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한복은 선릉역에 있는 기품있는 한복전문집이다. 11일 금요일 저녁 7시 이곳 1층 응접실에서 강부자, 최백호의 가을 음악회가 열렸다. 80여명의 중장년들이 조용한 눈인사를 나누며 모여 들었다. 간단한 저녁 식사에 이어 70여분의 무대가 이어졌다. 연륜이 느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가을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가수의 선곡과 목소리는 깊은 가을로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작고 좁은 물리적 공간(Space)이 삶의 의미 있는 한 장면(Scene)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그 순간은 내 삶 속으로 천천히 흘러 들어와 추억의 한 장면으로 오랫동안 남겨질 것이다. 관계 지향의 시대일수록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온전히 내 안으로 집중하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행복이란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표현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이다.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 내안으로 집중, 그러나 여기엔 함정이 숨어있다.
“내 자식은 죽도록 공부해도 가기 어려운 대학을 그들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쉽게도 들어갔구나. 그래서 결국 내 아이가 다쳤구나. 정치란 내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나의 문제였구나!.”
광화문 자유발언대에서 열변을 토하던 중,고등학생들을 기억해보라.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혼돈의 가을이다. 나부터 보듬고 위로하자. 그러나 분절된 개인은 모두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내면에 집중하되 밖으로 연대하고 결속하자. 냉정과 열정을 다해. 우리는 그렇게 행복의 파랑새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글·김시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