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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국민들은 분노한다, 대입제도 그리고 대학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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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국민들은 분노한다, 대입제도 그리고 대학에도

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현재의 국가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이미 분노가 되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았던 것은 교육부의 특정 관료만이 아니었다. 집권세력 대부분이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은 이상 어떻게 이런 정책, 이런 행태가 가능하였을까?

특정인의 농단에 의해 청와대가 농락당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유린당했으며, 교육부 그리고 중고등학교와 대학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전락하였다. 심지어 한국형 전투기사업 기종 변경 의혹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도 훼손되었다. 이렇게 국방정책과 경제정책까지 농락당했고 당연히 국가재정과 예산마저 휘둘렸다. 심지어 검찰의 수사에도 국민들의 불신과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가의 존엄이 훼손당했으며, 국민의 자존감이 무너졌다. 민주공화국의 헌법이 부정되었다.
필자는 지난 대선 준비과정에서 당시 박근혜후보에게 수 차례 교육정책 관련 자문을 한 바 있다. 주요 공약으로 대학등록금 반값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였고, 직무능력평가에 의한 능력중심사회 구축방안, 교육복지·학습복지 확대 등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필자가 고교평준화의 전국 확대와 입학사정관제 중심의 대입제도 혁신을 요구하면서 새누리당 정책과 어긋나며 멀어졌던 경험이 있다. 후보 본인은 현장에서 고교평준화의 전국 확대에 긍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의 직후에 다시 변경되었다.

최근 최순실과 정유라, 그리고 이화여대 사태를 바라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분노와 함께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대통령의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교육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대입 부정과 대학의 행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 공감한다.

하지만 필자는 추가로 의문을 제기한다. 교육부가 주관한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대학재정지원정책의 공정성도 이미 추락하였다. 교육부로부터 이화여대와 영남대가 받은 대학재정지원 규모는 다른 대학과 비교를 불허한다. 국사 국정교과서는 이미 명분과 추동력을 모두 잃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대입 부정입학 의혹을 받는 사례가 이것뿐이겠는가? 입학사정관에 의한 정성평가가 핵심인 점은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이 모두 동일하다. 그 전형들은 본질적으로 정성평가 중심의 입학사정관전형이다. 이러한 현행 대입제도에서는 어떤 비리나 부정도 불법이 아니다. 모두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명분으로 합법이 된다.

현행 학생부종합전형과 특기자전형은 대가를 주고받은 증거만 드러나지 않는다면 어떤 비리와 부정도 합법으로 둔갑시키는 전형이다. 그 결과, 이미 지난 칼럼에서 밝혔듯이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은 9-10분위의 최상류층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국가장학금 신청자들의 소득분위 자료로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한국장학재단에는 각 대학의 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면 소득분위별로 구분이 된다. 대학생들의 소득분위를 확인하려면, 주요 대학의 2015년 국가장학금 신청현황 중 소득분위별 분포를 확인하면 매우 간단하다.
필자가 이미 지난 칼럼에서 밝혔듯이, 2015년 국가장학금 신청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 중 E대학교는 2015년의 기초생활수급자부터 8분위까지의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전체 재학생(대학알리미에 공개된 2016년 재학생 총수)의 31.1%, Y대학교는 33.8%, S대학교는 34.5%, H대학교는 37.9%, 또 다른 H대학교는 45.0%에 불과하였다. 전체 재학생 중 기초생활수급자부터 8분위까지의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의 경우 재적학생의 절반 이상이 9·10분위 학생들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일부 대학은 3분의 2를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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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다. 서울 주요 사립대학은 가히 상류층 학생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대학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이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의한 때문인지, 그렇지 않다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 당국은 그 원인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필자는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런 사태에 한정하여 급격히 분노하는 소위 교육진보세력을 이해하기 힘들다. 특정한 대입부정사례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대입제도가 이미 불평등 재생산기제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미 국민 다수가 대입제도의 문제에 분노하고 있음에도 교육진보세력은 지금까지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왜 그럴까? 교육진보세력이 너무 늙었을까? 너무 부유해졌나? 그들은 대부분 교육계에서 안정적으로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 교육노동자인 교사와 교수들이다. 그들은 이미 중상위계층이고, 일부는 권력의 한 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지방의 교육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대입제도로 분노하고 고통 받고 있는 진짜 서민과 학생은 다른 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이자 무기일 뿐이다. 소위 교육진보세력 중 상당수는 이미 보수화되지 않았을까? 필자는 이런 의문이 든다.

입학사정관제가 본질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집단은 누구일까? 물론 상류층집단이다. 소수 권력층집단이다. 그런데 교육자집단 특히 교수집단은 어떨까? 교수집단은 수혜집단일까 아니면 피해집단일까?

지난 몇 년 동안 입학사정관제가 본질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으로 교수집단은 과연 혜택을 받지 않았을까? 주요 대학에서 몇 년 사이 교직원 자녀 입학비율 증가 여부를 파악하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학들은 그런 자료를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여론을 보면 일부 고교의 학생부조작과 특히 이화여대의 부정입학 의혹사건을 계기로 입학사정관제가 본질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교육보수세력은 상류층인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신자유주의 지향성 때문에 어차피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을 적극 지지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소위 교육진보세력은 현행 대입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상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반적인 제도나 정책 자체가 아니라 주로 특정 부정사례에 비판의 화살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볼 때, 필자는 혹시나 대입제도에 대해 너무나 조용한 교육계 자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것도 아니면, 교육제도와 구조, 교육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인과 특정대학만의 일시적인 일탈 문제로 생각하고 싶은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야 좀 편할 것이다. 스스로의 입장이 합리화 정당화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 국민의 고통과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행 대입제도에서는 어떤 비리나 부정도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다. 명백한 부정입학도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전형으로 둔갑한다. 그것을 규제할 방법도 사실상 전무(全無)하다. 이번 이화여대 정유라(정유연)사건의 경우는 명백히 드러나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기에 여론재판으로 그 실태가 법적 처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수사와 처벌일 뿐이다. 대입부정이라는 커다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추정된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이라는 고입제도도 그런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명백한 부정입학도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전형으로 둔갑할 수 있는 이런 대입제도를 언제까지 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현재 정부 여당과 특정인 특정대학에 초점을 두고 있는 학부모와 국민들의 분노가 언제인가는 교육집단 전체를 향한 분노가 될 수도 있다. 언론의 댓글에서는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은 교육자와 대학의 절대권력이 행사되는 전형이라는 비난이 공감을 얻어 가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반응이 확대되도록 방관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필자는 교육진보세력에게, 아니 교육개혁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교육의 핵심 병폐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의 혁신을 포함한 대입제도의 개혁을 위한 관심과 노력을 호소한다. 동시에 수능도 창조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도록 개혁하고, 대학별 논술은 폐지하되 수능을 논·서술형으로 개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상으로 드러난 하나의 사건이 그 자체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세력을 바꾸어야 하고, 정책 전반을 바꾸어 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루어진 행정부 개편 그리고 여소야대 국회를 활용하여, 대입제도와 대학재정지원정책을 포함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