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거세지는 미국 통상압력… 미국발 ‘무역전쟁’ 본격화

공유
1

거세지는 미국 통상압력… 미국발 ‘무역전쟁’ 본격화

트럼프 “한미 FTA는 끔찍한 협상” 단정…강경파 라이시저 대표 내세워
재협상땐 한국 수출 손실 19조원…자동차 산업 가장 큰 피해 예상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로버트 라이시저가 확정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적자 감축 협상이 본격 시동을 걸게 됐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되면 2021년까지 170억달러(약 19조원)의 수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로버트 라이시저가 확정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적자 감축 협상이 본격 시동을 걸게 됐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되면 2021년까지 170억달러(약 19조원)의 수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통상정책이 불확실한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로버트 라이시저가 확정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적자 감축 협상이 본격 시동을 걸게 됐다.

변호사 출신으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는 라이시저는 대 중국 강경파이자 보호무역주의자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함께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주도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라이시저 대표와 로스 장관의 역할 분담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무역적자 감축을 위해 무역협정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미 FTA를 ‘끔찍한 협상’이라고 단정 지으며 재협상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실행자가 라이시저라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무역전쟁’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 미국의 통상 압력 강화 기정사실
지난달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맺은 20개 국가와의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일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한미 FTA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에 밀려 후순위에 놓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곧장 TPP 탈퇴를 선언했고 라이시저 USTR 대표의 의회 인준이 마무리돼 8월께 NAFTA 재협상을 위한 공식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한국에 대한 통상 정책 압박을 시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NAFTA는 모든 면에서 나쁜 협상이고 힐러리 클린턴에 의해 만들어진 한미 FTA는 끔찍한 협상”이라며 “우리는 그들(한국 정부)에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 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된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재협상을 포함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언론 인터뷰에서 비슷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한미 FTA 재협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라이시저 USTR 대표가 공식 임명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비롯한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선언하면 90일간의 의회 회람 기간을 거친 뒤 정식으로 재협상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NHK 등 일본 언론들도 “농업 분야에서 일본이 첫 번째 표적이 될 것”이라며 농산물 관세 인하 등 일본 시장 개방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는 라이시저가 USTR 대표에 임명되자 긴장하는 모습이다.

◇ 한미 FTA 재협상되면…수출 손실 19조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새 국면을 맞은 한미 FTA는 재협상 시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산업계와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될 경우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 수출 손실은 170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1월과 2월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등 자동차 경영진을 만나 일자리를 늘리라고 압박하는 등 자동차 산업의 부활에 힘쓰고 있다”며 “한미 FTA 재협상 시 101억달러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기계 역시 대표적인 수출 호혜 품목으로 꼽힌다. 한경원은 재협상 관세를 적용할 경우 기계 산업이 55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봤다.

철강 산업 전망도 어둡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1일 한국산 후판에 이어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최종 판정을 통해 마진율을 인상한 바 있다. 한경원은 철강이 자동차와 기계 다음으로 높은 수출 손실(14억달러)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과 가전, 섬유 등도 수출 피해가 우려된다.

반면 의약품 분야는 호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공공보건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의약품 수입 개방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 트럼프-시진핑, ‘밀월 관계’ 이어질까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과 라이시저 USTR 대표 확정에 긴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미·중 무역불균형 시정 100일 계획 관련 첫 성과를 발표하는 등 평안한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12일 ‘미중 종합경제대화 100일 계획 협상 첫 번째 결과’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의 무역협상안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준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포럼 개막 이틀 전에 발표되면서 주목받았다.

미·중 정부는 농업·무역·금융·에너지 분야 등 10가지 항목에 대한 무역불균형 해소 방안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중국은 14년 만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하고 신용평가와 채권발행 인수 주관 업무는 물론 전자결제 시장도 개방하기로 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일대일로 포럼 참여라는 ‘선물’을 주는 대신 미국의 농축산업계와 월가의 중국 시장 진출 확대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지속적인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고 분석했지만 라이시저 USTR 대표 확정으로 우호적 관계가 유지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론자인 라이시저 대표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철퇴를 가할 새롭고 다면적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