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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지진·태풍 때 국민안전처·기상청 홈페이지가 제구실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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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지진·태풍 때 국민안전처·기상청 홈페이지가 제구실 못하는 이유는?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지진이나 태풍 등 재난 상황에서 관련된 정확한 정보가 절실할 때 해당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행정기관과 관련기관의 홈페이지가 잇따라 다운돼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9월 경주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국민안전처 웹사이트(홈페이지)가 두 차례 다운됐고, 10월 5일 태풍 차바로 경남과 제주 지역에 피해가 클 때 기상청과 제주도재난안전대책본부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지난 달 12일 처음 다운된 지 3주 이상이 지났는데도 아직 원인도 못 밝히고 있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지난 9월 12일과 19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두 번이나 접속장애(서버 다운)를 일으켰다. 12일 1차 다운 직후 처리용량을 최대 80배까지 늘렸다고 했는데도 또 다운됐고 현재까지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3주가 넘도록 장애 원인을 못 찾고 있는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원인을 모르니 언제 또 다운될지 모르고 다른 기관 홈페이지도 다운될까봐 걱정이다. 가장 먼저 홈페이지 다운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원인을 밝힌 후에는 그에 맞는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기관들의 홈페이지가 재난 시에 다운되어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규정들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홈페이지 관리에는 그동안 많은 허점이 있었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보완되어야만 한다. 정부(행정자치부)는 2003년부터 2010년쯤까지 매년 ‘행정기관 홈페이지 평가 및 개인정보 노출 진단’ 연구 용역을 통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행정기관의 홈페이지를 평가하고 컨설팅을 해왔다. 이러한 평가는 우리나라 전자정부가 유엔 평가에서 세계 1위를 하는 데 크게 기여를 했다.

그런데 세계 1위를 하니까 자만한 것인지 2011년쯤부터는 이러한 행정기관 홈페이지 평가나 컨설팅을 폐지했다. 홈페이지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행자부의 평가가 없어지고 대신해서 정부업무 평가에 홈페이지 관련 내용이 들어있는데 너무나 허술하고 허점이 많다. 담당자들은 평가 항목과 가이드를 위주로만 관리하고 종합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

국무총리실 주관하에 매년 각 행정기관이 자체 평가하는 행정관리역량 평가는 조직 35점, 인사 30점, 정보화 35점 등 100점 만점으로 되어 있다. 이 중 정보화 부문은 편리한 전자정부 18점과 사이버 안전 수준 강화 17점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세부 항목을 들여다 보면 정작 홈페이지 관리에 대한 내용은 매우 적다. 웹사이트 관리방안 이행수준(3점)과 웹 호환성·접근성 수준(2점) 2개 항목에 5점에 불과하다. 올해 신설된 웹사이트 관리방안 이행수준(3점)에는 홈페이지 통폐합만 강조하고 있다. 각 기관 담당자들은 평가 항목에 있는 내용만 신경을 쓰고 그 외 부분은 신경을 거의 쓰지 않는다.

올해 5년 만에 개정된 ‘행정·공공기관 웹사이트 구축·운영 가이드’도 문제가 많다. 개정 요약에서 2011년 4월 ‘행정기관 등 웹사이트 운영가이드’ 이후 개정·보급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제대로된 가이드 없이 홈페이지를 운영해왔으며 “행정·공공기관의 필수 준수 최신 지침·기술에 대한 안내 및 방향 제시”를 개정 방향이라고 명시했다. 웹사이트 생명주기별 관리방안 적용했다는데 주요 페이지 용량, 로딩 속도, 성능 측정, 로드 밸런싱, 웹 개방성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서버 다운 방지와 접속 원활화를 위해 꼭 들어가야 할 내용들이 빠져 있다. 웹사이트는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위주로 관리를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이 가이드는 웹사이트 기획, 구축 운영, 페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축과 운영 부문의 주요 변경 내용은 “구축·운영 시, 웹 접근성, 호환성, 개인정보보호 지침 준수내용, 웹사이트 통·폐합 방안 및 정비기준 추가” 등으로 정작 홈페이지 관리에 대해서는 빠져있는 내용이 많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은 다운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부하) 테스트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성능 테스트를 해야 하며, ‘웹페이지테스트’ 등을 통해 성능은 쉽게 점검할 수 있다. 검색을 통해 사이트 접근이 쉽게 웹 개방성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기관 평가 항목과 홈페이지 구축·운영 가이드에 빠져 있는 내용들을 보완해서 홈페이지는 종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서버가 다운되는 것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불필요한 홈페이지를 통폐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정보화 예산을 과도하게 삭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국민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PC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서도 원활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대국민 서비스 만족도 제고와 함께 공공 관련 정보기술(IT) 업계도 활기를 찾으면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 교수 겸 웹발전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