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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기업의 사원이 된 교사, 탈진증후군으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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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기업의 사원이 된 교사, 탈진증후군으로 고민

교원전문병원 정신과 의사가 파헤친 '선생이 부서져간다'(글누림) 나와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한국 교사의 위상(세계 4위)과 교사 1인당 평균 연봉(세계 3위)만 놓고 보면 한국 교사의 신분은 나무랄 게 없다. 하지만 교육시스템과 교사에 대한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추락,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학교 현장은 교사들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반 회사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의 엄청난 문서업무에 보여주기식 행사진행, 다양한 다면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은 교사들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학교기업의 사원으로 전락한 교사들이 위기다. 교사들이 정신건강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도쿄의 교원전문병원인 산라쿠병원에서 정신과의사로 근무한 나카지마 가즈노리가 펴낸 '선생이 부서져간다'(글누림)는 한국보다 10년 앞서 교육의 위기를 겪은 일본 교육의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일본 교육의 위기는 다름아닌 교사들의 탈진증후군(번아웃증후군)이다. 교사들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의 변화, 교사 개인의 적성 문제, 관리직 및 동료들과의 인간관계 등으로 탈진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들의 탈진증후군 사례를 제시한 후 학교 정신건강을 위한 대처법을 소개한다.

나카지마 가즈노리는 "교사는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는 것과 다름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면서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심리적 부담이 이미 과도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교직이 적성에 맞는 교사일수록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는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교사의 마음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면 교사 본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 명의 교사가 마음의 병에 걸리면 바로 학교현장에 혼란이 생기고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을 주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학생의 건전한 인격을 육성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결국에는 공교육 자체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린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이 책을 번역한 진로전문가 중부대 신현정 교수는 "좋은 교육은 똑똑한 교사가 하는 것이 아니고 훌륭한 교사가 하는 것이다. 훌륭한 교사는 많이 아는 교사가 아니라 잘 가르치는 교사이다. 잘 가르치는 교사는 학생들과 깊은 교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깊은 교감은 학생들의 삶에 대한 교사의 깊은 관심과 애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수한 학생이 사범대를 가고, 한때 공부의 신이었던 교사들. 지금 위기의 한국 교육을 구해낼 구원투수가 되기를 바란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