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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무회계32] 가지급금 우습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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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세무회계32] 가지급금 우습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법인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증빙 없이 자금이 인출되는 가지급금이 종종 발생한다.

개인사업자는 사업용 계좌에 들어온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기거나 인출해 사용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사업자는 경영상 발생한 모든 문제와 부채손실에 대한 위험을 전적으로 혼자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인의 경우 법인 계좌에 들어온 자금을 근거 없이 마음대로 다른 계좌에 옮겨 사용하면 문제가 다르다.

민법상 법인도 인격체이기 때문에 아무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라 하더라도 법인대표자는 다른 인격체인 법인에 소속된 근로자다.

더욱 법인의 주주는 출자나 지분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면 된다.

법인의 자금을 대표가 인출할 때에는 그에 맞는 소득 신고를 하거나 경비처리를 통해 가져가야 한다.

법인은 대표이사가 임의로 법인 계좌에서 돈을 가면 그 돈을 대표자가 빌려간 것으로 보는데 이때 가지급금이 발생한다.

회계상 가지급금은 실제 현금의 지출은 있었지만 거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거래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아 계정과목이나 금액이 미확정인 경우 그 지출액에 대한 일시적인 채권을 표시하는 과목이다.
가지급금은 특수관계자가 회사 돈을 인출하여 개인적으로 사용한 경우나 회사의 업무를 위해 사용하긴 했지만 영수증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발생한다.

증빙을 수취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리베이트나 뇌물 등을 지급할 경우다.

또한 법인 설립 시 자본금이 부족하여 일시적으로 차입하여 법인 설립 후에 인출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도 인출한 자본금은 가지급금이 된다.

회사 설립 전에 자본금을 일시적으로 넣었다가 빼는 행위를 ‘주금납입가장행위’라고 하는데 가장납입이 이뤄지면 회사는 최초 성립시점부터 전혀 자금이 없는 회사가 된다.

이 경우 회사설립은 유효하다는 판례가 있지만 한 번 납입한 자본금을 감자 절차를 밟지 않고 다시 인출하는 행위에는 횡령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세법상 가지급금으로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가지급금을 방치해 두면 불리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지급금이 발생하게 되면 특수관계자에게 대여한 것으로 보아 4.6%의 인정이자율로 법인에게 이자수익을 발생시켜 법인세 부담을 증가시킨다.

가지급금 인정이자율은 일반적으로 연 4.6%의 복리로 쌓이기 때문에 16년째가 되면 이자율이 원금의 2.04배가 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을 맞게 된다.

해당 이자를 대표이사 등이 갚지 않으면 그 금액만큼 대표이사 등에게 상여처리가 되어 소득세 부담이 증가된다.

가지급금으로 인해 이자비용이나 대손상각비가 일부 비용으로 인정 되지 않는 것도 법인세 부담을 늘린다.

가지급금을 해결하지 않고 있다가 세무조사를 받게 되거나 폐업, 퇴사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미상환 가지급금은 대표자에게 상여로 처분된 것으로 간주하여 소득세가 부과된다.

배임·횡령 등 140억원대 기업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회삿돈 개념을 잘 몰랐다’고 법정에서 호소한 바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 자금 18억원과 자회사 에스케이월드 자금 90억원 등 회삿돈 108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기소됐다.

세법은 가지급금이 회사 재무상태의 건전성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지급금을 제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표이사가 개인자금으로 가지급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사에 입금하는 것이다.

회사로부터 차용이 불가피하다면 회사와 대표자간 자금 대여금액, 상환일자, 세법이 정하는 이상의 이자율 등이 명시된 금전소비대차약정서를 문서로 작성하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회사 자금을 빌려 가면 된다.

회사와 대표자간에 금전소비대차약정서가 있어도 이자가 수수되지 않거나 상환 기일에 자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사실상 부당행위 계산에 해당되어 세금이 추징될 수 있다.

가지급금을 우습게 보다가 큰 코를 다친 사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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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