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벤처칼럼] 시장은 경쟁의 승자를 원하지 않는다

공유
8

[벤처칼럼] 시장은 경쟁의 승자를 원하지 않는다

박수화 광고 카피라이터
박수화 광고 카피라이터
현대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제품이 새롭게 탄생할 만큼 시장이 다양해지고 세분화 되었을 뿐 아니라 SNS 등 온라인 기술의 빠른 발달로 소비자는 네트워크화 되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수준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높아지면서 까다로워졌다. 이젠 컴퓨터 앞에 앉아 손가락만 까딱하면 그 많은 상품을 일일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단박에 가격을 알아낼 수 있으며 블로거들의 직접적인 체험담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현명하게 취사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은 이에 적합한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해졌다. 더 이상 일방적인 메시지나 강요로 제품을 팔던 시대는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 된 것이다.

마케팅 3.0에서는 오늘날처럼 네트워크화되고 까다로워진 소비자를 설득하고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타깃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에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마케팅이 더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기업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지만 사실 소비자의 관심은 경쟁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느냐 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탐스슈즈(TOMS shoes)의 경우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을 때 많은 아이들이 신발조차 신을 수 없는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객이 신발을 사면 똑같은 신발을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기증한다는 이야기로 출발했다. 아르헨티나의 전통신발인 알파르가타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슬립온을 만들어 한 켤레의 신발을 팔 때마다 신발이 필요한 아르헨티나와 다른 빈곤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운동을 펼쳤다.

초창기의 탐스슈즈는 기부 목표량이 200켤레였을 정도로 소규모 사업장에 불과했지만 곧 좋은 디자인과 편안한 착화감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신발이 없는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일대일 기부공식(One for One)이라는 탐스의 브랜드 철학에 전세계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다. 론칭 6개월만에 1만켤레, 2010년에는 10만켤레 판매를 돌파하며 전세계적인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렇듯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별다른 마케팅을 벌이지 않아도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이 소비자들은 기꺼이 홍보대사가 되어 감동한 메시지를 퍼 나른다. 매출을 올리기에만 목적을 둔 나머지 딱딱한 메시지만 전달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내게 옷을 팔려고 하지 말아요.

대신 세련된 의상, 멋진 스타일, 그리고 매력적인 외모를 팔아주세요.

내게 보험을 팔려고 하지 말아요.
대신 마음의 평화와 내 가족과 나를 위한, 위대한 미래를 팔아주셔요.

내게 집을 팔 생각은 말아요.

대신 안락함과 만족, 그리고 되팔 때의 이익과 소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부심을 팔아 주세요.

내게 장난감을 팔려고 하지 말아요.

그 대신 내 아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팔아 주세요.

내게 책을 팔려고요?

아니에요. 대신 즐거운 시간과 유익한 지식을 팔아 주세요.

내게 항공권을 팔려고 하지 말아요.

대신 내가 목적지에 빠르고 안전하게, 그리고 정시에 도착할 수 있는 약속을 팔아 주세요.

내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말아요.

대신 꿈과 느낌과 자부심과 일상생활의 행복을 팔아 주세요.

제발 내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마세요.

-마이클 르뵈프

시장은 오로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쪽에 편승한다. 오늘날의 마케팅은 누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숨은 욕구를 정확히 찾아내어 충족시켜 주냐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의 마음속에 다가가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박수화 광고 카피라이터(씽크탱크 바이 메이카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