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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칠의 음악기행(7)] 헝가리 편① 헝가리 마자르족이 피워낸 도도한 전통…동유럽 클래식 강국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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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칠의 음악기행(7)] 헝가리 편① 헝가리 마자르족이 피워낸 도도한 전통…동유럽 클래식 강국의 위용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지휘했던 헝가리에서의 연주, 필자는 그중에서도 모든 지휘자들이 연주하고 싶어 하는 부다페스트 소재 ‘리스트 아카데믹 홀’에서 연주 경험이 있다. 필자는 연주할 때마다 가슴속에 추억을 쌓았다. 2008년 이후 필자는 ‘미미’를 소개받았고, 이후 지금까지 필자의 매니저 일을 도맡아 한다. 음악계의 연주자나 지휘자는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에 의해 운영된다.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는 영국과 미국에 많다. 그들은 모든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를 장악하고 그들을 활용하며 돈을 벌고 있다. 영국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2008년 ‘미미’는 헝거리의 마브(Mav) 심포니 총감독을 섭외해 불가리아 소피아 연주에 초대했다. 일종의 오디션이었다. 연주 후 그 감독은 만족해했고, 필자를 헝가리에 초대했다.
헝가리 마브(MAV) 심포니 Budapest Symphony Orchestra MAV
헝가리 마브(MAV) 심포니 Budapest Symphony Orchestra MAV
부다페스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M.V(M.V Szimfonikus Zenekar)는 헝가리 국영철도에 의해 1945년에 설립되었다. 이후 바로크 시대의 음악부터 현대 작곡가의 작품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헝가리 최고의 전문 앙상블 팀으로 손꼽히고 있다. 부다페스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유럽 전역뿐만 아니라 키프로스, 레바논, 홍콩, 일본,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에서도 공연하였다. 2014년부터 고바야시 캔 이치로(Kobayashi Ken-Ichiro)가 명예 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헝가리에서의 첫 연주는 부다페스트의 ‘벨라 바르톡 홀’에서 있었다. 2008년 9월이었다. 그 이후 매년 한 번씩 2012년까지 무대에 섰다. 헝가리 국민들은 피아니스트 리스트와 작곡가 벨라 바르톡을 국민음악가로 꼽는다. 세계 10대 오케스트라로 세계적 지휘자와 연주자가 거처 가는 부다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이반 피숴 지휘자와 함께 내한한 적이 있다.

사회주의 국가 헝가리의 우수한 음악가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성향과 독일 성향의 음악가들은 완벽한 기량과 그들만의 독특한 예술성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오케스트라들이 민영화가 되어 있어서 자국 음악가들만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디션을 거처 능력 있는 연주자들을 전 세계에서 선발하고 있다.

베를린 필은 독일오케스트라이지만 악장과 수석들이 이스라엘 연주자였다. 독일과 이스라엘 연주자들은 왠지 안 어울리는 조합 같았다. 지금은 국적에 상관없이 실력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구성한다. 필자의 지휘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양호한 것 같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관객이 외면하면 연주자는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헝가리 연주자는 아나 마리아 마르코비나(피아노)와 랜드바이(바이올리니스트)를 꼽을 수 있다.

아나 마리아 마르코비나(피아노)
아나 마리아 마르코비나(피아노)

개별 악곡으로 300여 편, CD 26~27장, 총 연주 시간 약 33시간. C.P.E. 바흐의 건반 독주곡 전집 레코딩은 텔덱의 바흐 칸타타 전집이나 필립스의 모차르트 전집에 비할 만한 사료적 의의를 지닌다. 지난해 헝가리 연주자 미클로시 슈파니가 비스에서 스물일곱 번째 앨범을 발매해 17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데 이어, 크로아티아 출신 피아니스트 아나 마리아 마르코비나와 헨슬러 레이블이 작곡가 탄생 300주년이 되는 올해 또 하나의 역사적인 작업을 마쳤다.

슈파니가 작곡가의 악기였던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를 이용한 것과 달리 신보는 모던 피아노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최초 타이틀을 갖는다. 바흐의 카탈로그는 1905년 처음 나온 알프레드 보트켄의 전집과 1989년 출간된 유진 헬름 판본, 두 가지에 기초하는 게 보통이다. 전자엔 149개의 3악장 소나타 형식 작품을 포함한 주요 작품 250여 편이 수록돼 있고, 후자엔 나중에 진품을 인정받거나 진품으로 의심되는 단악장 작품이 추가돼 있다. 마르코비나는 선별 보트켄 번호 순서대로 소나타를 수록한 뒤 남은 여백에 단악장의 악곡들을 분산 배치하는 식으로 방대한 목록을 정리했다.

모던 피아노로 연주하는 C.P.E. 바흐는 미하일 플레트뇨프의 2001년 앨범과 대니 드라이버의 2010년 녹음을 빼면 거의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 음반이 입증했듯이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투영된 작품의 진가를 드러내는 데 모던 피아노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물론 연주자가 우아한 갈랑 양식과 아버지 바흐의 형식미,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 더 나이가 낭만주의를 예견케 하는 진보적인 속성을 얼마나 간파하는가가 숙제일 터다.

마르코비나의 연주 스타일은 앞선 두 음반과 유사하다. 또랑또랑한 터치감과 나긋한 프레이징이 균형 잡혀 있고, 악센트와 장식음은 시대 양식에 맞다. 플레트뇨프의 수록곡을 비교하면 해석은 거의 비슷하다. 다만 마르코비나는 소나타 Wq65-17과 론도 Wq58-1에서 악곡을 조금 무겁게 다루고 있는데다 취미성이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앞선 두 연주자와 비교하지만 않는다면 귀를 거스르는 정도는 아니다. 작곡가 최초의 소나타집인 프러시아 Wq48과 뷔르템베르크 Wq49 각각 여섯 곡씩에서 라모에게서 파생된 우미함과 감상성을 이상적으로 표현했고, 후기작 Wq61~63 세트의 단조곡에선 베토벤 초기 소나타의 원류가 된 질풍노도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아나 마리아 마르코비나(피아노) Hanssler Classic CD98.003 (26CD, DDD) ★★★★
아나 마리아 마르코비나(피아노) Hanssler Classic CD98.003 (26CD, DDD) ★★★★
랜드바이(한국에 온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랜드바이(한국에 온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이영칠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객원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