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40달러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이날 감산 합의 소식이 전해지며 전 거래일 대비 9.3% 급등한 배럴당 49.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1일에도 3.3%(1.62달러) 오른 배럴당 51.06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감산 합의 직후 OPEC은 내년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5~60달러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배럴당 55~70달러 선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라이언 토드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배럴당 60달러는 국제 경제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산유국들이 재정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 관계자 역시 러시아가 실제로 감산에 나선다면 유가는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국제유가 ‘매직넘버’가 50달러대를 넘어서 60달러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OPEC의 영향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감산 합의가 얼마나 유가를 끌어올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OPEC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시기에는 ‘감산’이란 말만 나와도 ‘국제유가 폭등’으로 이어졌지만 OPEC 산유국의 점유율이 급감하고 비OPEC 산유국인 러시아와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된 현 상황에서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미다.
특히 지나친 고유가가 셰일오일 증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OPEC의 딜레마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셰일오일 증산이 본격화되는 유가 매직넘버를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OPEC 산유국의 감산 합의로 유가를 배럴당 60~70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은 OPEC에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OPEC의 이번 감산 합의로 저유가 시대가 사라진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급락세가 시작된 2014년 중반의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OPEC은 이제 겨우 국제 원유 수급·유가 안정화의 첫걸음을 뗀 단계”라며 “OPEC 산유국들이 합의 내용을 이행해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