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신라 고분 출토 장식보검은 박트리아 왕국에서 왔다

공유
2

신라 고분 출토 장식보검은 박트리아 왕국에서 왔다

[김경상의 한반도 삼한시대를 가다(70)]

글로벌이코노믹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경상의 '한반도 삼한시대를 기다'를 연재합니다.

한류문화인진흥재단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김경상 작가는 1990년부터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세계 100여곳을 방문해 지난 25년 간 세계문화유산을 카메라에 담아왔으며, 최근에는 한민족의 시원을 밝히기 위해 한·중·일에 흩어져 있는 단군의 흔적을 답사했습니다. 앞서 연재한 '고조선 시대 단군 이야기'에 이어 '한반도 삼한시대 이야기'를 김경상 작가에 의해 생생한 유적과 유물 사진으로 만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경주 14호 고분군에서 출토된 신라 5~6세기 장식보검,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14호 고분군에서 출토된 신라 5~6세기 장식보검,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출토 서역 장식 보검은 경상북도 경주시 황남동 미추왕릉지구 계림로 14호분에서 출토된 신라시대의 칼이다. 신라의 일반적인 금 장식품과는 제작기법이나 형태가 달라 외래품으로 보고 있는 유물이다.

이 장식 보검은 삼국시대의 고분에서 출토되는 환두대도(環頭大刀) 등 여러 종류의 칼과는 그 형태가 다르고, 표면에 나타난 장식은 서구성이 짙은 이색적인 문양이어서 화제가 되었다.

장식 보검은 1973년 미추왕릉지구 발굴 당시 계림로 14호분에서 발견되었는데, 당시 보검은 묻힌 사람의 허리 부분에 놓여 있었다. 이와 비슷한 모양의 장식 보검은 현재 3점이 남아 있는데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서 같은 형태의 것이 발견되었으며, 실크로드 선상의 키질석굴벽화에도 유사한 보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칼집에 속하는 넓적한 장식판에는 직사각형의 구간을 짓고, 3개의 원에 태극무늬처럼 둥근 파형무늬를 넣었으며, 그 파형무늬 속에 또 작은 원형 장식이 있다. 파형무늬 둘레의 공간에도 붉은 보석을 박아 장식하였다. 아래쪽 칼의 끝부분은 사다리꼴인데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가장자리는 ‘S’자형 무늬가 돌려져 있고 가운데에는 역시 붉은 보석으로 장식하였다. 오른쪽 한 부분에는 골무 모양의 반원형 장식이 붙어 있다.

본래 철로 된 칼과 칼집은 부식이 심하여 거의 없어지고 이 금제 장식만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2009년 보존 처리 과정에서 부식되어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철검이 칼집 속에 녹슨 채 꽂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또 마노로 알려졌던 칼집의 붉은 보석은 석류석으로 판명되었다. 이와 같이 황금에 석류석을 감입(嵌入)하는 것은 흑해 연안의 기술이기에, 황금 보검은 중앙아시아 흑해 연안에서 생산되어 신라로 수입된 물건으로 생각된다.

또한 무덤에서 무늬 있는 비단이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14호묘의 주인은 외래품인 보검을 사용할 만큼 높은 신분의 남성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이 장식 보검은 피장자의 높은 신분 및 6세기 초 신라의 대외 교류를 보여주는 증거로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