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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중국 서비스 산업의 '폭풍 성장'…주머니 두툼해진 13억 인구 돈 쓰는 맛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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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중국 서비스 산업의 '폭풍 성장'…주머니 두툼해진 13억 인구 돈 쓰는 맛을 알았다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급속한 경제성장과 소득 향상
정부, 강력한 정책까지 뒷받침
바이두·텐센트 등 기업 등장
초기 미국 비즈니스 모델 복사
점차 중국 독창성에 혁신 접목
다양한 분야서 전 세계로 확산

▶ 중국 서비스 산업의 성장 배경

2015년 말 세계 시가 총액 상위 5000개 기업을 살펴보면 중국기업(홍콩 제외)이 1107개를 차지해 2000년의 326개에서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5000개사의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중국기업 구성비도 1.3%에서 13.6%로 10배 이상 확대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에는 석유와 철광석 등 자원과 소재 계열 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중반부터는 중앙 정부의 정책으로 국유기업의 민영화가 진행되어 금융업이 증가했다. 후반부터는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과 부동산, 소매 콘텐츠 미디어, 광고, 레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기업이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서비스 산업 성장 배경에는 13억 명의 거대한 인구 규모뿐만 아니라, 급속한 경제 성장과 소득수준의 향상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2000년 4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중국의 1인당 GDP는 2015년 1만4000달러로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자동차 판매 대수는 209만 대에서 2460만 대로, 소매 매출은 6.7조 위안에서 30.1조 위안으로 대폭 확대됐다. 최근 세계 최대의 스크린 수를 기록한 영화서비스 영역에서도 2015년 12.6억 명의 관객수를 기록해 2005년의 7.9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행시장도 고도성장을 지속해 2015년 국내여행자 40억 명을 기록하며 2000년의 5.4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달성했다.

▶ 서비스산업 최대 성장 요인,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서비스산업의 최대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소매, 물류, 레저 시설을 비롯해 영상이나 게임 콘텐츠 등 여러 분야에서 외자의 진입을 규제해온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전자상거래를 주도하는 알리바바와 부동산계 대기업 다롄완다그룹 등 국내 서비스기업의 성장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2000년대 접어들어 ICT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통신인프라 확충이 인터넷 서비스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또한 모바일 기기의 급격한 보급과 함께 2000년 2250만 명이었던 인터넷 사용자 수는 2015년 6억8830만 명으로 확대됐으며 보급률은 50%를 넘어섰다. 정보 통제의 목적으로 구글(Google)이나 페이스북(Facebook) 등의 검색·정보 사이트를 규제함으로써 로컬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나 SNS ‘텐센트’ 등은 글로벌 기업의 경쟁에서 벗어나 순풍을 맛보기도 했다.

▶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기업가의 등장, 서비스기업 성장 가속화


1980년대에 제조업과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비즈니스 경험이나 학력을 배경으로 삼지 않는 선구자적인 기업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제 발전과 정책의 효과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기업가가 등장함으로써 서비스기업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칭다오시 정부 가전부문 담당 매니저였던 ‘장뤼민(張瑞敏. 1949년 生)’은 1984년에 ‘하이얼’의 전신인 ‘칭다오냉장고’ 공장장에 취임한 이후 경영난이 계속되고 있던 공장을 재건해 세계적인 백색 가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11월 11일 광군제를 맞아 솔로데이 쇼핑을 진행해 알리페이 결제액만 20조원을 넘는 신화를 썼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11월 11일 광군제를 맞아 솔로데이 쇼핑을 진행해 알리페이 결제액만 20조원을 넘는 신화를 썼다.
또한 1988년에 ‘다롄완다그룹’을 창업한 왕젠린(王健林. 1954년 生)은 본래 군인이었으나 다롄에서 시작한 부동산 사업으로 거대한 대기업을 구축해, 2016년 포버스(Forbes)가 발표한 세계 부자 랭킹에서 아시아 최대 갑부 자리를 차지했다. 완다의 서비스 사업은 2012년 미국 2위의 영화관 체인 ‘AMC엔터네인먼트’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자리에 올랐으며, 영화관 체인과 영화 제작 관련으로 구성된 영화사업 외에도 호텔과 쇼핑센터, 골프장과 스키장, 극장, 병원 등 대규모 리조트와 테마파크 등의 서비스 분야로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로 자극을 받은 정부기관 직원과 교육 및 학술 연구자에 의한 창업이 증가했다. 전 베이징 대학 영어교사 위민훙(俞敏洪. 1962년 生)은 1993년 TOEFL 시험 준비 영어 학원을 축으로 한 ‘신동방교육과학기술그룹(新东方教育科技)’을 설립해 중국 전역에 748개 학습센터를 구축했으며 연간 360만 명(2016년 기준)이 학습하는 중국 최대의 교육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들과 비교해 2000년 전후에 등장한 기업은 창업 초기에 해외 진출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해외 진출이 용이해졌던 것이 원인이었다. 1998년 텐센트를 창업한 마화텅(马化腾. 1971년 生),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马云. 1964년 生), 2000년 바이두를 창업한 리옌훙(李彦宏. 1968년 生) 등이 그 전형으로 다양한 인터넷 관련 서비스 사업에서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록 미국 유학이나 해외에서의 사업 경험이 없지만, 사업 경험이 풍부한 유럽과 미국 등의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임원진에 채용해 노하우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전례 없는 속도로 기업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고등교육의 입학률과 유학생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2013년 취학자 수는 3400만 명(취학률 30%)으로 2000년의 5배로 확대됐으며, 같은 기간 중국인 유학생 수는 70만 명을 넘어섰다. 그로 인해 교육 수준이 높은 국제 감각을 가진 인재가 급증했으며, 이는 곧 글로벌 기업가의 활약으로 이어졌다.

▶ 美 비즈니스 모델 복사에서 혁신 창출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서비스기업의 대부분은 미국 태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으로 반입하면서 성장했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기업 이외에도, 중국판 유투브(YouTube)라 불리는 중국 최대의 동영상 포털 사이트 ‘유쿠(忧酷. youku. 2015년 알리바바 인수)’, 중국판 우버(Ucer) ‘디디추싱(滴滴出行)’, 중국판 넷플릭스(Netflix) ‘러에코(LeEco)’, 여행 예약 사이트 Expedia의 중국판 ‘씨트립(Ctrip)’, 민박 서비스 Airbnb의 중국판 ‘투지아왕(途家网)’, 맛집 정보사이트 Yelp의 중국판 ‘따종덴핑(大众点评. 텐센트가 20% 지분 보유)’ 등 생활 인프라와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서비스를 전개하는 다양한 기업이 등장해 중국의 서비스산업을 주도해 나갔다.

▶ 중국시장에 접목시킨 독창적인 서비스 모델 탄생


성장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반드시 미국 기업의 중국판인 것은 아니다. 중국시장에 접목시킨 독창성 있는 서비스로 성공한 사례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가 2009년에 시작한 소매 이벤트 ‘솽쓰이(双11. 솔로데이)’는 2015년 당일 매출 912억 위안에 이어 올해 1207억 위안을 달성해 기네스 기록을 갈아 치우며 세계 최대의 소비자 이벤트로 성장했다. 또한 텐센트는 Facebook의 메시지 응용프로그램을 현지화한 ‘위쳇(微信. WeChat)’과 게임, 전자상거래, 택시·택배 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생활관련 서비스를 연동시켜 9억 명이 이용하는 사회 인프라로 성장시켰다.

또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결제 응용프로그램에 자산관리, 대출, 보험 상품을 연결하는 등 서비스 영역을 확대시킨 결과 중국의 인터넷 금융서비스 이용자 수는 세계 최대인 5억 명을 넘어섰다.

▶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 발신지 구축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의 발신지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민간기업의 기술 이전에 매우 적극적이며 대학과 연구기관, 기술력 있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를 집적했으며 기업가를 지지하기 위한 구조가 구축되어 있다. 또한 성장 기업이 안정된 자산을 확보한 이후 투자 기업으로의 변신을 적극 주도해 경제순환의 원칙을 실천하는 무대로 유명하다. 이러한 성장구조를 중국이 고스란히 벤치마킹했다.

현재 중국 대륙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성공한 기업들을 주축으로 ‘청년 기업가 정신’이 고취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 기업의 지원을 통해 창업한 벤처기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로 인해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지에 미국 실리콘 밸리와 유사한 형태의 산업벨트가 탄생하기도 했으며, 연구개발(R&D)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향후 의료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 인터넷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신흥기업이 대두해 중국발 혁신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을 기대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길수 기자 g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