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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유통법下] 대선후보 대규모점포 규제 강화… 선거철 ‘표심 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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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유통법下] 대선후보 대규모점포 규제 강화… 선거철 ‘표심 얻기’

2012년 대규모점포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
20대 국회 유통 규제법 20개 발의, 대선 후보들 유통 규제 강화 나서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 “근본적인 변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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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5·9 장미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제 19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통업계와 지역사회가 상생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형 마트 등 대기업 유통을 규제해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규제 강화에 동조하고 있고, 관련 법안들도 이미 국회에 20여건 이상 발의됐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취지는 기존 법령은 대기업의 지역상권 진출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함에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규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통대기업, 소상공인, 소비자는 규제에 서로 다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은 대선주자들의 유통 관련 법규 공약과 유통산업발전법을 둘러싼 논란 및 개선방안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 2012년부터 대규모점포 등에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됐다. 유통산업발전법 시행 이전에 홈플러스 등 몇몇 대형마트들은 설날,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는 휴업일이 없었고, 24시간 영업도 성행했다. 법으로 대규모점포들의 영업행태에 제한을 걸게 된 것이다.

그러나 법 시행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전통상업보존구역이 설정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대형유통기업이 운영하는기업형슈퍼마켓(SSM)의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SSM의 편법·위장입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등 대형유통업체의 확장은 계속 행해졌다.

또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규모점포의 종류를 대형마트 외에 백화점·쇼핑센터·복합쇼핑몰 등으로 구분하면서, 영업행위 규제대상은 ‘대규모점포 중 대형마트(시행령)와 준대규모점포’로 한정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실질은 대형마트임에도 백화점 식품관처럼 다른 업태로 등록·운영하고 있는 점포의 경우 규제대상에서 제외되어 실효성이 확보되기 어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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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문제가 제기되자 국회는 지난 2012년 12월 31일,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쇼핑센터 또는 복합쇼핑몰 등에 개설된 대형마트에도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업일을 적용하도록 했다. 영업시간 제한범위도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2시간 연장했다. 또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의무휴업일의 범위를 기존 ‘매월 이틀’로 하고,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유통 규제법만 20개나 발의됐다. 내용으로는 △규제효과 평가에 의한 대형점 규제정책 재정립 △지역상권 활성화 전략 적용 △사회적 합의에 의한 영업규제 강화 △소매점 규제대상 기준의 합리화 △상업시설계획 제도 도입을 통한 입지규제 △대규모점포 인허가권 일부 광역자치단체로 이관 등이 있다.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후보들도 일제히 유통 규제 강화를 공약에 내걸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규모점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대형마트와 소규모 상인,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려는 이유가 명백하지 않은데다가 소비자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규모점포를 규제하려고 하는 취지는 골목상권 내지 재래시장의 보호에 있다. 동시에 야간·공휴일에 일해야 하는 근로자의 휴식권, 야간에도 불을 밝히고 영업하는 대규모점포 때문에 방해받는 지역주민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재래시장 대신 대규모점포의 휴일을 피해 장을 봤다. 일반소비자에게 와 닿지 않으니 호응도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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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재래시장 등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판단착오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가 재래시장대신 대규모점포를 이용하는 것은 주차가 편리하고 신용카드 사용이 쉬우며 깔끔하면서도 원스탑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을 규제하여 재래시장으로 향하게 하는 것보다는 경쟁력을 높여 자연스럽게 찾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차공간을 확충하고 신용카드 사용이 용이하며, 다양하고 신선한 물건을 갖추고 있다면 소비자들은 재래시장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구조상 온라인 매출이 점점 늘고 있다. 복합 쇼핑몰· 편의점·드럭스토어 등 새로운 업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성장해 가는데, 대형마트만 규제한다고 전통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확실한 자료가 없다”며 “선거철 표심 얻기가 아니라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할 때다”고 전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