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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日반도체 제조사 사라지나…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삼성 대항마’ 속속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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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日반도체 제조사 사라지나…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삼성 대항마’ 속속 출사표

도시바 반도체 매각 규모 50% 이상으로↑…경영권 넘어가면 일본 반도체 제조사 하나도 남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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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경영 정상화를 위해 원자력발전사업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일본 도시바(東芝)가 반도체 사업 매각 규모를 50% 이상으로 늘린다.

도시바는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당초 20% 미만으로 제한했던 반도체 사업 매각 규모를 50% 이상으로 늘리고 경영권까지도 넘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향후 매각 협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도시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반도체 사업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일본 정부도 속이 타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가 해외 기업에 매각될 경우 일본에는 반도체 제조사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 57년 만에 1부 상장기업서 강등 위기
도쿄 증권거래소는 3월 말 경 도시바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제1부에서 제2부로 강등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도시바는 57년간 지켜온 1부 상장기업 지위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도시바는 눈더미처럼 불어난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3월 말까지 19.9%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각 규모를 50% 이상으로 늘려 1조 엔(약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에 따라 3월 중 반도체 사업 매각 1차 입찰을 실시하고 5월(늦어도 6월)까지 매각 대상을 최종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도시바는 올해 안에 매각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현재 직원의 고용 유지 등 매각 조건에 대해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업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입찰에서 3분의 2 이상의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해외 매각 가능성 높아…‘삼성 대항마’에게 매각될까?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매각 대상자에 대한 관심 또한 깊어지고 있다.

현재 웨스턴디지털(WD)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와 대만 반도체회사 TSMC 등이 인수 후보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의 해외 기업 매각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처음부터 관심을 보여 온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SK하이닉스 등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매각 규모가 50% 이상이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해외 기업들이 입찰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은 메모리반도체나 파운드리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삼성전자 대항마’”라고 보도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탑재하는 ‘DRAM’ 점유율은 삼성이 약 45%로 압도적인 선두에 서있다. 도시바의 핵심 사업인 ‘NAND형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도 삼성은 약 30%의 점유율로 도시바(20%)와 WD(1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삼성의 시장지배적 지위에 불만을 갖고 있는 해외 기업들이 삼성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도시바 지분을 사들일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도시바 고위 관계자는 “복수 기업에게 주식을 매각할 경우 ‘삼성’이라는 총론은 일치하겠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최선의 파트너를 선택하기 위한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