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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천진영 기자] 설 대목 앞두고 가격인상 폭탄 맞은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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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천진영 기자] 설 대목 앞두고 가격인상 폭탄 맞은 소비자들

[글로벌이코노믹 천진영 기자] "어수선할 때 눈 한번 찔끔감고 올리면 1년이 편합니다. 물론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그때 뿐이에요. 원자재값 운운하는데 그것도 사실과 달라요.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거죠."

전직 식음료 영업사원의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식음료업계의 가격인상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전직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가 비판적인 이유는 크지 않다. 소비재 기업들 몇프로 남지 않는 영업이익 핑계로 가격을 올리는데, 오너들은 잘 먹고 잘 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직원들은 오너가 가격을 인상하면 그 화살을 온전히 맞아야 한다. 그렇다고 급여가 많이 오르지도 않는다. 결국 오너들만 좋은 게 가격인상인 것이기 때문에 그가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설에 식음료 오너들 떡값 제대로 챙겼다. 설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은 지갑 열기가 무섭다. 대목도 옛말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때다 싶은지 외식업계도 슬그머니 동참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핑계도 하나같이 똑같다. 원자재값과 관리비 상승이다. 인상은 최소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말 원자재값 때문인지 의문이다. 기업을 신뢰하지 못해서다. 제품별 원가 계산도 명확하지 않다. 주장하는 근거가 ‘핑계’로 해석되는 까닭이다.

결국 서민 살림살이만 더욱 팍팍해졌다. 연말연시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온 국민이 시름을 앓고 있는데 역시나 기업은 제 밥그릇 챙기기가 먼저다. 제조업체들이 경영 애로사항으로 내수부진과 불확실한 경제상황, 수출부진을 꼽는다지만 이로 인한 부진을 가격 인상으로만 회복하려고 한다.

더군다나 명절을 앞두고 가격 인상 시기를 놓칠세라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치밀하기까지 하다. 대부분 시장 1위 기업이나 외국계 업체가 총대를 메고 나서면 동종업계 경쟁사들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묻어가기도 못하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 때마다 회자되긴 하지만 단독으로 주목받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꼼수가 여러모로 포착된 가운데 지속되는 소비재값 상승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심란한 분위기 속에서 소비심리가 녹을 여력은 없어 보인다.
천진영 기자 c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