원전의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구글지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개방 및 공유를 통한 구글지도의 위력을 이보다 잘 드러낸 사례도 없다. 하지만 그런 구글의 이런 정신과 원칙에서 벗어난, 예외적으로 이러한 지도의 위력에서 벗어난 특별 대우 국가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실제로 구글지도로 한국과 이스라엘 영상지도를 비교해 보면 누구나 한가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왜 구글닷컴 지도로 본 서울지역은 또렷(5000분의 1 축척수준)한데 반해 이스라엘 전역은 아무리 확대하려 해도 일정 해상도(2만5000분의 1 축척지도 수준)이상 확대해 볼 수 없을까?
구글지도가 제공하는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성지 확대 부분. 아무리 해도 이 수준에서 더 확대되지 않는다. 맑은 날씨인데도 마치 미세먼지가 낀 날씨처럼 보인다. 사진=구글어스 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지도가 제공하는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성지 확대 부분. 아무리 해도 이 수준에서 더 확대되지 않는다. 맑은 날씨인데도 마치 미세먼지가 낀 날씨처럼 보인다. 사진=구글어스

전세계 서비스인 구글닷컴을 통해 보여지는  서울지역의 뚜렷하고 정밀한 사진. 사진=구글어스 이미지 확대보기
전세계 서비스인 구글닷컴을 통해 보여지는 서울지역의 뚜렷하고 정밀한 사진. 사진=구글어스

예루살렘,하이파,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전역의 영상지도가 이처럼 뿌옇게 돼 전세계인들을 답답하게 만든 배경에는 미국정부를 움직인 이스라엘의 외교 노력이 숨어있다.

지난 1997년 미의회가 통과시킨 국가방위인증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등이 그것이다. 이 법률 가운데에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자세한(detailed) 위성사진의 수집 및 발표 금지”조항이 들어있다. 미국기업 구글은 이 미국법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구글대변인은 이에대해 한 언론사이트의 질문을 받자 “구글어스의 영상지도는 상업용 및 공공위성데이터 등 광범위한 소스로부터 얻어진다. 우리는 위성영상지도를 미국법(이른바 킬-빙거맨 수정법과 국가방위인증법 포함)을 준수하는 미국 회사로부터 확보한다. 이 법에 따르면 이스라엘 영상지도 해상도는 제한을 받는다”는 답을 내놓았다.

킬-빙거맨법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영상지도의 해상도를 픽셀당 해당 2.5x2.5m로 제한하며, 구글은 이 법을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한국에서는 상용위성이 얻을 수 있는 최대 해상도인 픽셀당 0.5x05m 지도로 확대 적용해 서비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이 미국의회 로비를 통해 자국의 영토는 물론 팔레스타인 점령지까지 흐릿하게 영상으로 처리토록 한 배경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군사력에서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일본,인도와 함께 손에 꼽히는 세계 6,7위권의 손꼽히는 세계적 군사강대국이기 때문이다.

굳이 이해하자면 이스라엘 국가안보, 더 나아가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 위협방지를 위한 당연한 조치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굳이 이스라엘 점령지구인 가자지구까지 흐릿하게 만든 이유가 궁금해질수 밖에 없다.

미국의 한 매체는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의 말을 빌어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이 규제로 인해 이스라엘은 물론 가자지구(Gaza Strip)까지 볼 수 없게 됐다. 아무도 이스라엘 가자지구를 향해 발사된 로켓공격에 의해 파괴된 스데롯(Sderot)시의 파괴된 모습을 볼 수 없다.”

구글은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이처럼 세밀한 배려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지역 영상지도 필터링이 이스라엘 안보위협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따른 파괴행위와 피해를 감춰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미의회의 킬-빙거맨 수정법 등으로 인해 이스라엘 국민은 물론 전세계 누구도 이스라엘 상공만은 손바닥들여다 보듯 살펴볼 수는 없게 됐다.
미국의 한 사이트가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이집트 카이로의 지도를 비교한 사진. 사진=구글어스,리저널지오그블로그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한 사이트가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이집트 카이로의 지도를 비교한 사진. 사진=구글어스,리저널지오그블로그

쉽게 말하면 미국정부가 이스라엘지역에 고해상도 지도 서비스가 안되도록 앞장서서 검열해 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의 휴양지이자 부자동네로 알려진 샌디에이고 영상지도에서는 요트의 영상일부를 지워서 내보내는 구글영상이 때때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대해 구글과 접촉해 본 국토지리원의 한 공무원은 “구글은 영상지도를 사 올 때부터 이처럼 지워져 있어 어찌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구글에게는 때때로 특정 민간인의 프라이버시를 요트사진 필터링을 통해 지켜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구글 말대로라면 지도구매자인 구글이 한국의 민감한 지역에 대한 영상지도를 구매할 때 공급사에게 이를 지워서 공급하라고 요청하면 될 일이다. 또는 직접 수정할 수도 있는 일이다.
구글어스맵 샌디에이고지역의 지워진 요트사진.사진=구글어스 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어스맵 샌디에이고지역의 지워진 요트사진.사진=구글어스

하지만 구글, 더 나아가 미국정부는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나 일부 미국 민간인에게 보여 준 것과는 전혀 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google.co.kr 지도서비스를 통해서는 한국의 영상지도를 뿌옇게 보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google.com 지도서비스를 통해서는 전세계 누구라도 한국의 영상지도를 또렷하게 (5000분의 1)볼 수 있도록 했다. 그야말로 지도반출 논란에 빠진 한국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독도나 동해명칭 표기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마찬가지다.)
연평도 서해안지역의 흐릿한 사진. 구글은 google.co.kr로는 이처럼 흐릿한 한반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북한도 볼 수 있는 google.com서비스에서는 또렷한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구글이미지 확대보기
연평도 서해안지역의 흐릿한 사진. 구글은 google.co.kr로는 이처럼 흐릿한 한반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북한도 볼 수 있는 google.com서비스에서는 또렷한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구글

연평도지역 서해안지역 사진.사진=구글닷컴 이미지 확대보기
연평도지역 서해안지역 사진.사진=구글닷컴

특히 남북한이 대치중인 휴전선 접경지역 구글지도를 보면 “과연 6차 핵폭탄 실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 중거리 미사일 등의 위협속에 있는 나라의 지도를 이처럼 무방비로 보여줘도 되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고 있다.
구글어스로 본 임진강 접경지역. 이를 확대해 보면 우리군의 레이더기지, 박격포진지, 야포진지 등이 훤히 보인다.사진=구글어스 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어스로 본 임진강 접경지역. 이를 확대해 보면 우리군의 레이더기지, 박격포진지, 야포진지 등이 훤히 보인다.사진=구글어스

임진강 접경지역 영상지도. 사진=네이버 이미지 확대보기
임진강 접경지역 영상지도. 사진=네이버

구글어스로 본 문산 접경지역. 이를 확대하면 역시 우리 군의 모든 군사시설이 높이 좌표까지 정확히 나타난다. 이 지도와 구글이 요구하는 500분의 1 수치지도를 합치면 북한의 미사일 및 포사격 정밀도를 15cm이내로 조준하는 정밀 지도서비스가 이뤄지게 된다. 사진=구글어스 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어스로 본 문산 접경지역. 이를 확대하면 역시 우리 군의 모든 군사시설이 높이 좌표까지 정확히 나타난다. 이 지도와 구글이 요구하는 500분의 1 수치지도를 합치면 북한의 미사일 및 포사격 정밀도를 15cm이내로 조준하는 정밀 지도서비스가 이뤄지게 된다. 사진=구글어스

문산지역의 네이버지도. 항공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진=네이버이미지 확대보기
문산지역의 네이버지도. 항공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진=네이버

결국 구글에게 이스라엘의 안보는 중요한 안보로 인식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한국의 안보는 ‘회사 방침상’ 뒷전인 셈이다. 구글의 두얼굴이다.

이뿐만 아니다. 구글의 지도반출 찬반 논란 과정에서 지난 달 미국 통상대표부(USTR)한국담당 부대표와 백악관 고위층까지 방한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국토지리정보원 등을 방문해 우리정부에 지도반출 관련 압력을 행사하고 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미국정부의 이런 태도역시 구글과 같은 이중잣대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미국정부는 약 3만7000명의 미군장병을 한국에 보내 주둔시키고 있고 북한의 핵위협에에 대해서는 B1B전술핵 폭격기를 한반도에 급파할 정도로 한국을 자국 및 동북아 안보의 요체로 인식해 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동북아 정치·군사·안보·외교 이슈를 뒤흔들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배치를 두고 더더욱 한미 혈맹 관계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주한미군의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고 방위분담금 50%를 낼 정도인 나라다. 북한은 6차례의 핵폭탄 실험을 했고 SLBM, 수많은 중거리 미사일, 대륙간 탄도탄은 모두 가장 가까운 남쪽 대한민국, 그리고 이웃 일본과 미국을 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한국의 핵심 군사 안보 문제와 직결된 지도를 기업에게 주라고 압박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한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23일 서울시 별관에서 열린 ‘서울시 도시공간 정보포럼’에서 한미연합사 지형분석실 출신 서정헌 예비역중령은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대한민국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금 당장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서를 보내야 합니다. 구글에 5000분의 1 정밀지도를 주어도 주한 미군의 안위에 문제가 없겠습니까?”

그는 “구글의 5000분의 1 지도 반출과 관련한 안보 논란에 대해서는 우선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는 주한미군의 생명에 위협이 될 이런 민감한 지도반출 문제에 대해 결코 ‘예스’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글에게 5000분의 1 한국지도를 주어야 하는지 논란은 이제 다음과 같은 의문까지 낳게 만들고 있다.

“구글 지도 반출 논란을 계기로 본 한미 안보·군사·외교적 동맹 관계는 여전히 굳건하고 건전한 상태인가?”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