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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한국 유통산업의 성장과 새로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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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유통칼럼] 한국 유통산업의 성장과 새로운 변화

임실근 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임실근 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한국경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새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국경제상황을 두고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험한 여리박빙(如履薄氷)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인식은 전문가들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제반 경제지표에 근거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되었다고 해도 실업률과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는 물론, 서민들이나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사업지수는 역대 정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는 지금까지 경제를 받쳐온 수출이 둔화되는 반면, 저출산•고령화, 복지예산 증가, 기업구조조정과 정치공백 등 총체적 난국으로 인해 내수산업마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맥도날드와 세븐일레븐(7-11) 등 다수의 외국브랜드가 진입했다. 1992년 우루과이 라운드(UR)로 외국 자본이 유입되고 1996년 1월 유통시장 전면개방으로 외국 소매업체들이 단독으로 출자하였다. 1997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본격적인 외국자본의 투자로 한국유통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유통산업 변화과정에서 1994년 정부의 농특세 특별자금지원으로 탄생된 것이 ㈜농협유통 ‘하나로 클럽’이다. 지금의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제안자였던 APEC 김홍태 고문과 최고 CEO였던 원철희 회장의 예지능력과 도전정신으로 봐야 한다.
중소유통산업은 전통적으로 지역경제를 중심으로 특정지역에서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기존 위상은 무너지고 경영과 생계에 위협을 느끼면서 조직적으로 정부•국회를 대상으로 수습대책이 제안되고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 1996년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학계마저도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면서 대형마트의 출점에 따른 도시계획, 교통영향, 환경영향, 지역공헌 등을 도외시하고 상생방안마저 외면하였다. 특히 2004년 말 탄핵정국에서 국무총리주재 ‘규제개혁 관계 장관회의’에서 대형 유통점포신설 및 영업활동규제 개선방안이 확정되면서 대•중•소 갈등구도에 기름을 붓게 되었다.

정부는 2003년 이후부터 중소유통산업과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위하여 조직화•협업화•공동물류센터•기반시설•편의시설•이벤트와 공단•소상공인연합회 설립 등으로 지원해 왔다. 그러나 정부지원보다 변화가 빨랐기 때문에 지역상권이 몰락하면서 사회적비용이 증가했다. 2008년 6월 이상민•이시종 의원 등 20명의 여야의원 발의로 ‘대규모점포 등 사업활동조정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주요내용은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제한, 영업품목제한, 영업종료 시간 및 의무휴무일수 준수 등과 동법을 위반할 시 과태료 또는 영업정지 처분과 영업허가조항으로 인하여 붕괴직전의 중소상인들은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발전과 더불어 유통생태계도 엄청난 발전과 변화를 가져 왔다. 그러나 한국유통산업은 편의점•온라인 쇼핑 등 일부 업태를 제외하면 성장에 한계가 오면서 대•중•소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위한 숙제는커녕 한국경제의 기본과제인 고용창출과 미래성장 먹거리를 만드는 견인차 역할에도 공감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유통산업이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생존이 달린 먹이사슬이니까 어느 누구나 쉽게 해결하기는 어려운 과제이다. 특히 복잡하게 변해가는 보호무역주의와 국내외 유통경영환경에서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가는 것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대형유통기업과 중소유통은 ‘고래’와 ‘새우’에 비유되기도 한다. 현재 상황은 ‘새우’도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고래’도 새로운 시장에서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유통공룡인 ‘롯데’와 ‘신세계’가 백화점•면세점•온라인채널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명운을 걸고 ‘황소경기’처럼 싸우고 있다. 특히 아시아시장에서의 한류 열풍으로 ‘K-뷰티’ 시장이 커지자, 화장품시장에서 명문그룹 2세들이 자존심을 걸고 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 5100만명과 소득(GNP) 2만8000달러로 내수경제에만 매달리는 시장구조에서는 과다경쟁으로 인해 영업비용만 증가되는 어쩔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모바일 거래 하루 결제액이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도 백화점을 앞세워 온라인에서 해외직구와 비슷한 할인행사와 혜택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통한 네트워킹 효과는 지역 우수농산물의 거래도 촉진하고 있다. 이제는 가공•외식과 연계된 농산물 직거래로 이어지면서 오픈마켓•전문쇼핑몰•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경로사업자가 자유롭게 접근되는 디지털시대에 맞게 통화정책도 크게 변화될 것이다. 이제 한국유통산업은 융•복합시대에 맞는 코피티션(Coopetition)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실근 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