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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불법 리베이트①] 오래된 제약계 흑역사,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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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불법 리베이트①] 오래된 제약계 흑역사, 언제부터?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이미지 확대보기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지난달 사상 최초로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품에 대해 급여정지 처분이 실시됐다. 그간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실시되는 등 대응을 강화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제약계는 불법 리베이트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리베이트로 볼 수 있는 이득에 비해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처분이 너무 약해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제약사들은 리베이트라는 ‘흑역사’를 씻겠다며 윤리 경영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리베이트 적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글로벌이코노믹에서는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의 역사부터 오명을 씻기 위한 제약사들의 노력까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①] 오래된 제약계 흑역사, 언제부터?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②] 흑역사 지우기 나선 제약사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③] 리베이트 근절, 방법은 없나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특히 2000년 의약분업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엔 더욱 극심했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병원에서 직접 약을 조제했다. 즉 하나의 기관에서 처방과 조제가 함께 이뤄진 것으로, 처방권과 조제권을 가진 의사는 절대적 존재였다. 이 당시 가장 성행했던 일종의 의약품 리베이트는 바로 ‘할증’이다. 할증은 제약회사가 주문량보다 더 많은 양의 약을 공급하는 관행이다.

이처럼 선택권이 의사에게 집중된 체계로 인한 리베이트가 성행하자 정부는 의약 분업 제도를 채택, 시행하는 방법을 썼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실시되자 상황은 크게 변화됐다. 처방권을 가진 의사와 조제권을 가진 약사가 함께 선택권을 쥐게 된 것이다. 할증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지만 리베이트는 변화된 방식으로 다시 등장했다.

제약회사의 영업방식은 이제 의사의 처방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것이 현재 ‘의약품 리베이트’라 불리는 전형의 시작이다. 이후 제약회사 차원에서 이뤄지던 리베이트는 영업사업으로 옮겨갔다. 회사가 영업 사원에게 수당형식으로 리베이트 금액을 지급하고, 사원은 그 수당에서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2010년 도입된 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까지 처벌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르면 리베이트 제공자와 의료인은 2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리베이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전액 몰수되고 몰수가 어려울 경우에는 상당하는 가액을 추징하게 된다.

하지만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에도 리베이트는 근절되지 않았다.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제약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걸리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자 결국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실시됐다. 제약사가 의약품 채택 대가로 병원, 의사 등에 리베이트(금전 대가)를 제공하다 두 번 이상 적발된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영구 퇴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즉,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빠지게 되면 약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결과가 된다.
이처럼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여러 규제에도 여전히 제약업계는 리베이트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에 대해 9개 품목의 보험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고, 나머지 33개 품목에 총 5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전처분을 결정했다.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 품목에 대한 요양급여 정지․제외 제도 시행 이후 경고처분 이외 첫 처분 사례다. 복지부는 이번 사전처분에 대한 한국노바티스 사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내 본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동국제약은 불법 리베이트로 인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취소당했고 안국약품은 인증을 자진반납했다. 복지부는 기존 혁신형 제약기업에서 이들 기업을 제외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현황 고시’를 일부 개정했고, 이에 따라 47개사였던 혁신형 제약기업은 45개사로 줄어들었다.

안국약품은 2014년 고려대 안산병원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일부 의약품에 대한 판매업무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동국제약은 2013년 의약품 처방 등의 명목으로 개원의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판매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줄줄이 리베이트로 인한 처분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리베이트 적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최근 동아제약 본사와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전문의약품 제조사 동아에스티 등을 압수수색하고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압수수색까지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리베이트와 관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긴 했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자세한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는 제약업계의 아픈 손가락”이라며 “여전히 리베이트로부터 벗어나기 힘들지만 윤리 경영을 선포하는 등 각 기업 나름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좋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