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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은행 통계오류 2금융권 점검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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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은행 통계오류 2금융권 점검계기로

[글로벌이코노믹 김은성 기자] 한국은행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통계 발표 후 수치를 정정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한은은 지난 9일 올해 1월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전월대비 9775억원(영리목적 가계대출 포함)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증가폭만 보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당국의 은행권 대출조이기로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발표된 이 수치는 언론을 비롯해 당국에게도 주요 관심사였다.

하지만 4시간 후 실제 증가액이 5083억원이라는 수정된 자료를 냈다. 저축은행중앙회로부터 받은 통계를 자료로 배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중앙회는 작년까지 가계대출 중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가계 대출만 보고했지만, 이번에는 영리목적으로 분류했던 영농자금 등 일부 가계대출(4692억원)을 새로 포함해 보고했다. 한은이 보도자료에 이 사실을 표기하지 않아 1월 증가액이 '급증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두 기간 관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과 한은이 수치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점을 세밀하게 확인하지 않아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풍선효과에 따른 2금융권의 가계대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통계 허점이 노출돼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는 사실상 취약차주 문제와 다름 아니다. 금융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의 진앙지는 2금융권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하고 있다. 당국도 선제적 대응을 위해 내주부터 2금융권 부채 점검주기를 한달에서 한주로 줄이고 속보치도 새로 발표한다.

취약자주가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은 고금리인데다 금리상승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금리는 오르는데 불안한 일자리에 소득마저 줄면 생계형 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취약차주 문제 해결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 이유다. 때문에 정책의 바탕이 되는 통계가 중요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야기한 글로벌금융위기는 취약계층에게 팔린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이 부실화하면서 시작됐다. 위기는 가장 약한 고리에서 터진다. 이미 위기가 터지고 난 후 조치를 해도 사후 약방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알기에 금융당국과 여러번 '설전'을 벌여가며 가계부채 문제를 '역설'했던 한은이었던 지라 이번 실수는 더 아쉽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은 특성상 2금융권에 대한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어, 그간 시장에서는 한은의 2금융권 통계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2금융권 통계를 보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은성 기자 kes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