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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공정성 무너진 대입제도 수술 절실…국영수 위주 대입제도는 국가가 학생·학부모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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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공정성 무너진 대입제도 수술 절실…국영수 위주 대입제도는 국가가 학생·학부모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
안선회 중부대 교수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었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문화예술계와 정치권 못지않게 교육계도 요동을 쳤다. 정유라에 대한 고등학교와 대학 학사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분노를 느낀 것은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이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교육부의 감사를 통해서도 이화여대의 부정입학은 이미 명백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관계자들은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부정 개입 사실을 함구하며 변명으로 일관하여 또 한 번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교수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리 과제물까지 동원된 학사관리의 난맥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제 정유라사건으로 인해 특기자전형 전체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대학 학사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정유라사건으로 드러난 대입부정 사건이 어찌 이뿐이랴? 특기자전형에서의 부정은 수십 년 간의 적폐(積幣)였다. 부정입학을 시도한 자들도 특기자전형의 부정을 빌미로 삼아 다른 체육관계자들을 비난하거나 추방하면서, 자신들의 인맥을 승마대회 심사자로 집어넣는 부정을 획책할 정도로 만연한 것이 체육계 부정입학이다. 정유라 사건에서 보듯이, 또 다른 더 큰 입시부정을 시도하려고, 기존 입시부정을 빌미로 반대 인맥을 내쫒는 웃기지도 않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체육이나 일부 예술 계통 부정입학이 대입 전반으로 확대된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였다. 이명박 정부가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폭 확대할 때부터 다양한 대입부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학사정관제는 고교등급제 금지 여부를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고교의 학업성취에 차별을 두기 시작했다.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되더라도 적은 비율로, 적극적 차별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면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크게 확대하면서, 부정은 확대되고 심지어 기부금입학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교과와 비교과 그리고 서류에 대한 정성평가가 학교를 차별하고 특정 학생에게 특혜를 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논술은 일부 감소했지만,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들이 구술고사 형태의 면접을 보면서 사실상 대학별고사도 본고사 형태가 되었다. 노무현 정부의 3불정책(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정책)은 이미 무의미할 정도로 사실상 해제되었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전면 확대하면서 대입부정은 더욱 전면화되고 있다. 이미 이러한 시실은 한양대 대입전형R&D센터의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부기록 과정에서 부풀리기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교사들도 제자 사랑의 왜곡된 형태로 부풀리기와 거짓을 학생부와 추천서에 쓰고 있다. 교육계는 그것을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자기추천서와 소논문 등 비교과와 서류 준비과정에서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거의 관행이 되고 있다.

대입과정에서 사교육이 사회적 관행과 절차로 굳어지고 있는 사교육의 제도화 현상 못지않게, 이제 사소하거나 커다란 대입부정이 교육현장의 관행과 절차로 굳어지고 있는 대입부정의 제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덧 대입부정은 막을 수 없는 경쟁게임이 되어버렸다. 사교육에서만 ‘죄수의 딜레마’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입부정에도 ‘죄수의 딜레마’가 적용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 대입준비는 마치 ‘죄수의 딜레마’ 상황과 유사하다. 자신이 학생부기록과 서류 준비에서 부풀리기(뻥)와 거짓말을 넣지 않고 버티면 버틸수록 그 사람은 손해를 보고, 부풀리기(뻥)와 거짓말로 서류를 꾸민 사람만 이익을 보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학생·학부모·교사들이 점점 더 서로 부풀리기(뻥)와 거짓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필자는 대입 공성성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 학생부종합전형과 특기자전형에서는 대입 공성성이 이미 무너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모든 대입전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교육자는 없다.
대입에서 공정성이 무너지면 교육선발의 공정성이 무너지는 것이고, 노력과 능력 그리고 자신의 노력결과와 학업성취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희망이 사라지게 된다. 박근혜-최순실 사태 그리고 이화여대-정유라 사태는 우리 교육의, 우리 사회의 공정성 신화를 무참히 박살내 버렸다. 수많은 학생 학부모들의 희망을 불살라 버렸다.

대입에서 공정성이 무너지면 상류층·권력층이 소위 일류대학·명문대학을 장악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정은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에서는 이미 사실이 되었다. 사회불평등이 교육불평등을 낳고, 교육불평등이 사회불평등을 재생산하며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런 대입제도는 국가가 학생 학부모들에게 가하는 거대한 폭력이다.

국가가 학생 학부모들에게 가하는 거대한 폭력이 또 하나가 있다.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대입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2017학년도 정시에서 서울대는 국·영·수 비율이 80%이다. 탐구는 20%에 불과하였다. 고려대 인문계열은 85.8%이고, 자연계열은 70%이다. 연세대는 약속이나 한 듯이 고려대와 동일하다. 서강대는 인문계열은 90%를, 자연계열은 85%를 차지하였다. 다른 주요 대학도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시에서의 학생부 교과 중 국·영·수 반영비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대학입학은 국·영·수가 좌우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수학이 으뜸이다. 수학은 국어·영어·수학 중에서도 가장 높은 반영비율을 차지한다. 주요 대학의 정시 수학 반영비율은 대부분 30%에 달하고, 서강대와 경희대는 심지어 35%에 달한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수학공화국이다. 수학을 못하면, 대학진학의 80-90%는 제약을 받는다. 학생이 국·영·수를 못하면 지원자 미달 대학과 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 결국 수학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필수적인 필요조건이고, 국어·영어·수학 모두를 잘해야 하는 것은 충분조건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2015통합형교육과정’에서는 수능에서 국어·영어·수학만이 아니라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필수로 응시하게 하고 반영한다고 한다. 이제 모든 학생들이 국어·영어·수학만이 아니라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까지 거의 모든 학문영역을 골고루 잘해야 대학에 가는 새로운 억압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겉으로는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고,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운다고, 진로교육을 한다고 떠들지만 정작 대입에서는 ‘통합교육’을 빌미로 ‘획일교육’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는 ‘국·영·수 획일교육’만이 아니라, 전 분야 ‘국어·영어·수학 +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획일교육’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학생이, 우리 자녀가 국·영·수를 못하면, 학습부진아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 이제는 ‘국어·영어·수학 +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모두 잘해야 ‘우수아’이고, 어느 하나라도 미흡하면 ‘부진아’가 되어야 하는가? 대체 어느 분야에서 그렇게 많은 ‘통합형인재’가 필요한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통합형인재인가? 그러면 모든 대학도 통합형전공으로 모든 학생을 선발해야 하지 않는가? 그것은 말도 되지 않는 억지라는 것을 당신도 알고 나도 알지 않는가?

굳이 다중지능이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안다. 지적능력도 언어능력과 논리·수학능력 등 다양하게 나누어지며, 지적능력이 아닌 공간지능, 신체운동, 음악, 대인관계, 자기이해 등 다양한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고 있다. ‘국어·영어·수학’을 모두 잘해야 한다는 것은 단지 하나의 편견에 불과하다. 심지어 ‘국어·영어·수학 +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모두 잘해야 한다는 입시는 학생에 대한 억압에 불과하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학생들의 강점, 그리고 꿈과 끼를 짓밟는다. 그들의 희망을 짓밟는다. ‘국·영·수’ 따위로 우리 아이들을 능력자와 무능력자로 구분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모든 아이들은 다양한 분야에, 수많은 능력,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모든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장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강점을 찾아 개발하고 지원하는 ‘모두를 위한 맞춤형 수월성 교육’, ‘학생강점맞춤형 개별화교육’, ‘학생성장맞춤형 책임교육’이 그래서 중요하고 절실하다. 그것이 우리 교육자의 의무이다. 그것이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위정자들의 의무이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 아이들을 좌절의 늪으로 몰고 간다. 국·영·수를 못한다고, 수학을 못한다고 학습부진아로 몰리고, 눈총과 낙인을 받아가며 ‘저능아’로 낙인 찍혀 현재를 살아간다. 그리고 ‘저능아’로 낙인 찍혀 미래의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못난이로 찍히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꿈과 끼가 꺾이고, 학교부적응아로 살아갈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능력과 가치, 자신의 잠재력·강점을 모른 채,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밝지 못한 어두운 인생을 살아갈까?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때 행복할 텐데 그러질 못한다. 그러니 학생들의 만족도·행복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따르면 수년째 대한민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6년 이래 최하위에서 벗어나, 2015년 조사에서 개선된 수준이 OECD 23개 회권국 중 19위였다.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하고 있는데 행복할 수 있겠는가? 국·영·수 위주의 대입전형은 학생들의 꿈과 끼도, 아이들의 행복도 빼앗아 간다.

그래서, ‘국어·영어·수학’중심의 대입제도, 심지어 ‘국어·영어·수학 +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중심의 입학제도는 국가가 학생 학부모들에게 가하는 거대한 폭력이다. 또 대학이 학생 학부모들에게 가하는 거대한 폭력이다. 이런 폭력은 더 이상 존치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특기자전형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특기자전형은 공정성을 개선하여 존치시켜야 하고, 모든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에서 대학의 전공진로, 학생의 강점·진로에 맞추어 반영 교과목을 반영하여 대입의 타당성(적격자 선발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공정성이 무너진 대입제도, 국·영·수 중심의 대입제도는 국가가 모든 학생·학부모들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공정성이 무너진 대입제도는 수많은 학생 학부모들의 희망을 불살라 버리고, 교육불평등과 사회불평등을 재생산하고 고착화시킨다. 국·영·수 중심의 대입제도는 학생들의 강점, 그리고 꿈과 끼를 짓밟는다. 그들의 희망을 또 다시 짓밟는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었다. 이제 대통령선거 국면이다. 교육분야에서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공정성이다. 대입에서 무너져버린 공정성을 바로 세우고, 소위 명문대학이 상류층·권력층에게 점령되어 버린, 이 기막힌 교육현실을 타파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공정한 교육선발과 참된 교육을 통해 교육정의를 바로세우는 것이다. 우리교육을 통해서, 가난한 가정의 학생도, 특이한 분야의 잠재력과 강점을 가진 학생도 우리 사회의 자랑스러운 그리고 행복한 구성원이 되도록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런 교육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그것이 교육자의 책무고, 정치인의 책무다.

대입제도의 문제를 보지 못하는 정치인, 대입제도를 개선할 의지와 역량이 없는 정치인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입제도의 문제를 보지 못하는 정치인, 대입제도를 개선할 의지와 역량이 없는 정치인은 아예 대통령 출마를 포기할 것을 권한다. 또 다시 ‘성적 중심의 대입’을 비판하며 ‘비교과나 서류를 통해’ ‘잠재력을 보자는’ 거짓말을 내뱉으려면 아예 교육을 논하지 말아야 한다. 잠재력도 노력을 통해 드러나야 진정한 잠재력이다. 드러나지 않는 잠재력을 본다는 것처럼 허황된 것도 없다. 그것이야말로 부정입학의 대표적인 명분이다. 대입제도의 문제와 원인을 제대로 보고, 대입제도를 개선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진정한 정치인, 진정한 교육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