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데스크칼럼] CES가 던져준 화두

공유
1

[데스크칼럼] CES가 던져준 화두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미국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2017)가 나흘 간 행사의 막을 내렸다. 지난 50년간 트랜지스터 라디오, VCR, TV, X박스 게임기, 드론 등으로 관심을 끌었고 올해엔 ‘연결성’이란 슬로건으로 행사가 치러졌다. 바둑을 복기하듯 되짚어 본다면 과연 올 CES에서 어떤 한 수를 배울 것인가?

올해 우리나라 업체들은 전통적인 강세인 TV같은 영상제품, 그리고 인공지능(AI)과 연계된 냉장고 등을 선보였다.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삼성-LG 두 회사의 TV화질 논쟁은 여전히 한국이 세계최고의 가전강국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AI와 연결된 냉장고는 우리가 정말 새롭고 스마트한 삶을 향해 가고 있음을 말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전세계에서 몰려온 CES 참관객과 전시업체들은 스마트폰 이후 최대어, 즉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이 뭔가에 대한 관심줄을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2만개 제품이 출품됐다는 올해 CES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자동차, 그리고 말을 알아듣는 각종 가전 및 전자제품이었을 것이다. 물론 로봇도 그 한켠에 끼워 줄 수 있겠다.

모든 이의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단연 자율주행차였다. 자동차쇼도 아닌 올 CES에 9개 자동차 회사와 11개 종합자동차 부품사들이 참가했다. 그리고 유독 빛을 발한 것은 엔비디아의 AI 칩셋(컴퓨터)이었다. 이 회사는 향후 나올 자율주행차에 자사의 칩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마치 과거 PC에 ‘인텔인사이드’가 당연시 됐던 것처럼. 엔비디아는 직접 제작한 자율차를 내놓고 시승식을 하기까지 했다. 자율주행차와 함께 이번 행사에서 관심을 끈 것은 음성인식을 하는 다양한 전자제품들이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아마존,MS,IBM같은 IT거인들 소유의 AI가 자리하고 있었다.

행사중 들려온 또하나의 주목할 만한 소식은 인텔이 독일 자동차 3사 공동 소유인 히어(HERE)맵 지분의 15%를 인수키로 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해 가을 인텔은 모빌아이와 함께 BMW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제휴했다.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지도회사 지분을 인수할까? 스마트폰 다음의 먹거리라는 자율주행차 사업을 위해 그만큼 지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엔비디아가 행사중 지도업체 젠린·히어와 AI기반 HD지도 제작에 협력키로 했다는 소식도 같은 의미로 읽힌다.

흥미로운 것은 이같은 올 CES에서 주목받은 트렌드인 AI와 디지털지도에 대한 중요성이 이미 지난 해 우리나라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며 교훈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이미 AI가 향후 얼마나 파괴력있게 다가올지 말해 주었다.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5000분의 1’ 한국 정밀 지도는 다시한번 지도가 4차산업혁명의 토대임을 말해 주었다. (구글은 상장후 거액을 거머쥔 2004년 8월로부터 두달간 지도회사 3개를 사들였다.)

이처럼 IT업계의 트렌드가 큰 울림을 가지고 1년 새 2번이나 우리 산업계에 경종을 울린 경우도 흔치 않다.
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독자적 AI 확보와 고정밀 디지털지도 산업육성이다. 올해 우리는 과연 구글홈, 아마존 알렉사, MS 코타나, IBM 왓슨처럼 전세계 기업들이 기꺼이 자사 서비스용으로 활용하고 싶어 할 AI를 확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반도체 업체조차도 탐내는 지도 플랫폼을 과연 제대로 키워낼 수 있을까?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