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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한달… 세계 증시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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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한달… 세계 증시 ‘훨훨’

경기회복 기대 고조에 다우 2만선 돌파…신흥국 시장도 기지개 피며 채권투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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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지 20일로 한 달을 맞았다.

‘미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국제 사회에 혼란과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는 ‘외교정책 자체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 미국 대통령들의 외교노선 기본이었던 ‘독트린’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각 인선에서도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장관급 지명자 21명 중 7명이 아직도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도 마이클 플린 백악관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설’로 13일 사임한데 이어 이틀 후에는 ‘불법 가정부’ 고용 사실이 불거지며 중도 탈락 위기에 몰렸던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지명자도 자진 사퇴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제외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정을 받을 내각인사가 없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외교·안보 정책에 변화를 불러일으킨 인물이 바로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이라며 “‘하나의 중국’ 흔들기로 중국과 대립 관계에 섰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바꾼 것도 이들”이라고 평가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DB
자료=글로벌이코노믹DB
◇ 경기 회복 기대감은 최고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수입 제품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며 전 세계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지만 주식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트럼프 취임 후 4거래일 만에 2만 선을 돌파했다.

이후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반(反)이민’ 행정명령 여파로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 9일 “2~3주 내에 항공 인프라와 세금 측면에서 놀라운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규제완화와 세제개혁을 예고하자 다시 상승세를 탔다. 지난 주말인 17일 종가는 2만624.05로 7영업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 발표 기대감에 지난 주(13~17일) 25개 주요국 중 19개국의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브라질은 2.46% 상승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위 홍콩은 1.9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장벽 건설과 수입제품 관세 부과 공언에 1.32% 하락했다.

WSJ은 “트럼프 정권 출범으로 미국의 주가와 기업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유럽·중국·일본 등 전 세계 주요국 경기상황도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도 미국 에너지 기업의 활동과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실제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이를 반영한 채권시장이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을 지난해 7월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프랑스 대선 결과로 인한 극우정당 출범과 부채 증가로 성장을 되찾은 중국의 버블 붕괴 우려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 신흥국 투자도 재개 움직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우려에 극도로 위축됐던 신흥국 시장도 투자심리를 되찾고 있다. 뉴욕증시가 오르며 글로벌 투자자금이 아시아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효과가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적인 경기 회복과 유가 상승 등 자원가격 반등 영향을 받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채권 투자를 재개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브라질 투자는 이달 들어 급격히 늘기 시작하며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EPFR에 따르면 러시아·브라질 등에 투자하는 신흥국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은 6주 연속 증가했다. 채권도 지난해 말부터 유입액이 유출액을 웃돌았다.

지난 8~15일까지 1주일간 주식·채권 순유입액은 총 40억 달러(약 4조5900억원)로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연초 대비 누계는 약 150억 달러(약 17조2300억원)에 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투자분석가는 “미국 주식과 달러화를 사고 미국 국채와 신흥국 자산을 처분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한 바퀴 돌았다는 분위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당선 후 침체 기미를 보였던 신흥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여전히 정책 우려가 남아 있다”며 “신흥시장으로 얼마나 자금이 유입될지, 얼마나 회복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인프라 정책에 실패할 경우 강달러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신흥국 기업 회사채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내비쳤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