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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구글 지도 반출, “수조원 ‘황금알’ 지도 거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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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구글 지도 반출, “수조원 ‘황금알’ 지도 거저 달라”?

구글은 왜 한국지도를 노리는가?

붉은 색이 지도반출 제한국가를 보여주고 있다.사진=UNGGIM/ISPRS 이미지 확대보기
붉은 색이 지도반출 제한국가를 보여주고 있다.사진=UNGGIM/ISPRS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구글의 새빨간 거짓말... “중국도 준다”

“...이미 (구글은)중국 지도를 해외로 반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구글의 권범준 지도담당매니저는 국회토론회 토론후 김상봉 중앙항업주식회사 이사가 “구글이 중국 정부한테는 중국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왜 한국 정부에게는 요구하는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를 재확인하는 기자에게도 “중국도 5000분의 1지도가 있고 이를 구글에 줍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혔지만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구글에게 지도를 반출허가를 내주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이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어떻게 받느냐?’고 개별적으로 질문했더니 ‘비공식적으로 받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결국 구글측 대표자격으로 토론회에 나온 권씨는 공식석상에서조차 이런 중대한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구글 입맛에 맞는 부분만 공개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관련정보에 어두운 많은 사람들에게 또다시 구글 입맛에 맞는 주장만 확대 재생산하게 만든 셈이 됐다.

구글은 이처럼 지난 6월 1일 한국의 5000분의 1 지도 반출신청 이래 제기된 각종 의문점에 대해 “왜?”나 “어떻게?”에 대해 논리적이고 설득력있게 구체적인 설명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단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실과 주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다.

그 결과 나온 답이 “중국정부도 준다” “그렇지 않다” “혁신적인 기술을 누릴 수 있다” “지도를 개방하면 한국 IT업체들에게 도움이 된다” “구글이 한국에 제공하고 싶은 첨단 신기술” 같은 막연한 식의 표현이었다.

심지어 구글이 한국의 5000분의 1 지도 반출 필요성에 대해 가장 많이 설명했다는 지난 8월 7일자 구글코리아 공식 블로그 내용조차도 대동소이하다. 내용을 잘 뜯어보면 사실 구글은 의문이 드는 부분에 대해 사실의 전체를 말하기 보다는 일부분을 말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줄곧 우리정부나 한국민의 추측과 상상에 맡겨 놓은 채 “줘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내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생떼’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백악관 고위관리와 미국제무역대표부(USTR)한국담당 부대표가 함께 방한해 한국의 정부에 통상압력을 넣으며 구글의 생떼를 비호한 사실까지 전해져 국민들의 반 구글 정서를 더욱더 부채질하고 있다.

▶구글, 우리지도 공짜로 가져가서 돈받고 판다

하지만 상당수 한국민, 심지어 정부 고위관리조차도 왜 구글이 이 지도를 원하는지, 왜 줘야 하는지, 과연 줘야 하는지 등의 논리적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다른나라들도 지도를 외국에 무료로 제공하는가도 궁금한 대목이다. 놓치고 있는 점 가운데는 ‘만에 하나’ 한국정밀지도의 반출 허가가 난다면 구글은 인터넷 제왕의 지배적 위치에서 지도가격을 맘대로 책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구글이 우리나라 수치지도를 공짜로, 가공처리 비용 정도만 들이고 가져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하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공짜로 내준 지도를 우리기업이 돈내고 사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인터넷 제왕과 우리나라 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구글지도반출 관련 토론회에서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권범준 구글 지도제작 담당매니저에게 “구글지도 5000분의 1 지도를 반출해서 무료로 줍니까?”라는 질문을 해 참석자들을 갸우뚱하게 했다.

이때 구글측 권범준 지도담당 매니저는 “그건 회사 방침에 따라 다릅니다”라고 말해서 좌중을 놀라게 했다. 일반인들에게 구글은 무료로 지도를 제공한다는 개념의 회사로서 기업대상으로 지도를 팔아 돈번다는 생각은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구글은 이미 기업들에게 디지털 지도를 팔아(지도를 보는 클릭수에 따라 돈을 받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구글은 한국에 구글지도 대리점까지도 여러군데 두고 있다. 구글이 더 정밀한 지도를 가져가 지도보기만으로도 얼마나 더많은 수익을 올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는 일견 지도와 무관하게 보이는 국내 산업과 IT 생태계에 지금보다도 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구글의 한국지도 무료 반출 요청...실상을 보면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글은 한국정부에 5000분의 1 지도 반출 신청을 했고 이를 무료로 반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5000분의 1 한국지도 무료 반출 반대 여론에 대해 “이미 한국지도를 합법적으로 돈내고 사가지고 있고 이를 반출하겠다고 신청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지도와 지형공간정보간 결합 및 활용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슬라이드. 사진=UNGGIM이미지 확대보기
지도와 지형공간정보간 결합 및 활용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슬라이드. 사진=UNGGIM

왜냐하면 구글이 SK텔레콤에 지불하는 디지털지도 구매비용은 무료인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원도)를 가공한 부가 데이터 비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재 구글은 원도 제공자인 국토지리정보원에는 한푼의 지도 원도 사용료도 내지 않고 있다. 구글이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 5000분의 1 지도를 무료 반출해 서비스하고 돈을 벌겠다고 한다면 이 조건도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정부산하 7개부처로 구성된 지도반출협의체는 최종 회의 이전에 반드시 우리의 소중한 디지털 자산인 5000분의 1 지도에 대한 개별및 전체 지도자산 가치 정도는 분명히 해 둬야 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방침을 못 정한 채 갈팡질팡하는 듯 보인다.

구글도 국토지리정보원 디지털지도 원도 가격을 정당하게 치르고 반출하겠다는 입장 정도는 밝혀야 한다. 우리정부가 지도를 주게 될 때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그대로 내 줄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구글은 지도반출시 가격을 무시한 채 반출허가만 나온다면 우리지도를 공짜로 받아 반출할 태세다. 이에따라 구글은 혈세지도 공짜반출 논란을 야기하면서 반구글 감정 악화까지 자초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구글과의 계약에 따라 구글에 제공하는 지도 판매 비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1993년부터 1조원 들여...현재시세로 3~4조 예상

우리 정부는 과연 얼마를 들여 구글이 노리는 정밀한 디지털 지도를 만들어놓았을까?

우리나라 수치지도의 경우 지난 1993년 기획됐다. 1995년 본격 시작된 정부주도의 ‘국가지리정보체계(GIS)’ 구축계획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 지도는 우리나라 전지역을 5000분의 1로 만드는 내용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측 김통일 사무관은 “우리나라 5000분의 1 수치지도는 연구개발비 등을 포함해 모두 1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할 때 수조원 규모에 이른다는 지리공간정보시스템(GIS)업계의 평가와도 맞아 떨어진다.

이같은 엄청난 비용을 들인 만큼 혈세 지도 공짜반출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 대표는 “물론 구글에게 이 지도반출을 허가해서도 안되겠지만 구글이 이처럼 수조원의 혈세를 들여 만든 정밀지도를 전세계 서비스용으로 공짜로 가져가겠다고 신청한 것 자체가 황당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국내기업들은 국내외 비즈니스를 위해 돈을 들여 지도를 사왔는데 구글이 이 지도를 한다리 건너(SK텔레콤으로부터) 사는 방식으로 원도가격 지불을 피해가는 것은 말도 안되죠”라고 꼬집었다.

▶미 정부, 외국기업에겐 2만5000분의 1 지도도 유료

국토지리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구글에 공짜 지도를 제공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비공식적으로나마 “일단 반출 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것이고 반출 가격은 그 이후 얘기로 알고 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정부 7개부처 관계자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협의체는 이 부분에 대해 아직까지 분명한 방침을 밝힌 적이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의체로 돼 있다는 것은 구글지도 반출에 대한 비판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세계에서 1000분의 1 지도를 제공하는 나라도 있다. 네덜란드, 스위스, 크로아티아, 키프러스 등이다. 사진=맵퀘스트이미지 확대보기
전세계에서 1000분의 1 지도를 제공하는 나라도 있다. 네덜란드, 스위스, 크로아티아, 키프러스 등이다. 사진=맵퀘스트

업계에서는 “결국 정부내부에서조차 엄청난 지도제작 비용에 대한 문제에 대한 고민도 없이 구글지도 반출 허용여부 결정에만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 아니냐?”며 국토지리원에 대한 질타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UN세계지형공간정보운영위원회(UN-GGIM)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정부도 자국내에서는 무료로 지도를 사용할 수 있지만 외국업체들에게는 유료로 지도를 제공한다. 미국의 표준화지도(전국토 동일축척)의 축척은 2만5000분의 1에 불과한데도 유료로 반출하고 있다.

구글은 우리나라정부가 거저 제공하는 2만5000분의 1 지도를 가지고 전세계에 서비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정밀한 지도를 공짜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밀지도인 5000분의 1 지도를 무료로 제공하는 문제는 지도의 고정밀성 및 활용할 수 있는 깊이가 다르다는 점에서 2만5000분의 1 지도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지도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게 해 줄 지도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 최고 지도전문가인 서정헌 그리니치코리아대표는 “유료무료 문제를 떠나서 이 데이터와 한국적 상황이 결합한 5000분의 1 지도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같은 존재다. 국방안보 차원이외에도 이 지도반출은 산업계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소한 5000분의 1 축척 지도여야 향후 미래먹거리 4차산업의 토대가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3차원 드론지도와 도로지도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시험하는 도로정보는 모두 2만5000분의 1 지도 기반이지만 우리나라는 5000분의 1 지도의 나라다. 게다가 한국은 전세계에서 IT인프라가 가장 발전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정도만으로도 구글이 전세계 모든 국가를 놔두고 한국의 5000분의 1 지도를 지목해 반출하려는 의도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28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장에서 “구글에 지도를 반출하는 것이 국내벤처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지도반출 허용 뉘앙스를 풍겨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는 업계의 반발과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장관의 발언과 관련, “국토지리원은 구글의 한국 지도반출에서 가장 중심을 잡아줘야 할 기관이다. 과연 이런 논란속에서 국토지리원장은 중심을 잡고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줏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도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이 과연 정상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장관이 구글지도 반출과 관련한 여러 얘기를 하셨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벤처기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 하신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UN세계지형공간정보운영위원회(UN-GGIM)와 국제사진측량 및 원격탐사학회(ISPRS)는 지난 해 전세계 193개 회원국가운데 115개국으로부터 지도제작 관련 설문 조사를 했다. 이에따르면 지난 해까지 전세계에서 지도반출을 제한하는 국가로 확인된 나라는 최소 16개국에 이른다. 여기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몽골, 러시아, 덴마크, 아일랜드,그리스, 터키,이란, 코스타리카, 페루,아프가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케냐, 르완다, 잠비아, 부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수리남, 우크라이나 등이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