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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복지형태의 '양계장관리법'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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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복지형태의 '양계장관리법' 만들어야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50여 일간 지속되는 살 처분 속에서 3000여만 마리의 닭들이 죽어갔다. 병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었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건강한 닭들도 위험가능성 때문에 죽어야만 했다. 만일 이런 사태가 인간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과연 위험 가능성 때문에 억울하게 살 처분 당하듯이 건강한 사람들도 함께 몰살시켜도 되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 이의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심한 독감이 만연하더라도 평소 건강을 잘 유지한 사람들은 가볍게 병이 지나가지만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은 허약해진 몸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노약자들의 경우 죽음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질병의 원인이 오더라도 평소 어떻게 건강관리를 잘 하느냐에 따라서 죽을 수도 있지만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닭장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먹이만 먹고 알을 낳아야 하는 닭들의 경우 제대로 뛰어 다니지도 못하고 모래목욕도 하지 못한다면 면역력은 거의 제로상태에 가깝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대책 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철새들이 매년 날아오고 언제든 조류독감이 불어닥칠 것을 예상한다면 우리가 언제까지 살 처분에 의지해야 하나.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료개발도 대단히 중요하다. 녹차나 김치를 사료에 포함시켜 먹였을 경우 조류 독감으로터 닭들이 훨씬 자유로웠다는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사료개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백신을 통한 예방조치도 가능하다고 보나 수백 가지의 바이러스를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변이를 고려한다면 실현 가능성이 너무 떨어진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닭들에게 면역력을 키워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존의 폐쇄된 닭장 속에서의 양육은 당연히 운동량이 부족하여 스스로 병을 극복하기 힘들다.
필자가 잘 아는 지인은 상당히 넓은 공간에서 25만수의 닭들을 방목해 키우는데 AI가 발병 되어도 그곳의 양계장은 좀처럼 AI가 발병되지 않아 매년 걱정 없이 지낸다고 한다. 오히려 조류독감이 엄습하면 계란 값이 폭등하여 소득이 늘어나는 기쁨도 누리지만 그만큼 평소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여 건강하게 닭을 키웠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이웃마을에서 양계장 주인이 멀리 해외여행을 떠난 사이 동남아시아인들이 일군으로 사역하면서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양계장이 오염되는 바람에 아랫마을 양계장은 물론 음성으로 나타난 자신의 양계장까지도 모두가 건강한 닭들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25만 마리를 살 처분을 하고 말았단다.

면역력이 강하고 튼튼한 닭들을 살 처분 할 때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탓에 허무할 정도였다. 자신만 그렇게 키워서는 안 되며 모든 양계장들이 함께 과감하게 과거의 폐쇄된 닭장형태를 버리고 마당에 풀어서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선택하여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AI 사태에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몇몇 양계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서도 안 되며 우리나라의 모든 양계장이 일시에 이런 방식을 선택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법을 고쳐서라도 ‘양계장관리법’을 만들어 스스로 자생력을 갖고 면역력을 갖춘 닭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매년 찾아오는 철새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며 대량 살 처분을 피해 갈 수 있는 대처방안이다.

소나 돼지 구제역의 대처방법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들이 키우는 가축들도 사람들과 똑같이 깨끗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동물들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집안에서 함께 키우며 한 가족의 일원이 된 반려견처럼 이제는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처럼 키우는 방식으로는 매년 AI로 인한 대량 살 처분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