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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2017] 정경유착 청산의 원년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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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2017] 정경유착 청산의 원년 되기를 희망한다.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최순실 게이트'는 재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정경유착의 고리인 전경련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강제 모금한 혐의가 들어나면서 28년 만에 그룹 총수를 한꺼번에 국회에 등장시켰다.

지난 1988년 일해재단 비리 관련 5공 청문회 이후 재벌은 정경유착의 근원이며 재벌의 경제력은 정경유착에 기원한다는 비난이 다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청문회는 정부와 재계의 다리 역할을 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존폐 여부도 쟁점으로 부각시켰으며, 삼성의 미래전략실 해체 선언까지 나왔다.

전경련과 삼성의 미래전략실은 재계의 심장으로 통한다. 이 두 개의 심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재계가 파괴적 혁신을 진행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재계의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삼성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통해 파괴적 혁신에 나섰다. 세대 교체와 과거 유산의 발전적 승계를 이뤄야 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위기의 전경련, 솟아날 구멍이 없다


지난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은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 3개 기업이 전경련에 연회비로 내는 금액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이 100억원, SK와 LG가 각각 50억원씩 낸다. 전경련의 연간예산은 400억원 수준으로 3개 기업이 전경련에서 탈퇴한다면 절반인 200억원이 사라진다.

특히 LG는 지난 12월 27일 전경련 탈퇴를 공식선언했다. 이는 구 LG회장은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의사를 밝힌 데 따른 실행하는 차원이라고 LG측은 설명했다. 새해부터 전경련 회원사로 활동하지 않고, 회비 또한 납부하지 않겠다는 것. 앞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탈퇴한 만큼 전경련은 그야말로 존폐기로에 서있다.

구 회장은 청문회 당시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재단 성격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각 기업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LG의 전경련 탈퇴로 다른 회원사들의 탈퇴 행진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 SK는 기업 총수의 발언에 따라 전경련을 탈퇴한다는 방침으로 현재 탈퇴방식이나 시기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차와 한화, 두산 등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4대 기업 중 3곳이 탈퇴를 하거나 곧 할 예정이기 때문에 ‘탈퇴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아직 공식적인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돌아가는 판세를 지켜보며 거취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전경련을 해체를 해야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해체가 아닌 해체에 준하는 대대적인 쇄신 등의 대안책도 논의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경련은 여러 차례 긴급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진로를 포함한 쇄신방안 마련에 나섰으나 주요 회원사들의 참여 저조로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전경련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사상 최악'인 상황을 의식해 기업들이 회의 참석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경련은 구 회장의 제안대로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씽크탱크로의 전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개혁방안 마련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데다 대기업 역시 탈퇴 러시가 이어지면 전경련이 해체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장단에 속한 기업들은 전경련 유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국회 청문회라는 공식석상에서 총수들이 탈퇴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이를 번복한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상공회의소의 역할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상의는 특별법인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정부와 국회로부터 감시와 견제를 받는 등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전경련의 역할을 대신할 단체로 가장 적절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그러나 회원사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기에는 회원사간 이해관계에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미전실 해체… 파괴적 혁신 시작


SK의 수펙스추구협의회, 롯데의 정책본부처럼 각 그룹은 콘트롤타워가 존재한다. 이중 가장 유명한 조직이 삼성 미래전략실이다.
미전실은 과거 해체된 전략기획실의 뒤를 이어 그룹 계열사의 사업과 경영진단, 전략기획, 인사 등을 결정하는 삼성의 심장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도모하고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어 왔다.

미전실은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비서실 조직에서 시작됐다. 이후 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본부(구조본)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6년부터 전략기획실로 탈바꿈됐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은 주요 경영진 퇴진과 함께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후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같은해 11월 미래전략실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미전실은 지난 20년에 거친 3세 경영체제 수립 과정에서 숱한 잡음과 국민적 질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 “미래전략실에 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선대 회장이 만든 조직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국민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특검을 앞둔 상황에서 당장 미전실 해체를 실천하기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부회장이 이같이 밝힌 것은 세대 교체와 과거 유산의 발전적 승계를 이뤄야 할 당사자가 이 부회장 본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전실 해체는 파괴적 혁신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언급처럼 내부적으로 미래전략실 해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비슷한 구조의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