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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지방이라고 다 똑같은 지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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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지방이라고 다 똑같은 지방이 아니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지난 10월 미국의 채식주의자 엘리자베스 호크라는 여성은 11개월 된 아이에게 소량의 과일과 견과류 외에는 어떤 음식도 주지 않아 아이가 영양부족으로 발달 장애를 겪었으며 제대로 기지도 못하는 상태에 도달해 고발당하면서 그녀의 ‘비건 아이 키우기’가 막을 내린 바 있다. 또 2005년에는 미국의 조셉-라모이 앤더슨 부부가 태어난 지 6개월밖에 안된 유아에게 밀과 코코넛 워터, 아몬드 밀크만 먹여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기도 했다.

채식주의가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것이 아니라 한창 성장기에 있거나 아직 모든 기관과 소화시스템,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기 전에 있는 유아나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는 해가 될 수 있으며 부분적이나마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얼마 전 지방섭취를 늘리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법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간 적이 있다. 그것이 성공할 수 있는 일부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채식에 익숙한 우리로선 너무 많은 지방을 받아들이기가 무척 어려운 방법이다. 아무리 좋은 영양소라고 하더라도 우리 몸에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또 필요한 만큼은 공급이 되어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의 경우 철분 등의 무기질 섭취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동물성 식품을 어느 정도 섭취해 주어야 한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은 동물성 식품 등과 함께 다양하게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친 다이어트나 많은 양의 지방섭취 등 극단적 식생활을 갑자기 선택하면 매우 위험스러운 지경에 도달할 수 있다.

한편, 일반인들은 지방이 체내에 축적되어 살을 찌개 만드는 성분이라고들 생각을 하고 있으나 적당한 양을 섭취하면 우리 몸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이 되고 체내에 축적되지 않을 수가 있다. 물론 섭취량에 의한 문제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비율로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먹고 단백질과 지방을 그 다음으로 섭취한다고 하더라도 복부지방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는 단가불포화지방 함유량이 높은 카놀라유 등을 일반 지방을 대신하여 섭취하였을 경우 복부지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캐나다 대학의 연구팀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올레인산비율이 높은 지방, 예를 들면 카놀라유나 고올레인산 카놀라유를 섭취한 경우 다른 지방을 섭취한 경우에 비하여 복부비만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고 한다. 아마도 체내에 축적되는 타지방과는 그 특성이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지방의 구조적 특성을 이용하여 체내에 쌓이지 않고 에너지로 소모될 수 있는 지방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평소 먹는 지방보다는 분자량이 적은 중쇄지방산(MCFA)이 함유되어 있는 기름은 일반 식용유에 비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중쇄지방산은 주로 코코넛 오일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물에 잘 녹고 우리 몸 속에서 소화 흡수가 빠르게 이루어진다.

따라서 평소 지방을 섭취했을 때 우리 몸에서 필요한 만큼 쓰고 남으면 나머지 부분은 주로 체지방으로 쌓이는 성질을 가진 분자량이 큰 일반 장쇄지방산과 달리 섭취한 중쇄지방산이 대부분 에너지로 사용되어 버리기 때문에 체지방으로 몸에 쌓이는 양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 지방은 사실 모유나 우유에도 들어 있는 안전한 성분이지만 그 양은 작은 편인데 이를 가공방법을 통해 제조해 낼 수가 있다.
현재 이러한 기능성은 식약처로부터 공식 인정받았고, 일본의 후생노동성을 비롯해 대만과 중국의 국가 기관에서도 건강•보건 식품으로써 인정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인체적용시험을 통해서도 일반 식용유 섭취 시보다 체지방량 감소 및 피하지방, 내장지방의 면적 감소를 확인했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튀김, 볶음 등 요리가 살이 찔까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기름을 선택하면 체지방 축적에 대한 불안감 없이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지방이라고 다 똑같은 지방이 아닌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