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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칼럼] 가왕 조용필의 무서운 자기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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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칼럼] 가왕 조용필의 무서운 자기변신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
매년 가을과 겨울의 길목에 서면 필자는 음치이지만 지인들과 저녁 식사 후 노래방을 찾는다. 이때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애창곡으로 자주 부른다. 이 노래를 부를 때 남들이 음치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닳도록 부르고 불러서 음정, 박자, 고음처리 등 나름대로 완벽하기 때문이다.

조용필은 1979년 ‘창밖의 여자’로 데뷔해 음반 판매량 1000만장 돌파로 기네스 등재, 가요 톱 69주간 연속 1위, 최초 카네기홀 공연, 건국 이래 최고 가수 선정, 대한민국 역사인물 100인에 선정, 최고경영자(CEO)가 뽑은 대중예술인 1위 등 자타가 공인하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사람들은 그를 국민가수 또는 가왕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기록들이 가왕 혼자 타고난 재능 덕분이라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첫째, 가왕의 가창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 노력의 결과 이룬 것이다. 가왕은 피, 땀, 눈물로 현재의 가창력을 만들었다. 득음을 하기 위해 지리산 계곡에서 목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수련을 한 일화는 가요계에서 유명하다. 얼마 전 서울 공연에서 전성기의 가창력으로 ‘고추잠자리’를 들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전주곡이 흐르고 기어코 “아마 나는∼” 일순간 환호성이 터지고 마치 롤러코스터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때 느끼는 짜릿하고 불길한 공기마저 감돌았다. 필자 역시 가왕의 가창력이 터졌을 때 벌레 수만 마리가 온몸을 스며드는 느낌에 중독되어 공연 후 아이팟에 담긴 ‘고추잠자리’를 무한 반복해 들었다.

둘째, 협업의 달인이자 용병술의 귀재였다. 가왕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도 많지만 불후의 명곡은 도움을 요청했다. ‘미워미워미워’는 작곡가 정풍송이,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양인자•김희갑 콤비가 가왕의 음악에 이질적인 DNA 융합으로 탄생한 것이다. 대중은 긴 노래를 참아주지 않는다는 선입견과 방송에선 긴 노래는 절대 히트치지 못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가왕은 양•김 콤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금기 마지노선을 훨씬 넘기는 무려 5분대 벽에 도전했고, 그 결과 이 곡은 한국 가요계에 기념비적인 서사시로 평가 받고 있다.

한편 1980년대 가왕과 함께한 최장수 록밴드 ‘위대한 탄생’ 역시 가왕이 멤버들을 직접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초일류 밴드가 가능했다. 가왕의 탁월한 인재 발굴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왕은 최고의 인재들과 수평적으로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음악적 방향을 넓혀서 전설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셋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가왕은 음반 녹음이 끝나면 공연 연습에만 두 달을 소비한다고 한다. 평균 하루 네다섯 시간씩 공연 레퍼토리를 꾸준히 연습한다. 이러한 연습은 노래를 더 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단다. 두 시간의 공연을 끌어가기 위해 목의 힘을 기르고 목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이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고 가왕은 믿고 있다.

넷째,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의 화신이었다. 가왕은 “가수들이 나이가 들면 겁부터 낸다. 과연 될까하고 망설인다. 난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저지르고 본다. 안 돼도 그만이다. 대신 죽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가왕의 무서운 집념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허리와 발이 좋지 않아 재활 치료를 받아가며 준비를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조용필이란 가수를 존경해 왔으나 66세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한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마저 느꼈다.

마지막으로 파격과 혁신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팝, 발라드, 로큰롤, 일렉트로닉, 프로그레시브 심지어 랩까지 가왕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끝없이 확장되었다. 특히 ‘헬로’와 ‘바운스’로 음원시장을 놀라게 한 19집에 실린 절반은 외국 작곡가 작품이다. 세계 속에서 인재를 찾아 접목하는 인재경영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음악인생 반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왕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고 진보하는 ‘자기혁신’이 경영철학으로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체에서 특강이 쇄도한다. 외신도 “지속적인 연습과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그를 45년간 톱싱어의 자리에 있게 했다. 무명에서 전설이 되기까지 자기혁신이 없었던 들 과거의 조용필은 가능했을지 모르나 오늘의 조용필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격찬하고 있다.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전 인재개발원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