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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M&A]⑦ 국민연금 활용하면 헤지펀드 M&A 막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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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M&A]⑦ 국민연금 활용하면 헤지펀드 M&A 막아낼 수 있다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정치권이 본격적인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상법개정안을 추진하자 재계가 볼멘 목소리를 하고 있다.

여야는 최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안 중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키로 합의하는 등 경제민주화법 처리에 한발 다가섰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으로 인한 반기업 정서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높아지면서 대기업들은 ‘한숨’만 쉴 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칫 국민들로부터 불매운동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관련법으로 자사주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일명 이재용법)도 이달 국회에서 처리 여부는 아직 미정이지만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가운데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과 대한상공회의소와 같은 경제단체들이 상법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반면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관련해 기업들로부터 모금을 ‘강제’해 물의를 일으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바짝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재계 인사들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 헤지 펀드들의 공격에 의한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며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이런 식으로 가져가서야 되겠는가”라는 지적이다.
상법개정안이 소액 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재벌을 개혁하려는 명분이이만 현실적으로 헤지펀드 등 기업사냥꾼에게만 좋은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관료 출신의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정치권이 기업을 괴롭히는 법률, 전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법률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회장은 “지금 기업을 비난하는 정치인들은 앞으로 집권했을 때 기업에 손 안 내밀고 정치와 경제를 꾸려갈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여야 정당들에 보낸 의견서에서 “상법 개정안은 시장경제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다수의 조항들을 담고 있다”면서 “이대로 입법되면 세계에서 기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상의는 감사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조항은 투기 펀드에 악용될 수 있고 자사주 처분 규제를 부활한 부분은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전직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이나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민주화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만 담았을 뿐 투명하지 못한 기업경영 현실이나 자사주 부활을 통해 오너의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데 대해서는 외면했다는 데 한계를 보였다.

자사주 의결권의 경우 대부분의 외국에서도 의결권 부활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일본은 회사법 제453조에서 회사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을 할 경우에는 분할로 인해 새로 설립되는 회사가 신주 배정 시 분할회사의 자사주에 대해서는 분할 신설법인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여 회사의 자본을 통한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있다.

재벌 개혁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헤지펀드로의 M&A(인수합병)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삼성 측에 4000억~5000억원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국민연금의 운영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면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을 활용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을 9% 가까이 갖고 있는 단일기관으로서는 최대주주라 할 수 있다. 굵직한 대기업들의 손가락을 꼽는 대주주이기도하다.

지금이라도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대기업들을 제대로 감시한다면 헤지펀드의 M&A를 막아내고 국민들의 노후 연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라 할 수 있다.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한·중 M&A거래사)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