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은 나이가 들어서 즐겨먹었다고 한다면 소고기국밥은 어릴때부터 익숙하게 먹었던 음식이다. 가끔은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 소고기 국밥 한그릇이 종종 생각날 때가 있다.
가끔씩은 혼밥이나 혼술을 하고 싶을 때 찾아가서 소고기 국밥 한그릇에 소주 한잔 하는 재미를 즐긴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은 소고기 국밥집들이 몇 군데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경북 의령에 있는 종로식당과 부산 해운대 소고기 국밥거리에 있는 48년 전통 해운대 원조 할매국밥이다.
특히 48년 전통 해운대 원조 할매국밥은 해운대에 갈 때 종종 찾게 되는 곳이다. 가게가 위치한 자리를 해운대 소고기 국밥거리라고 부른다. 가게 앞 버스 종점 정류소를 기점으로 주변에 소고기 국밥을 파는 곳들이 몇 군데 있어서다. 그런데 모두 다 원조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다.
원조의 기준을 뭐라고 할 순 없겠지만 분명한 점은 그 만큼 오래되고 나름의 맛이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48년 전통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오지만 실상 이곳은 1962년 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면 48년이 아닌 56년의 전통을 가진 곳이다.
가게 앞에 놓여 있는 가마솥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우리네 음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찬으로 나온 것은 깍두기와 무생채, 마늘쫑, 고추가 전부다. 특별한 게 없지만 국밥과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토렴식으로 말아서 나와서인지 국물은 팔팔 끓은 채 나오지 않고 적당히 뜨끈하다. 뜨끈한 국물부터 한숟가락 입에 넣어 본다. 식도로 국물이 넘어가면서 짜지도 않으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뒤따라 오는 시원하면서 얼큰 한 국물맛이 참 좋다.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콩나물의 아삭아삭 하는 식감과 고소하게 느껴지는 고기 맛이 잘 어우러진다. 토렴식으로 말아져 나온 밥은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잘 스며들어 있다. 단순히 소고기 국밥이라고 하기엔 이곳의 국물은 중독성이 강하다.
추억과 감성이 느껴지고 부담없는 가격대에 편하게 식사 한끼 하기에 참 좋을 것 같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