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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의 원유 감산 합의…“셰일기업·월가 연합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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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의 원유 감산 합의…“셰일기업·월가 연합의 승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지난 28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 감산에 합의하며 이튿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프 퀴글리 스트라타스어드바이저 에너지시장 책임자는 “어느 나라가 어느 정도 감산할지 모른다. 합의라고 해도 준비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감산’ 실현에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일면서 WTI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 국면을 맞기도 했다고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29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메이저 석유기업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반면 셰일기업 주가는 일제히 상승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2014년 11월 감산 보류 의사를 밝히며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미국 셰일기업 탄압은 이번 감산 합의로 사실상 불발로 끝났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당시 사우디는 감산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잃는 대신 유가 하락을 막을 수 있었지만 눈엣가시였던 셰일기업 죽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가 비OPEC 동참이라는 조건을 포기하고 감산에 전격 합의하며 패배를 인정한 셈이 됐다는 평가다.

◇ 사모펀드가 살린 셰일기업…월가의 영향력 OPEC 넘어설 듯
OPEC 입장에서 보면 미국에서 2015년부터 2016년 9월까지 파산신고를 낸 102사 중 대부분은 셰일기업이라는 점만을 보면 셰일기업 ‘퇴출’이라는 목표달성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OPEC이 파산한 셰일기업들이 기업재건 기간을 거쳐 새로운 광구 개발에 나서는 등 재기에 성공하는 시나리오는 생각지 못했다고 전했다.

파산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주로 사모펀드(PE). PE는 이들 기업에게 운영자금을 공급하고 주식을 취득하는 등 기업이 원유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파산 기업도 생산 활동을 이어가고 감산을 종용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블랙스톤이 100개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유가 상황이 이어진 최근 2년간 에너지 분야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50사 이상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셰일기업과 이들에게 리스크 머니를 공급하는 미국 금융이 OPEC의 야망을 꺽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셰일 퇴출에 실패하면서 OPEC의 영향력은 점점 실추되고, 대신 미국과 러시아가 존재감을 높이는 새로운 질서가 수립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OPEC은 오는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정식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