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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가계부채, 금리인상 재개시 '퍼팩트 스톰' 우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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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가계부채, 금리인상 재개시 '퍼팩트 스톰' 우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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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공인호 기자] 정부는 은행·보험권에 이어 내년부터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도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방침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일부 효과를 내면서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2금융권 여신 역시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 가계부채 관리 가능? 심상치 않은 급증세
그동안 정부는 지난 8·25 대책을 포함해 지난해 이후 5차례에 걸친 가계부채 관련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해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낮은 연체율과 주택담보대출의 구조변화를 주된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확대가 가계부채 위험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OECD(5월) 및 S&P(8월)의 평가 내용을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각각 41%, 38.8%로 지난 2013년 말 대비 22.3%포인트, 22.9%포인트씩 각각 늘었다.

지난 2013년 말 0.63%였던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2014년 0.49%, 2015년 0.33%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며 주택담보대출 역시 같은 기간 0.58%, 0.41%, 0.27% 등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질적 구조개선 성과를 내세우고 있는 당국 역시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나치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7%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4년 6.5%로 증가하더니 지난해 상반기 9.2%에 이어 하반기에는 10.9%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저금리 및 분양시장 호조에 힘입어 11.1% 증가했다.

◇ 부채 줄인 美·英, 한국만 나 홀로 고공행진
일단 정부는 안정적인 연체율 등을 내세워 가계부채의 부실 우려는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최근 연체율 하락은 가계의 소득 증가나 건전성 개선에 따른 영향보다 주택시장 호조 및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해 가계소득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2.6%에 한참 못 미치는 1.6%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도 0.9%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소득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유독 가계부채만 급증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6월 말 기준 90%까지 치솟으며 부동산 거품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3월 말 기준 87.4%)을 앞질러 세계 8위로 올라섰다.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170%였던 이 수치는 반년 만에 4%포인트 추가로 상승하며 174%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를 억제해온 여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정부정책이 부동산시장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온 탓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포인트 급등한 반면, 서브프라임 진앙지였던 미국과 영국은 각각 21.9%포인트, 22.5%포인트씩 하락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적극적인 부채구조조정 프로그램 등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조기대처를 통해 2007년 140.6%였던 비율을 2013년 말 128.3%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표 / 제윤경 의원실
표 / 제윤경 의원실
◇ 美 금리인상 등 이자부담 증가 불 보듯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폭탄’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잠재적 불안요인 때문이다.

당장 연말로 갈수록 가계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조짐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분할상환 구조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이달 들어 3%대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했지만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오히려 대출 금리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3%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는 가계대출 비율은 76%였지만 가산금리가 3개월 만에 평균 0.24%포인트(4대 은행 기준) 오른 만큼 3%대 대출도 급격히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은행을 중심으로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은행들은 여신심사 강화를 통해 대출공급을 조절하고 있다. 여기에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금리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가 8만8000가구가 늘어나고, 2%포인트 오르면 18만가구까지 급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금리변동 위험이 낮은 고정금리 대출에 금리혼합형 대출을 포함시키고 있지만 이 상품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11조4000억원(3년, 5년 혼합형 합계)으로 이 가운데 2018년까지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규모는 41조원에 달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6월 말 기준 1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419조4000억원 중 순수 고정금리 대출은 5.0%(21조원)에 불과하다며 “순수 고정금리 대출에 혼합형 금리 대출을 포함해 수치상의 착시현상을 유도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시장의 공급과잉 우려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 이후 2018년 말까지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 추정치는 89만3000호로 6월 말 기준 주민등록세대의 4.2%에 이른다.

연구소는 특히 비수도권 주택수요 및 거래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향후 주택가격 하락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중도금 및 잔금 납부지연 등 입주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인호 기자 ihkong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