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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유해물질과 보도의 정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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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유해물질과 보도의 정확성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기름만 있으면 자동차가 가나요? 그렇죠! 기름이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기름이 백방울정도 있어도 차가 운행이 될까요? 천만에 말씀이지요, 차가 운영되는데 그렇게 적은 양으로는 꿈쩍도 하지 못하지요. 그 정도로의 양으로는 시동도 걸지 못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군 균은 매우 위험한 식중독균으로 알고 있지요. 그렇다면 어머님께서 만드신 김밥에 이런 식중독균으로 대장군 균이 수천마리가 있다면 여러분은 식중독으로 고생을 할까요? 그 정도로는 식중독을 일으키기에는 너무 적은 숫자이지요. 하지만 수천만 마리 이상이 된다면 식중독이 발생하게 됩니다. 당장은 식중독균의 숫자가 적지만 높은 온도에 몇 시간만 노출되어도 수천만 마리로 증식될 수 있어 김밥을 만든 시점에는 안전하였을는지 몰라도 높은 온도에 오랜 시간 방치해 두면 충분히 식중독을 유발할 정도의 상태로 변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온도에서 보관이 된다면 안심하고 먹어도 무방한 것이 사실입니다.
두 가지 예에서 보는 것처럼 위해물질은 양이 문제이지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일정양의 농도 이상이 되어야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런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떤 식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유해물질의 양이 얼마만큼이나 된다는 사실이 중요한 일이다.

얼마 전 라면에서 GMO가 발생하였다는 방송보도가 있었다. 얼마만큼이 있다는 것은 보도하지 않은 채 있다는 사실만을 발표했다. 물론 GMO가 들어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그러나 좀 더 들어가서 보면 양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가 중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GMO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하여 사용하였던 공정 라인을 통해서 non-GMO 농산물을 통과시키면 100% GMO 농산물로 검출이 되어 나온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그런 이유로 non-GMO를 취급하는 것을 포기한 곳도 있을 정도로 취급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 최신의 기술로 시료를 수백 배 농축하여 분석한다면 아마도 유기농식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고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유입시킨 것이 아니어도 검출 그 자체만으로 처벌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라면에서 GMO 성분이 얼마나 검출되었는지가 중요한 것인데 이를 발표하지 않는다면 왜 기름을 수백 방울이나 넣었는데 자동차가 가지 않느냐, 혹시 이것은 가짜 기름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간장에서 에틸카바메이트가 검출되었다는 것도 마찬가지 문제라고 여겨진다. 인체에 위험할 정도인지에 대한 여부는 논외로 하고 유해물질이 있느냐 없느냐,에만 초점을 두어 소비자로 하여금 식품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일은 이제는 그만 해야 할 일이다. 다행이도 식약처가 나서서 발 빠르게 기사 삭제와 정정 보도를 요구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해물질을 다룸에 있어 한계치를 중요시 여기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우리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문제를 일으킬 정도가 되느냐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양이냐 하는 문제다. 이것은 과학적인 여러 검증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 우리가 신뢰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매스컴은 독자를 현혹시키는 일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보다 신중한 자세로 기사를 내보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과거 50~60년대에 비하여 식품안전에 관한 사항들이 개선되어 안전한 시설과 첨단 분석기술로 식품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식품안전이나 위생문제가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가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다. 보다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사보도를 기대해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