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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18) 반고개무침회골목 푸른회식당] 새콤달콤 맛보는 무침회 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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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18) 반고개무침회골목 푸른회식당] 새콤달콤 맛보는 무침회 일미

대구에는 먹거리 골목으로 특화돼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곱창가게들이 형성되어 있는 안지랑골목, 닭똥집 가게들이 형성되어 있는 평화시장, 그리고 무침회 식당들이 형성되어 있는 반고개무침회골목 세 곳이다.

그중에서도 어릴 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외식하러 갔던 곳이 바로 반고개무침회골목이다. 이곳이 형성된 계기는 1960년대 먹기 어려운 시절 반고개 진주식당의 주인이셨던 할머니가 오징어와 야채를 양념장에 버무려 만든 무침회를 안주로 내놓은 것이 히트를 치면서 무침회를 맛본 사람들이 즐겨 찾다보니 잇따라 업소가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무침회골목이 형성됐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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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술안주로 시작되었지만 밥반찬으로 먹어도 손색이 없는 서민적인 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무침회는 대구 식문화를 알 수 있는 한부분이다. 내륙 지방이라서 신선한 회를 구할 수 없었고 먹을 수 없었던 관계로 오징어를 살짝 데쳐 무채, 미나리 등의 채소와 마늘, 생강 등을 섞은 양념에 버무려 새콤달콤하게 내어 놓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대구의 향토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무침회골목 안에는 어느 식당을 가도 비슷한 맛을 즐길수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 호남원조식당과 푸른회식당을 즐겨 찾는다. 무침회와 나오는 기본반찬은 단촐하지만 무침회의 위력이 워낙 강해 반찬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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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단 하나 눈을 사로잡는 게 있다. 바로 채접국이다. 멀건 국물처럼 나오지만 이 안에 숨은 맛은 그 어떤 맛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뜨건한 채첩국물이 식도를 넘어가면서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무침회를 먹으러 가지만 한편 이 재첩국 한그릇이 생각나서 갈 때도 종종 있다. 새콤달콤한 무침회 한젓가락과 시원한 재첩국 한숟가락이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결과적으로 재첩국은 무침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무침회가 나오자 마자 입안 침샘이 폭발하는 듯하다. 데쳐낸 오징어, 소라 등에 싱싱한 무채와 아삭한 미나리와 같이 버무려 있어 입안에서 퍼지는 향긋한 향이 참 좋다.

데친 오징어는 초고추장이 더해져 부드럽고 쫄깃하다. 새콤달콤한 맛 뒤에 따라오는 매콤한 맛 역시 매력적이다. 먹으면 먹을수록 중독성이 느껴지는 맛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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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화면서 먹는 방법이 조금 달라진 곳도 있다. 무침회와 마찬가지로 대구 10미(味) 중 하나인 바로 납작만두다. 납작만두에 무침회를 싸 먹으면 무침회의 매콤한 맛이 줄어들고 납작만두의 느끼함도 함께 줄여주다보니 같이 먹으면 별미처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인 것 같다.

시대가 변화면 먹는 것도 달라진다고 하지만 음식의 본질이 변화면 퇴색되기 마련이지만 의외로 좋은 조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납작만두와 무침회는 그런면에서 보면 참 괜찮은 케미를 자랑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손잡고 다니면서 익숙하게 먹었지만 세월이 지나도 아직 이 맛이 그리워 찾게 된다.

단순한 음식이라 할 수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추억도 같이 서려져 있는 음식이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