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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구속 시 롯데 ‘쓰쿠다 원톱’ 현실로?…日언론 ‘신 회장 불구속’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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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구속 시 롯데 ‘쓰쿠다 원톱’ 현실로?…日언론 ‘신 회장 불구속’에 무게

일본 롯데홀딩스 전체 매출 중 한국 롯데가 90% 차지…"구속 달갑지 않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검찰이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지 100여일 만에 그룹 총수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롯데 사태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검찰의 메스에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재계 5위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물론 계열사들도 추이를 지켜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 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오너 공백’이다. 설마 하며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던 롯데 측은 28일 신 회장의 영장실질심사 출석으로 큰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롯데그룹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로 사실상 후임자가 없는 가운데 원톱이었던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단독대표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쓰쿠다 사장은 주총·이사회 소집을 통해 언제든 신 회장의 대표직 사임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한국 롯데 역시 홀딩스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

홀딩스에 그룹 경영이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신 회장이 없는 사이 오너 일가 중 누군가가 그룹을 맡아야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8월 31일 법원으로부터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한정후견 개시를 통보받았다. 누나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 부정청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신 회장을 회장직에서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관련,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지난 27일 홀딩스 홍보 책임자인 가와이 가쓰미(河合克美) 전무를 서울 롯데그룹 본사로 불러들여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배경과 대책을 설명하고 일본의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했다. 특히 한국에서 배임 혐의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언급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 회장의 검찰 출석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룬 마이니치신문은 “롯데 사건의 배경에는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반일 감정이 잠재된 한국에서 롯데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2015년 7월 27일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전원 해임하려고 시도하면서 시작된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검찰 개입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신 회장을 해임시키기 위해 신 전 부회장이 검찰에 제공한 자료가 수사의 핵심 단서가 됐다는 것.
마이니치는 “롯데그룹이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은 이명박 전 정권과 가까웠기 때문”이라며 “한국 재벌 기업에는 흔한 일이지만 검찰이 수사 실패라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유죄 입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만약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그룹의 경영진은 일본인만 남게 된다. 창업주 신씨 일가의 가족회사인 광윤사(光潤社)의 28.1%, 신씨 일가의 개인 지분 약 10%를 제외한 홀딩스 주식의 절반 이상을 5명의 일본인 경영진이 확보하고 있어 ‘쓰쿠다 원톱’ 체제가 될 경우 사실상 롯데는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오너 일가의 통제 하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신 회장 구속으로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오는 게 마냥 달갑지 만은 않은 분위기다. 그룹 수사, 오너 일가 구속 등으로 국내외에서 추진 중이던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리며 실적악화와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 회장까지 구속될 경우 그룹의 방향키를 잡을 사람이 없어 실적 하락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맡고 있는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한국 시장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홀딩스는 일본과 한국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지난 2015년 홀딩스 전체 매출액 6조7943억엔 가운데 한국 롯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이날 내려질 법원의 판단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롯데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횡령·배임 혐의 액수가 너무 커서 구속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면서도 “고령에 질병을 앓고 있는 신 총괄회장 대신 신 회장이 뒤집어 쓴 것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액수가 2000억원에 달하고 롯데 계열사 유상증자 과정에 관여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점, 친인척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점, 또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한 후 별다른 활동 없이 해마다 100억원대 급여를 받는 등 비리가 너무 많다는 점은 수긍하는 분위기다.

재벌에 대한 여론의 반발도 거세기 때문에 구속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많지만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구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오너 구속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 신 회장 구속 시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그 이유로 꼽혔다.

특히 주한미군이 사드(THAAD) 배치 발표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후보지로 가장 유력한 성주골프장이 롯데 소유라는 점도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제 남은 것은 법원의 판단이다. 과도한 수사로 자칫 그룹 전체, 나아가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