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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고부가가치 산업, 중국의 대미 투자 새로운 트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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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고부가가치 산업, 중국의 대미 투자 새로운 트렌드로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2014년 중국의 PC 및 휴대폰 제조 업체인 레노버(联想集团)는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구매 총액은 약 29억1000만 달러(약 3조2039억원)에 달했다. 뒤이어 2014년 10월 1일 IBM x86서버 사업을 23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미국에서 추진된 초대형 인수 사업의 기록을 갖게 됐다.

2014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세계 최대의 성장 기업으로 등장한 알리바바 또한 월마트, 아마존과의 경쟁과 함께 미국에 중국을 인식시키는 목적으로 미국 첨단기술 신생기업에 투자를 결심하는 등 미국 시장을 최대의 목표로 선정하고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중국에서 미국 등 선진 경제로 흘러드는 자본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브랜드 기술의 인수나 고부가가치 업종 및 분야에 대한 투자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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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中美)관계전국위원회와 룽딩그룹(荣鼎集团)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5년 중국기업 미국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2015년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직접 투자한 자금은 150억 달러(약 17조1550억원)를 초과했으며 동기 대비 약 30% 상승했고 거래량은 171건으로 동기 대비 13% 상승했다. 그중 인수합병 거래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거래량이 100건을 초과했고 총금액은 135억 달러(약 15조4575억원)에 달했다.

또한 그린필드 투자도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거래금액이 18억 달러로 동기 대비 34% 상승했다.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혁신 클러스터 지식재산권에 대한 강력한 보호와 인재 자원이 중국기업들로 하여금 미국에 가서 투자하게 하는 주요한 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중국 기업들의 미국에서의 투자는 계속하여 빠른 성장세를 유지해 투자금액은 300억 달러(약 34조3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 기술과 혁신 산업으로 방향 바꾼 중국의 해외 투자


중국 본토에 대미 투자 붐이 고조되는 가운데 레노버와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산업 가치 상승과 기술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인수 및 투자 대상을 결정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대한 트렌드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뉴욕 아시아 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중국의 새로운 대미 투자 붐으로 형성되고 있다”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중국의 글로벌 투자는 2000년대 초에 시작되어 해외 투자의 첫 번째 물결은 개발도상국 및 호주, 캐나다 등 자원이 풍부한 선진 경제의 채굴 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추세를 분석해 보면 중국 자본은 선진 경제의 채굴 산업 이외의 산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과학 기술과 혁신 집약적 산업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를 보였다. 그중 정치적·사회적 환경이 안정되고 자연자원이 풍부한 미국으로의 투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진출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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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중국이 미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를 대폭 증가시킨 첫 번째 목적은 에너지 및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획득과 혁신으로 방향을 재설정했다. 중국의 투자자들이 공표한 2014년 1분기 하이테크 거래 가격은 60억 달러(약 6조6060억원)를 넘어 섰으며 여기에는 ‘모토로라 모바일 업무’와 ‘IBM의 x86 서버 사업’을 인수한 레노버의 사례와 함께 미국의 전기 자동차 브랜드 ‘피스’의 완샹그룹(万向集团)에 의한 인수 선언도 포함된다.

몇 년 전 하이테크 산업의 투자 동향은 전자 장비와 기계, 자동차 부품이 주축이었지만 현재는 신에너지 및 항공우주, 바이오 기술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업종이 결합된 분야로 방향이 전환되어 가고 있다.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 투자는 미국 37개 주에 이르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및 기타 독특한 혁신산업 클러스터를 자랑하는 일부 주에서는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투자 주체의 대부분은 중국의 경제 개발 지구에 위치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민간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인수 외에도 중국 기업들은 현지 법인 설립 등에 의한 그린 필드 투자에 의해 미국의 高부가가치 산업에 진출하고 있으며 연구개발(R&D) 시설과 학습 센터, 생산·유통 시설, 지식 기반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흥미를 높이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금융, 사업 서비스 등 업종의 거래 수와 투자 총액은 201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상은행이 동아은행의 미국 사업부를 인수하고 다청(大成)과 잉커(盈科) 등의 중국 법률사무소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의 예가 있다.

중국 투자, 현지에 더 많은 고용 창출 기여


투자의 양과 질 모두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한 기간은 짧고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규모는 여전히 작으며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이 중국 기업으로 하여금 미국에서 뿌리내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영양제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미국 시장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힘들게 ‘학습곡선(learning curve. 學習曲線)’을 터득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미국에서의 경영이나 인사 정책, 경쟁, 시장 환경 감시 등을 학습했으며 이에 적응할 수 있었다.

많은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환영 받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지난 2014년 중국 ‘북부기관차(CNR)’는 미국 매사추세츠 교통국(MBTA)이 진행한 전동차 교체 ‘T 프로젝트’ 입찰에서 5억5660만 달러(약 6128억원)로 낙찰에 성공했다. 이후 북부기관차는 수주를 계기로 6000만 달러(약 661억원)를 투자해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에 전동차 부품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현지에 250여 개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배경을 제시했다. 그로 인해 매사추세츠 패트릭 주지사로부터 “프로젝트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 주민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냈다.

중국철도총공사(中国铁路总公司)에서 제작한 철도차량.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철도총공사(中国铁路总公司)에서 제작한 철도차량.
북부기관차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완제품의 수출은 자칫 미국의 반발을 살 수도 있지만 현지에 공장을 건설해 제조·납품하는 중국 북부기관차의 방식은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현지 경제와의 공존 형태의 사슬이 실현되면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다른 프로젝트 입찰 시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응원도 전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이후 중국철도총공사(中国铁路总公司)에서 선도한 중국 측 연합체와 미국 서부익스프레스공사(美国西部快线公司)가 ‘미국 서부 익스프레스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합작 건설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중국의 투자 프로젝트 중에는 그다지 성공을 확신하거나 환영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많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해 아무런 문제 없이 갈채를 받고 있다. 칼라 힐스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도요타 자동차 등 일본 기업이 미국에 진출했을 때 적의를 표하고 대우한 적은 있었지만 오늘날 이러한 적대감은 찾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기업 문화를 배우고 있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규칙을 실천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의 ‘학습곡선’ 가속을 꾀하고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