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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가짜 홍삼을 찾아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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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가짜 홍삼을 찾아내려면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식약처는 최근 “홍삼원료에 물엿 등 기준 외 물질을 첨가한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홍삼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당(糖)이 있는데, 물엿을 첨가한 경우라도 분석 및 성분검사로 당이 홍삼에서 왔는지 혹은 물엿에서 왔는지 그 유래를 구별해 내기 어려우며 식약처를 포함해 국내에서는 당성분의 유래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있는 검사가 가능한 기관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정확한 시험방법이나 검사를 하더라도 홍삼원료를 관리하는 부분은 매우 어려운 상태로 현재로서는 홍삼원료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기준 외 물질을 첨가해 홍삼유사 제품을 제조하면 또 다른 천호식품과 같은 상황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접근하는 방법은 약을 다룸에 있어서 보다 명확한 성분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함으로 성분이나 지표물질 위주로 판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분석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는지 모르나 전자코를 통하여 향기 패턴으로 분석하면 패턴 인식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는 이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농촌진흥청의 원예작물원팀 그리고 서울여대팀이 3년에 걸친 연구 과제를 통하여 그 방법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방법은 마치 사람의 지문을 인식하는 것처럼 특수성분 한두 가지에 의하여 판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가지의 성분들이 갖는 특성을 토대로 하나의 가상적인 지문을 만들어 보는 것이며 이 지문의 형태가 기준외 물질을 첨가한 것과 얼마큼 차별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하는 방법으로 소위 패턴인식이라는 시스템을 적용하는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의 활용은 이미 유럽 여러 나라에서 자국산을 떠나 어느 농장에서 생산되었는지 분별하기 위해 포도주나 치즈의 원산지를 판정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홍삼의 경우 인삼을 9번의 증자하는 과정을 거쳐 제조하는 것으로 열에 의한 파괴 때문에 유전자정보도 파괴되거나 하여 DNA에 의한 분별이 어렵다. 하지만 수십 가지의 극미량의 물질까지도 패턴인식프로그램에 적용하여 판별해보면 국내산 인삼에 중국산 인삼을 조금 섞어서 홍삼농축액을 제조한 경우 10% 단위로 몇 %까지 혼입되었는지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인삼협동조합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쿼터 량의 중국산 인삼이 배분이 되며 이를 국내산 제품에 혼입하여 제조한 경우가 있었다. 자신들은 절대로 혼합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하였지만 중국산 인삼을 직접 들여와서 국내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제조한 것들과 일정비율로 혼합하여 제조한 홍삼농축액의 패턴을 통해 몇 %가 혼입된 것을 확인시켜준 바 있다.

이 방법은 과거 식약처에서 오징어 젓갈에 한치 등 다른 생선 류가 들어가 제조한 가짜오징어젓갈을 구분하는 데 또 국내산 꿀에 사양꿀을 혼입한 경우에도 5% 수준에서 혼입 유무를 증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표성분 및 지표물질을 통해서 식품위생안전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공인된 기준방법으로 사용할 수가 없어 식약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꿀에 들어 있는 당이 벌이 꽃으로부터 따와서 만들었는지 아니면 설탕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당을 분석하여 판단한다면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꽃 속에 숨어 있는 꽃향기를 비롯한 미량의 물질들을 지문처럼 패턴인식으로 구분하면 이 또한 5% 수준에서 얼마나 사양꿀이 혼합되어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남을 속이려 드는 사람들도 첨단과학을 동원하여 이 정도면 찾아내지 못하겠지 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그런 방법을 뛰어 넘어 찾아내는 노력 또한 과학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단순한 성분만을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극복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미국의 CSI 팀들이 그 원인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보면 온갖 기술을 다 동원하여 찾아내고 만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CSI가 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분석방법의 한계를 뛰어 넘어 다양한 기준으로 판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여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