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의 M&A]⑧ 성공하는 M&A, 실패하는 M&A

공유
2

[김대성의 M&A]⑧ 성공하는 M&A, 실패하는 M&A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세계 경제가 저성장시대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M&A(인수합병)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M&A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그룹을 필두로 SK그룹 등이 M&A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80억 달러(약 9조5000억원)을 투입해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 인수에 나섰고 마침내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도시바의 반도체 신설회사 지분 20%를 인수하기 위한 제안서을 제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미국 다우케미칼의 고부가가치 화학사업 중 하나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4260억원에 인수했고 SK는 LG실트론을 6200억원에 사들였다.

M&A는 기업들이 매출 및 사업영역 등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고 인수기업의 기술 노하우를 확실하게 이전받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하다.

그러나 기업간 M&A가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다.
M&A가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M&A의 목적이 기업의 전략적 목표와 부합해야 하며 합병 후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며 조직간 갈등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2004년 중국 최대 가전 기업으로 성장한 하이얼은 해외 시장을 선도하는 최고의 가전 제품 브랜드로 성장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하이얼은 2005년 미국의 3위 가전업체인 매이텍(Maytag)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 두 곳과 손잡고 입찰가로 12억800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수전은 월풀의 승리로 돌아갔다.

2008년 미국의 GE가 가전부문 매각을 시도했을 당시 하이얼은 미국 주요 가전 브랜드를 인수 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GE가 매각 작업을 취소하면서 무산됐다.

2014년 12월 GE와 일렉트로룩스(Electrolux)는 33억 달러에 GE 가전 부문을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해당 거래로 인해 시장 경쟁이 약화되고 결국 가전 제품의 가격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는 이유로 거래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GE는 2015년 12월 신규 인수자를 찾는다고 발표했다.

하이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GE가 매각 계획을 발표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GE 가전부문을 54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M&A 업계에서는 하이얼이 글로벌 선도 가전 기업을 지향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GE 가전부문을 인수했고 거래의 목적과 회사의 전체적인 전략 목표간 명확한 연계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이얼은 대담한 M&A 딜을 통해 가전업계의 글로벌 강자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제품 측면에서도 보급형부터 프리미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그멘트를 갖추게 됐다. 또 아시아를 포함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활동하는데 유리해졌다.

LG전자는 지난 1995년 5억5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디지털 TV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했다.

당시에는 한국기업이 외국기업을 사는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 가운데 가장 최대규모이어서 높은 관심을 샀다. 기술력이 높은 미국 현지 기업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됐다.

하지만 제니스는 인수 후 통합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고 1998년 외환위기 때 LG전자는 법원에 제니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LG전자는 제니스의 구조조정 계획 일환으로 미국 일리노이주 멜로스파크 TV 공장을 필립스에 팔았고 멕시코 현지 공장 4곳도 모두 처분했다.

LG전자는 사업 재편 과정에서 LG전자는 자산 매각 처분 손실 등을 위해 4억 달러 상당을 추가 투입했고 현재는 제니스의 제조 부문을 포기하고 연구개발 부문을 중심으로 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잘 나가리라 생각했던 사업도 시장 상황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M&A에는 절차와 사후관리를 담당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리스크가 훨씬 높아진다.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한·중 M&A거래사)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