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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순실의 금고(은행)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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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순실의 금고(은행)는 없다?

[글로벌이코노믹 공인호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경(政經)유착의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 롯데, SK, CJ, 포스코, 부영 등 소위 글로벌기업부터 중견 건설사까지 '그녀'에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돈보따리를 상납한 기업만 무려 5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는 피해자 코스프레에 여념이 없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행여 '대가성'과 결부돼 뇌물죄 적용을 받을까 입도 뻥긋 못한다는 '웃픈' 얘기까지 들린다.
지금 당장 소나기를 피하려다 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최태민 일가가 누려온 탐욕의 시간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처럼 굴지의 기업들이 최순실 사태의 '굴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최순실 정국에서 비켜서 있는 모습이다.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재정비할 절호의 기회라는 관전평까지 나온다.

최소한 현 시점까지는 '정금(政金)유착'의 고리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사실 시중은행의 경우 불과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정치 스캔들에 연루됐던 일이 빈번했다. 신군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IMF 외환위기 전후만 하더라도 은행장들이 직접 돈봉투를 들고 선거판을 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치 혹은 관치금융이 극에 달하던 터라 목숨줄을 연명하려면 힘있는 정권에 줄을 대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일 터다.

'주인'이 없다보니 낙하산 인사가 투입되기 일쑤였고, 장기집권의 폐해를 경험한 특정 은행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세를 키운 배경에 정치권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암암리에 돌기도 했다.
올해로 4전5기에 나선 우리은행이 '정부와의 결별(민영화)'을 최대 숙원사업으로 여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국내은행들이 최순실 사태에서 '깨끗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미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이 의혹을 눈길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한사태, KB사태 등의 모진 성장통을 겪었던 은행들이 지배구조 정비를 통해 외풍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는 점에는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요즘이다. 최소한 한국 금융이 '우간다 수준'이라는 혹평이 현 정부 및 정치권에서 나올 법한 말은 아님도 분명하다.
공인호 기자 ihkong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