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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2016년 혼돈의 겨울을 맞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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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2016년 혼돈의 겨울을 맞이하는 법

김시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김시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김시래의 파파라치] 통계청에 의하면 10월 현재 취업준비생의 수가 65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는 전세계 직장인들의 유급휴가 사용 실태를 발표했다. 평균 20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일까. 단 8일, 조사 대상국 중 꼴찌였다. 불황과 디지털의 분주함과 경쟁의 정글속에서 불안감이 쌓이고 있다. 편의점에서 혼자 한끼를 때우고 핸드폰을 만지작하다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비상식적이고 퇴행적인 정치적 상황까지 겹쳐 무기력과 자괴감으로 얼룩진 이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김혜순한복은 선릉역에 있는 기품있는 한복전문집이다. 11일 금요일 저녁 7시 이곳 1층 응접실에서 강부자, 최백호의 가을 음악회가 열렸다. 80여명의 중장년들이 조용한 눈인사를 나누며 모여 들었다. 간단한 저녁 식사에 이어 70여분의 무대가 이어졌다. 연륜이 느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가을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가수의 선곡과 목소리는 깊은 가을로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작고 좁은 물리적 공간(Space)이 삶의 의미 있는 한 장면(Scene)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그 순간은 내 삶 속으로 천천히 흘러 들어와 추억의 한 장면으로 오랫동안 남겨질 것이다. 관계 지향의 시대일수록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온전히 내 안으로 집중하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행복이란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표현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이다.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 내안으로 집중, 그러나 여기엔 함정이 숨어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끄라깡의 말이다. 내가 필요한 것보다 남들이 가진 것에 관심이 많다. 남들과 비교하는 데서 불안과 불행이 싹튼다. 그런데 물어보자. 상병이 별 단 장군을 부러워하던가? 말년병장을 제일 부러워 할 것이다. 우리의 비교대상은 저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간만에 진급을 한 직장 동료나 아파트에 당첨된 동창생이다. 금수저는금수저끼리 경쟁하고 흙수저는흙수저끼리 시기하는 것, 인간 세상 당연 지사라고 하자. 문제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과 비교하다보면 나와 가까운 문제가 아니면 나와 상관없다는 냉소적 이기심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시민들에게 정치는 정치인들, 힘 좀 쓴다는 사람들, 그들만의 리그였다. 그러다 이번엔 절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내 자식은 죽도록 공부해도 가기 어려운 대학을 그들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쉽게도 들어갔구나. 그래서 결국 내 아이가 다쳤구나. 정치란 내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나의 문제였구나!.”

광화문 자유발언대에서 열변을 토하던 중,고등학생들을 기억해보라.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혼돈의 가을이다. 나부터 보듬고 위로하자. 그러나 분절된 개인은 모두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내면에 집중하되 밖으로 연대하고 결속하자. 냉정과 열정을 다해. 우리는 그렇게 행복의 파랑새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글·김시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