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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핫이슈] 민유성·강만수·홍기택…산업은행의 '잃어버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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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핫이슈] 민유성·강만수·홍기택…산업은행의 '잃어버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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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본점 / 산은
[글로벌이코노믹 공인호 기자]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결국 구속됐다. 올초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부총재로 자리를 옮긴 홍기택 전 행장의 '실종 사건'이 불거진지 불과 두달여 만이다. 민유성 전 행장도 평판 리스크를 거들었다. 무려 3대에 걸친 CEO 리스크가 산은의 정체성마저 뒤흔드는 형국이다.

◇ '직무유기'에 따른 혈세 누수…혁신안 '재탕·면피'
3일 금융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그동안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온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억대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강 전 행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사령탑(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며 소위 '왕의 남자'로 불린 인물이다. 지난 2011년 취임 당시 차관급 몫(?)이었던 산업은행장 자리를 꿰찬 후 거침없는 언행으로 숱한 논란과 화제를 뿌렸다.

강 전 행장은 이 기간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업체에 대우조선이 자금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조선과 산은 자회사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긴 의혹과 함께, 자신의 종친이 운영하는 중소건설사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관리감독 해야할 부실 자회사를 상대로 직무유기를 넘어 '갑질'을 해온 셈이다. 대우조선에 대한 거액 혈세지원 논란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는 산은으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앞서 산은은 지난달 18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에 대한 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전환을 의결했다. 지난해 유상증자분과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매입 규모를 합치면 3조원을 넘어선다.

안팎의 비난이 쏟아지자 산은과 수은은 지난달 조직개편 및 비용절감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나란히 발표했지만 '재탕과 면피' 위주의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잘못된 구조조정 개입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고 지배구조를 바꿀 생각도 안보인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혁신안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산은은 혁신안 발표 직후 친정부 성향의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철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혁신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형제의 난' 깜짝 등장한 민유성…최순실 리스크까지

강만수 전 행장의 전임인 민유성 전 행장의 깜짝(?) 등장도 산은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올 초 민 전 행장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롯데그룹 '형제의 난'에서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가신'으로 본격 등장했다.

지난 2008년 최초의 민간출신(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장) 산업은행장(겸 산은지주 회장)에 오른 그는 이명박 정부의 '산업은행 민영화' 드라이브의 첫 운전대를 잡았다. 당시 민 전 행장은 산업은행을 세계적 투자은행(IB)으로 만들겠다며 리먼브러더스의 서브프라임 부실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채 인수에 나섰다 사퇴 압력을 받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10년 흑역사의 정점은 홍기택 전 행장이 찍었다. 현 이동걸 산은 회장의 전임인 홍 전 행장은 지난 10월 대우조선의 5조원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국정감사 출석요구를 거부, 장기 도피행각으로 거센 비난을 샀다. 이 과정에서 AIIB에 휴직계를 내고 잠적해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기도 했다.

홍 전 행장 역시 지난 2013년 취임 직후 임기내내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이자 '서금회' 맴버로, 대선 후보시절 인수위에서도 활동해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홍기택 전 행장의 부인과 최순실씨의 연루 의혹까지 제기됐다. 홍 전 행장의 부인이 최씨를 통해 산업은행 및 산하 공기업 인사에 깊숙히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대우조선 사태의 책임론에 이어 전임 행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산은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KMI)은 국책연구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산업은행에 대한 비판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KMI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에 대해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이 최대주주고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라는 지배구조 차이에서 비롯됐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정책적 측면보다 은행이 추가로 지게될 리스크를 중시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지금부터라도 산업의 국가적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금융을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인호 기자 ihkong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