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11)구글 지도 사업 먹잇감 된 벤처, 그리고 대기업

공유
1

(11)구글 지도 사업 먹잇감 된 벤처, 그리고 대기업

구글은 왜 한국지도를 노리나?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구글의 먹잇감이 된 어느 벤처기업 사장

지난 2013년 2월 한창 잘 나가던 한 IT업체 사장이 벤처기업가의 꿈을 접었다. 사업 시작 5년 만이었다.
모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H사장은 P사를 창업한 후 스마트폰용 핵심 기술 아이템에 눈을 떴다. 가능성을 본 그는 1년 반 동안 스마트폰용 앱 개발에 매달렸다. 그가 무려 30억원이라는 개발비를 투입해 만든 것은 WPS(Wi-Fi Positioning System, 와이파이 위치획득 시스템) 앱이었다. 대출받은 20억원에 IT업체 투자자금 10억원을 쏟아붓고 개발에 매진했다.

그의 앱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등 행동 양식을 추정할 수 있는 초기데이터(seed data)수집을 가능케 해주었다. 당시 실외에서는 와이파이기지국 전파를 이용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추정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지만 실내에서는 어려웠다. 그는 친정인 이 대기업이 내놓은 최초의 베스트셀러 스마트폰용 WPS 앱 테스트에서 세계적 기업 스카이후크(Skyhook) 등 2개사를 물리치고 공급자로 선정됐다.
기본적인 휴대폰 위치 추적 시스템의 얼개. 맨왼쪽 첫번째 기지국에서 송신자의 위치를 결정한다. 두번째 기지국은 그 거리를 더욱줄인다.셋째 기지국은 위치를 찾아 낸다. 사진=미앨러배마 국가비상번호협회
기본적인 휴대폰 위치 추적 시스템의 얼개. 맨왼쪽 첫번째 기지국에서 송신자의 위치를 결정한다. 두번째 기지국은 그 거리를 더욱줄인다.셋째 기지국은 위치를 찾아 낸다. 사진=미앨러배마 국가비상번호협회

H사장은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2010년 6월 이후 이 앱으로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매달 1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것도 8개월 만에 끝났다. 이듬 해 2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사의 앱이 이 베스트셀러 스마트폰용 앱에서 빠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우리 앱이 탑재된 지 얼마 안돼 구글측에서 스마트폰업체에 어필을 해 온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흔히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H사장은 자신의 앱은 작동시 빅데이터가 발주업체인 모 대기업으로 가게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스마트폰 고객의 빅데이터가 구글로 가게 돼 있는 외국산 WPS와 다른 점이었다.

구글이 모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한 배경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이 막강한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 공급사조차 구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H사장은 회사를 접은 지 3년 째인 지금까지도 앱개발에 들인 대출금의 일부를 갚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전횡은 이처럼 안드로이드운영체제(OS)를 앞세운 대기업 연계고리를 내세워 앞날 창창한 벤처의 꿈을 꺾는데 그치지 않았다.

■중견기업까지 몰아부친 최상위 포식자 구글

“사실상 구글이 모바일 앱 유통 계약(MADA)을 통해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에 구글앱)선탑재를 강제한 정황이 드러난다...지난 2013년 공정위가 구글앱 선탑재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내린 내용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

지난 10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 이같이 질문하고 구글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구글이 삼성전자와 함께 중견그룹인 양대 포털을 상대로 앱 선탑재 강제 및 경쟁사 앱 탑재를 제한한 데 대해 공정거래법위반 무혐의 조치를 내린 것을 질타한 것이었다.

전해철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주장한 내용은 놀라웠다.

입수된 계약서 자료는 구글이 연 매출 3조원, 1조원대에 육박하는 중견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를 뒤흔든 정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구글은 국내최대 휴대폰업체 삼성과 함께 이들 회사를 상대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에 구글검색창과 구글플레이 등 자사 앱 선탑재를 강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구글은 두 포털에 ▲구글을 최상단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하고 ▲구글 앱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지정한 것은 물론 ▲구글 필수 앱을 한꺼번에 탑재하는 조건으로 안드로이드 OS를 무료 제공한다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그리고 구글은 이같은 계약서 규정들을 ‘기밀’로 하면서 안드로이드 OS기기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사실을 외부와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안드로이드폰 첫 화면에 구글 검색창과 구글 앱마켓이 첫 화면에 노출된 비밀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구글은 네이버와 카카오에 자신의 앱을 선탑재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갤럭시폰. 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은 네이버와 카카오에 자신의 앱을 선탑재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갤럭시폰.

이에 앞서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은 지난 2011년 당시 같은 내용으로 “구글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년 만에 이에 대해 무혐의로 판정했다.

전 의원은 “유럽연합(EU)은 이 계약서를 바탕으로 이용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시장지배력이 우려된다고 선결론을 내렸다”며 “(이것이) 경쟁제한효과를 불러왔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또 “모바일에서 계약서 때문에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올라가 지금은 카카오를 넘어서 13.9%를 차지하고 있다”며 “구글이 모바일 점유율을 높인 것과 경쟁제한효과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또 “무엇보다도 유럽연합(EU)에서 이미 지적했는데 우리만 다르게 할 이유가 없다”며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적극적으로 재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정위는 2년 여의 조사 끝에 지난 2013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구글 검색 앱을 탑재했고, 구글이 경쟁 앱의 선탑재를 방해했다는 증거가 없다. 또 모바일 검색 시장의 변화 등을 고려했을 때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었다.

하지만 전해철의원은 “제조사들은 구글과 MADA 계약 외엔 안드로이드 OS 제공과 관련한 별도의 계약을 하지 않으며,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구글 필수 앱 선탑재와 안드로이드 OS는 하나의 패키지로 계약됐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특정 검색엔진과 앱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을 경우 사용자들은 다른 앱을 찾고 설치하고 이용하는 대신 선탑재된 앱을 이용하기 쉽다는 점에서 선 탑재된 검색 엔진과 앱들이 경쟁 우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탑재에 대한 강제 조항이 없었더라면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었을 분야에서 구글이 수월하게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공정위의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실이 입수한 국내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구글의 ‘모바일 앱 유통 계약(MADA)’에는 구글앱 선탑재를 강제했다고 볼 수 있는 협약 합의조항이 다음과 같이 적시돼 있었다.

“(1)제조사는 구글의 폰화면 최상단(phone-top)용 검색창을 포함해 구글이 승인한 약 12개의 ‘구글 앱’을 단말기에 선탑재해야 함 (계약서 제3.4조) (2)구글의 폰화면 최상단(phone-top)용 검색창과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 아이콘은 휴대폰 기본 첫 화면에 반드시 노출되어야 함 (제3.4조) (3)다른 모든 구글 앱들은 기본 첫 화면 최상단(1단) 아래(2단)보다 밑으로 배치되어서는 안됨 (제3.4조) (4)구글의 폰화면 최상단용 검색창을 단말기내 모든 웹검색 환경에서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해야 함 (제3.4조) (5)스마트폰 운영에 필수적인 앱을 탑재하려면 구글의 호환성 검사 (6)테스트(CTS)를 반드시 사전에 통과해야 함 (제2.7조) (7)구글 필수 앱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유통 (제2.1조)”등이었다.

■중소벤처기업들은 어떻게 사업을 영위할까?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은 위치(또는 지도기반) 중소벤처 가능성에 대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창업경진대회나 1인 창업지원 사례를 보면, 공간정보를 활용한 경우가 창업아이템의 50%이상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산업이지만 한편으로는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중소, 중견그룹을 넘어서 삼성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조차도 구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향후 중소 벤처의 길이 어떠할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공간정보업계의 K모 이사는 5000분의 1 초정밀 지도가 구글에게 반출될 경우 구글의 국내 시장 공략은 한층더 세밀한 부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그나마 구글이 지금까지 국내업체와 경합할 때 가장 약했던 부분은 5000분의 1 지도 기반의 독립건물 표시, 부동산, 땅 시세 조회 같은 것이었는데 그부분까지 쓰나미처럼 밀고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이사가 밝히는 구글 생태계에서 그나마 버티게 되는 중기벤처의 한 모델은 S사의 경우다.

“S사는 구글지도만 가지고 지도앱을 개발해 주는 회사지요. 모든 시스템을 기업요구대로 만들어 줍니다. 오로지 구글의 모든 툴과 지도를 가지고 와서 구글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해 주는 겁니다. 이 회사는 구글의 지도도 판매합니다. 구글지도로 정부나 기업의 시스템 구축에도 나섭니다. 이런 구글지도 판매 및 시스템 구축 방식의 중소 벤처기업으로는 P사도 있습니다.”

그는 구글에 더 정밀한 지도를 제공할수록 유망 중소벤처들은 점점더 구글생태계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위치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5000분의 1 지도까지 구글에게 주고 나면 구글은 월등한 기술과 지도를 결합해 우리중소기업들을 최하위 하청업체로 만들 것입니다.”

그는 이어 “최대 피해자는 지도갖고 서비스 개발중인 시스템통합(SI)업체와 공간정보통신업체들입니다 이들 회사의 화재나 재난관제, 전산물류 개발자들은 개발할 이유가 없어지죠. 구글은 자사 지도를 이용한 시스템 구축업체들이 만든 지도를 통해 지도값을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내다봤다.

K이사는 “얼마 전 해양수산부 산하 8개 기관이 독도를 리앙쿠르, 동해를 일본해로 쓴 지도를 사용한 경우가 적발됐지 않습니까? 이들 시스템 개발자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한국지도대신 구글지도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구글지도를 클릭하도록 유도하죠. 구글코리아에서는 이들 지도를 고쳐주겠지만 글로벌 버전인 구글닷컴에서는 결코 지도 표기를 바꾸지 않을 겁니다.”

항측업계의 한 고위임원은 “구글에게 공짜로 우리나라 5000분의 1 지도반출을 허용하게 되면 그다음은 끝장이다. 그 엄청난 자본 가운데 100억원 정도만 들여 국내 항측회사 2개 정도 사들이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 나머지 우리항측업체들은 다 무너진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생각이나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부(國富)가 사라지는 것

또다른 항측업체 임원은 이보다 더 큰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구글이 자체지도를 제작하게 된다면 국토지리정보원은 사실상 할 일이 없어지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우리정부(국토지리정보원)는 이제부터 해마다 100억원 가까운 혈세를 들여 만든 5000분의 1 업데이트지도를 구글에 공짜로 내 줘야 할 판입니다.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 달 26일) 구글에 지도를 주는 게 벤처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 건 상황파악을 못해도 한참 못한 발언입니다”라고 말했다.

구글에게 국내에서만 지도서비스하는 조건으로 5000분의 1 지도와 2만5000분의 1 지도에 가공한 각종 지도 속성을 담아 구글에 판매하는 SK텔레콤의 경우는 어떨까?

“유일하게 그 회사만 살아남게 될 겁니다. 나머지 업체들은 이 회사를 통해 구글의 2차 하청업체가 되겠죠. 일본은 최대 축척인 2만5000분의 1 지도를 개방한 후 사실상 젠린(ZenRin)이라는 지도회사만이 남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의 공간정보산업 생태계는 완전히 구글 판이 됐습니다...그리고 그동안 축적돼 오던 일본 공간정보업계가 창출해 오던 부(富)는 대부분 구글로 가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식으로 중소벤처, 중견기업, 대기업들이 창출하던 공간정보관련 분야의 국부가 유출될 것입니다.”

3D지도를 담을 수 있는 5000분의 1 지도까지 구글에 넘겨줄 경우 2만5000분의 1 지도만으로도 이렇게 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더 고도화된 IT기술, 그리고 앞선 서비스 모델 등에서 뒤진 국내업체들은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이는 구글생태계 아래쪽으로 우리 벤처 기업 종속을 더욱 심화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드론 벤처기업 S모 사장은 “벤처기업은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HW)요, 지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SW)다. 전세계 콘텐츠 사업용으로 대한민국 지도가 최고다. 구글이 5000분의 1 지도를 원하는 것은 이 지도를 배경으로 삼아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까지 융합해 확장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을 수행하기 위한 데이터를 담기 위한 그릇(프레임워크)으로서 5000분의 1 지도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지도 반출논란을 계기로 우리 정부도 바이두를 세계적 검색엔진으로 키워낸 중국정부처럼 공간정보 벤처육성책이 뭔가 생각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