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앙대 지리학 교수인 미셸 뷔시는 모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소설 '검은 수련'(달콤한책)을 펴냈다. 프랑스에서 기욤 뮈소에 이어 베스트셀러 작가 2위에 오른 뷔시는 지리학 연구자 답게 구체적이고 섬세한 지형 묘사, 꼼꼼하고 철저한 자료수집과 고증, 호기심을 자아내며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빠른 이야기 전개, 암시와 복선으로 가득 찬 소설적 장치, 매혹적인 문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서스펜스, 중간 중간 긴장을 풀어주는 자연스러운 유머, 끝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놀라운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비밀스러운 공통분모가 있다. 그건 마을을 벗어나는 것이다. 지베르니는 인상주의 성지이자 꿈의 정원이지만 이들 세 여인에게는 액자 속 그림 같은 감옥이자 운명을 얽어매는 덫일 뿐이다.
세 여인은 엡트강 살인사건을 계기로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들 중 탈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다.
예술이란 소재를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로 엮어낸 '검은 수련'은 13일간의 수사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퍼즐 조각을 처음부터 여기저기 던져놓지만 끝까지 읽어야만 비로소 모든 조각이 하나로 완성된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독자로 하여금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책에 빠져들게 한다.
소설은 인상주의와 관련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허구와 사실을 아우른다. 예술 마을 지베르니를 배경으로 그 안의 인물들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그림과 연관을 맺으면서 이야기는 액자 속에 담긴 그림처럼, 혹은 이젤을 앞에 두고 구도와 색상을 고민하는 화가의 시선처럼 흘러간다. 이 소설의 묘미는 수수께끼 같은 세 여인의 이야기와 더불어 모네의 생애와 작품, 작업방식, 유족, 동시대의 화가 얘기, 지베르니 마을을 긴장감 넘치는 유려한 문체로 그려내는 데 있다.
모네의 시대에 지베르니 마을을 방문했던 시어도어 로빈슨, 모네의 동료였던 르누아르, 시슬레, 부댕을 비롯해 세잔과 툴루즈 로트레크 등 유명한 화가들의 일화, 모네가 죽은 아내 옆에서 그렸다는 작품의 의의, 모네가 '수련'을 그린 작업 방식, '수련' 작품의 의미 등이 책 안에 세세하게 펼쳐진다.
한편 독자들은 이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모네와 함께 인상주의 화가들과 얘기를 나누고 산책하게 된다. 수련 연못을 만든 모네는 물론, 한 세기 전 이곳을 방문한 시어도어 로빈슨, 스탠튼 영 같은 미국 화가들과 르누아르, 시슬레, 부댕 등 유명한 인상파 화가들을 차례로 만나며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린 인상주의 회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