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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제조원가 올라도 납품단가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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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제조원가 올라도 납품단가는 그대로’

[글로벌이코노믹 김영삼 기자] #1 금형제조업체 A사는 3년 전 원사업자로부터 금형 제조위탁을 받고 납품해왔다.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고, 단가는 금형제작 마무리 단계에 원사업자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공정상 20.9%의 단가인상이 필요해 견적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년 동안 3억 4천만 원을 받지 못했고, 이 업체는 계속되는 경영 악화에 결국 지난해 폐업했다.

#2 기계부품 제조업체 B사는 원사업자에게 수 년 전 인건비가 적용된 납품단가로 부품을 납품해왔다. 이에 지난해 계약서에 따라 원사업자에게 단가인상을 요청했지만 원사업자는 단가를 올려줄 것처럼 하면서 시간만 끌고 결국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거래를 단절했다.
#3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C사는 원사업자로부터 제품개발을 요청받았고 개발된 제품을 납품했다. 원사업자는 이 부품에 추가 공정을 진행해 고객사에 납품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일부 품목에 대해 발주를 취소하거나 물량을 축소했고, 나중에 알아보니 원사업자가 직접 그 부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지난 12월 중소제조업체 47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납품단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42.7%였다. 지난 1년 간 제조원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52.0%인 반면 납품단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12.8%에 불과해 제조원가가 오른 업체 4곳 중 3곳 가까이가 원가 인상분을 자체부담하고 있었다.

조사대상 업체 중 납품단가와 관련하여 ‘변동 없다’고 응답한 업체는 71.6%, ‘하락했다’고 응답한 업체는 15.6%였다.

제조원가는 재료비 50.5%, 노무비 29.9%, 경비 19.7%로 구성됐다. 제조원가 구성요소 중 노무비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가 49.9%로 가장 많았고, 재료비, 경비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46.7%, 39.2%였다.

하도급 4대 불공정행위 중 하나인 기술탈취와 관련하여 원사업자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업체는 2.7%로 높지 않았지만 기계/설비 업종이 12.0%로 다른 업종보다 높게 나타났다. 부당반품과 발주취소를 경험한 업체는 각각 7.6%, 8.8%로 나왔다.

납품 후 60일을 초과해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60일을 초과하여 현금으로 대금을 받은 수급사업자 80.9%가 법정 지연이자를 받지 못했고, 60일을 초과한 만기의 어음으로 받는 경우 77.9%가 어음할인료를 받지 못했다.
하도급대금의 결제조건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금의 결제수단별 비중을 보면 현금 및 현금성 77.5%, 어음 21.5%, 기타 1.0%로 지난해 조사결과와 비교해 현금성 결제는 1.2% 증가하고, 어음 결제는 1.6% 감소했다.

불공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피해구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46.1%가 피해구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피해구제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하도급법상 손해배상절차 도입 40.2%,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26.9%, 손해배상 소송 시 법률지원 강화 16.0%를 꼽았다.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처벌 강화 38.5%, 법·제도적 보완 36.6%, 하도급거래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26.9%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경만 경제정책본부장은 “하도급대금에 대한 현금결제 비중이 증가하면서 결제조건이 점차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납품단가와 관련한 불공정행위는 중소하도급업체에게 여전히 가장 큰 애로요인이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의 노무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으므로 납품단가 인상에 적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03joongb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