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12)구글 지도...‘5000분의 1’ 파괴력과 빅데이터

공유
3

(12)구글 지도...‘5000분의 1’ 파괴력과 빅데이터

구글은 왜 한국지도를 노리나?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세계최고의 테스트 베드”...단지 그 이유 뿐일까?

“한국은 세계최고의 테스트베드입니다. 세계최고의 인터넷 보급률, 스마트폰 보급률, 그리고 여기에 더해 시험에 따른 응답속도와 결과가 가장 뛰어납니다. 이 데이터는 그 어느 나라에서 확보된 데이터보다 (우리 미래사업을 위해)가치 있습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 들어갔고 바이두와 구글의 자율주행차 연산용으로 사용되는 그래픽칩(GPU)공급사 엔비디아. 이 회사의 한국담당 이용덕 지사장의 말이다.

그의 말은 왜 구글이 심지어 거짓말을 해 가면서까지 세계최고품질의 5000분의 1 한국 표준지도를 노리는지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지금까지 구글, 그리고 자회사 나이앤틱스 관계자가 한국 지도와 관련해 한 대표적 거짓말은 “중국정부도 5000분의 1 지도를 준다”는 것을 비롯, “5000분의 1 지도가 없어서 한국내 구글 길찾기 서비스가 안된다” “한국정부가 5000분의 1 지도를 주지 않아서 포켓몬의 전신인 잉그레스 게임 서비스가 제대로 안된다”는 말이다. 이는 UN GGIM와 ISPRS의 발표내용, 그리고 2만5000분의 1 이하 소축척을 가진 나라에서도 이들 게임 서비스가 된다는 점에서 명백한 거짓이다.)

하지만 이같은 단순한 도식적 설명만으로 ‘왜 구글이 5000분의 1 한국지도를 노리는가?’를 설명하기엔 뭔가 허전하다.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설치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2011년 초 구글 스트리트뷰카의 불법적인 한국인 개인정보 60만건 수집사건이 탄로나면서 분위기는 냉냉해졌다. 이 해 11월 방한했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규제와 개방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지만 이후 한국내 서버설치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돌아선 듯 보인다.

이런 한국에서 거짓말에 생떼까지 써가면서 굳이 5000분의 1 지도를 가져가겠다고 하는 또다른 이유는 뭘까.

■구글이 5000분의 1 지도로 가능해지는 서비스
지금까지 구글은 5000분의 1 한국지도를 반출하려는 가장 큰 이유를 ‘세계최고수준의 첨단 기술과 5000분의 1 지도 결합을 통한 다양한 모델 제공’으로 얘기해 왔다.

만일 우리정부가 5000분의 1 지도 반출을 허용한다면 구글은 지금 껏 말 해 온 대로 편리한 길찾기 및 실내위치추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길찾기 서비스는 구글이 지금이라도 당장 맘만 먹으면 되는 서비스다. 하지만 5000분의 1 지도를 배경으로 하게 되면 그 정보 내용은 훨씬 더 풍부하고 정밀해지게 된다. 단순한 O2O서비스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구글이 자랑하는 증강현실(AR)기술과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더욱더 강력한 O2O(Offline to Online)연계 서비스가 될 것이다.
구글이 5000분의 1 지도서비스를 본격화하게되면 단순한 O2O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보다 강력한 서비스에 나서게 될 것이다. 사진은 네이버의 인천국제공항 입점업체중 식당을 보여주는 지도. 사진=네이버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이 5000분의 1 지도서비스를 본격화하게되면 단순한 O2O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보다 강력한 서비스에 나서게 될 것이다. 사진은 네이버의 인천국제공항 입점업체중 식당을 보여주는 지도. 사진=네이버

구글이 5000분의 1 지도서비스를 본격화하게되면 단순한 O2O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보다 강력한 서비스에 나서게 될 것이다. 사진은 구글의 인천국제공항 입점업체를 보여주는 지도. 사진=구글        <br />
<br />
이미지 확대보기
구글이 5000분의 1 지도서비스를 본격화하게되면 단순한 O2O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보다 강력한 서비스에 나서게 될 것이다. 사진은 구글의 인천국제공항 입점업체를 보여주는 지도. 사진=구글


구글은 안드로이드폰 고객 대상의 와이파이위치서비스(WPS)와 구글맵 지도서비스를 결합하게 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이통사나 포털에 비해 엄청나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개인 및 기업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이 종합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국내 관련 업계에 미칠 후폭풍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구글은 안드로이드OS와 앱을 통해 손쉽게 고객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반면 국내 이통사와 포털들은 훨씬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5000분의 1 지도는 고객의 위치를 단순히 상점에 있다는 정도만 알려주던 데서 벗어나 상점내의 구체적 위치까지 파악시켜 주게 된다. 이는 구글서비스의 글로벌 고부가화를 가속시킬 전망이다. 게다가 이달 초 구글캐피털이 세계적 숙박앱인 에어비앤비에 투자를 결정하며 구글과 비앤비는 동맹기업으로 맺어지게 된 마당이다.

우리 정부가 지도 반출을 허용한다면 구글은 더 정밀한 지도데이터와 자사의 첨단 기술을 연계시키면서 위력을 더하면서 국내 관련 중기벤처들을 초토화시키게 될 것이다. 외국 관광객들은 구글서비스로 몰려가게 될 것이다.

구글의 여행앱인 트립스(trips.com)의 경우는 이를 대변한다. 국내 관련 중기벤초들의 우려는 “당분간 단순한 2D지도 서비스에 그치겠지만 5000분의 1 지도 기반의 3D로 된 실내정보서비스까지 제공하게 될 경우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5000분의 1 지도의 파괴력은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5000분의 1 지도, 상상을 넘는 가공할 파괴력

지형공간정보시스템(GIS)업계의 지도 전문가들은 5000분의 1 지도가 4차산업혁명으로 이끄는 기반시설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즉 이 기반데이터가 있어야 다른 각종 IT서비스 데이터를 그 위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지도에 데이터를 얹게 해 주는 인프라인 셈이다.

수치지도로도 불리는 우리나라의 5000분의 1 디지털지도는 10개의 층(layer)로 구성돼 있고, 여기에 총 200개의 개별 속성(값)이 들어간다. 여기에는 신호등과 도로표지판 같은 속성도 표시된다.

지도 전문가인 서정헌 그리니치코리아 대표는 “5000분의 1 지도는 구글이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맘껏 테스트하고 대응하게 해 줄 토대가 될 것이다. 인구가 집중된 도시 내 서비스 모델 시험,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도로환경내 서비스모델 시험 결과 등이 그것이다. 결국 우리 기업들 대신 기술력 뛰어난 구글같은 글로벌 공룡만 살찌우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공장에서 배송될 물건이 드론(원형으로 된 도형)으로 옮겨지는 아마존의 특허출원 도면. 이를 위해서는 최소 5000분의 1 지도 기반의 정확한 실내 위치정보가 필요하다. 글로벌 IT공룡들이 어떻게 4차산업혁명(물류혁명)을 준비하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사진=미특허청
물류공장에서 배송될 물건이 드론(원형으로 된 도형)으로 옮겨지는 아마존의 특허출원 도면. 이를 위해서는 최소 5000분의 1 지도 기반의 정확한 실내 위치정보가 필요하다. 글로벌 IT공룡들이 어떻게 4차산업혁명(물류혁명)을 준비하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사진=미특허청

또다른 GIS업계의 한 관계자는 “5000분의 1 지도는 3D로 만들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얼마 전 발생한 경주 지진, 해운대 마린시티 해일 발생 문제를 풀게 해 줄 재난대비 지도제작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켜주는 지도이기도 하다. 가령 3D수치지도를 만들어 DB를 구축한다고 해 보자. 지도상에서 20년 이상 된 낡은 필로티(1층 기둥 공간)를 가진 건물, 또는 내진 설계가 안된 건물 들을 찾아 거주자들에게 대비 또는 대피시킬 수 있다. 5000분의 1 지도를 구글에 공짜로 넘겨준다는 것은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본도를 넘겨주고 국내기업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인현 공간정보통신 대표역시 이 의견에 동의한다. “5000분의 1 지도는 지진같은 재난 대비용 기반 지도이기도 하다. 정부가 어떻게 이런 중요한 기반데이터를 외국의 일개 기업에 넘겨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결국은 자율주행차와 빅데이터?

또다른 시각도 있다. 5000분의 1 지도가 우리 산업계에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칠 부분은 자율주행차와 빅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형공간정보시스템(GIS)업계의 K모 이사는 “미국 테슬라 자동차대리점 방문시 내비게이션 장치의 지도 서비스를 확인해 본 적이 있다”며 “테슬라 전기차 옵션 내비게이션기기를 보니 3D지도와 (추측컨대)2만5000분의 1 축척 지도를 겹쳐 엄청난 초정밀도 지도를 구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5000분의 1 지도는 이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서비스와 파괴력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전기차에 장착된 놀랍도록 정밀한 3D지도와 수치지도가 결합된 지도. 사진=독자제공 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전기차에 장착된 놀랍도록 정밀한 3D지도와 수치지도가 결합된 지도. 사진=독자제공

주목할 만한 것은 구글 인공지능(AI)컴퓨터의 최대 활용분야 중 하나가 4년 후인 2020년 쯤 열릴 자율주행차와 여기서 도출될 빅데이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구글은 알파고나 브레인 프로젝트에서 보여 주듯 이전보다 엄청나게 앞선 컴퓨터와 컴퓨팅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욕이 지난 2010년 스트리트뷰카의 전세계적인 개인정보 불법수집 사태 때보다 덜해졌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세상은 데이터와 돈이 직결되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들어서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구글은 더 강력해진 AI와 슈퍼컴, 그리고 자율주행차 서비스기반의 빅데이터 확보에 열올리게 될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구글이 경쟁력에 기름을 부어줄 정밀한 위치정보 제공의 토대인 5000분의 1 지도에 목매는 이유다.

차원용 아스팩연구소장은 “구글의 특허출원 내용 분석 결과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30분의 1 축척의 지도 제작 기술력을 확보했거나 확보하게 될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출원 도면을 보면 구글 자율주행차 알고리듬은 차의 위치에 따라 도로를 10개로 쪼개고 특정 위치에서 신호등을 볼 때의 인식률을 10점 만점 평점에 따라 분류해 놓고 있다. 구글이 5000분의 1 지도를 확보하게 되면 여기에 자신들이 만든 더 정밀한 지도 데이터를 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최고의 자율주행차용 기반 데이터(지도)를 갖고 있지만 구글특허에 드러난 자율주행차로 제작되는 지도는 훨씬더 앞선다. 이는 가장 앞선 구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경쟁력을 놀랍도록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 자동차업계, 차량 반도체 업계, 부품업계는 하드웨어(HW)인 자동차와 통신서비스가 연계되는 이른바 커넥티드카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1위업체인 NXP의 자율주행차 컨셉. 퀄컴은 다가오는 자율주행차와 IoT시대에 힘을 싣기 위해 NXP를 54조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NXP의 블루박스 개념도. 사진=NXP 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1위업체인 NXP의 자율주행차 컨셉. 퀄컴은 다가오는 자율주행차와 IoT시대에 힘을 싣기 위해 NXP를 54조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NXP의 블루박스 개념도. 사진=NXP

5000분의 1 지도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경쟁력에 기름을 부어줄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올해 대한민국전자대전에 소개된 스마트카를 소개하는 모형.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5000분의 1 지도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경쟁력에 기름을 부어줄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올해 대한민국전자대전에 소개된 스마트카를 소개하는 모형. 사진=글로벌이코노믹

단병주 LG전자 VC사업부 팀장은 “통신과 연계될 커넥티드카는 자율주행, 비상전화, 차량공유, 빅데이터, 원격진단 등의 다양한 요소로 형성된다...차량은 앞으로 달리는 사무실 개념이 될 것이다. 엔터테인먼드 공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라고 전망하면서 향후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로 빅데이터를 빼놓지 않았다.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구글이 자사 자율주행차를 커넥티드카와 무관하게 끌고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구글은 휴대폰은 물론 자율주행차로도 사용자 개인의 빅데이터를 수집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자동차용 반도체 1위인 NXP 한국법인의 서동수 오토모티브본부장은 “반도체 기술이 안전한 커넥티드 카를 만들어 줄 것이다....(이에따른) 빅데이터는 또다른 비즈니스가 된다”고 말했다.

과연 구글은 자신의 야심처럼 한국에서 5000분의 1를 바탕으로 한 커넥티드 자율주행차시대의 실마리를 풀게 될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빅데이터 시대를 만들어가게 될까.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