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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는 ‘패션거리’③] 갈 길 잃은 패션업계… 오프라인 시장 없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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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는 ‘패션거리’③] 갈 길 잃은 패션업계… 오프라인 시장 없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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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F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패션거리가 사라졌다. 한산해진 패션거리에 패션점포는 하나 둘 사라지고 맛집 등 다른 업종의 점포가 그 자리를 채웠다. 검색 사이트에서 쇼핑할 만한 곳을 검색해보면 최근 서울 곳곳에 조성된 복합몰 이름이 나열된다. 과거 서울 외곽 위주로 조성됐던 아웃렛 단지도 도심 속으로 스며들면서 패션거리를 대체하고 나섰다. 불황 장기화에 패션거리마저 사라지자 업체들은 유통채널 모색에 나섰다. 꼿꼿했던 패션업체들이 온라인‧모바일 채널까지 만들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패션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은 꼭 필요해 업계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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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거리가 사라지면서 업계는 새 채널 모색에 나섰다. 오프라인 시장으로 고객을 끌고 나오기 어려워지자 ‘꼿꼿’했던 업계가 몸을 낮춘 것이다. 각 업체는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을 강화하고 각종 편집숍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온라인‧모바일에서 SSF숍을 운영하고 있다. 신규 가입 시 5000원 할인권, 모바일 앱 첫 로그인 시 1만원 할인권 증정 등 할인 프로모션을 하며 일종의 적립금인 ‘코인’ 제도도 운영 중이다. ‘나의 사이즈’를 입력하면 코인을 지급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온라인에서 구입한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도 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비이커, 10 꼬르소 꼬모, 란스미어 등 편집숍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편집숍은 각종 복합몰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낯선 브랜드를 모아 고객 잡기에 나섰다.

LF는 편집숍 라움(RAUM), 라움남성(RAUM MEN), 잡화 전문 라움 에디션(RAUM EDITION), 여행용품 전문 라움 보야지(RAUM VOYAGE), 어라운드더코너(around the corner)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라이프스타일 편집형 브랜드 앳코너(a.t. corner) 역시 주목받고 있다. 편집숍 성격을 띠면서도 자체 제작 의류가 50%가량 차지하는 편집형 브랜드다.

LF는 온라인 쇼핑몰 LF몰에서 각종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채널 다양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F몰 8월 신규 가입 및 첫 구매 고객에게는 20%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전 고객에게는 최대 2만 마일리지를 매일 지급한다.

LF 관계자는 “LF몰은 LF 패션 브랜드는 물론 해외 명품, 뷰티 브랜드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900여 개 브랜드를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전문 온라인 채널로 성장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온라인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LF몰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체 신원도 최근 온라인쇼핑몰 ‘신원몰’을 오픈했다. 본사와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쇼핑몰을 하나로 연결해 효율적인 관리와 편리한 서비스를 하며 해당 시즌 제품부터 2년차 재고 제품까지 판매한다.

특히 신원몰은 신원 브랜드 매장 700여 개를 연결해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강화했다. 신원몰에서 주문하고 지정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다. 기존 브랜드별로 운영하던 멤버십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 고객 편의도 높였다. 문종국 신원 특수사업부 부장은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 혜택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만족도 높은 쇼핑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남성복 편집숍 ‘맨온더분’, 뷰티편집숍 ‘라페르바’를 운영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또 공식몰 ‘S.I.VILLAGE’를 통해 온라인 채널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회원에게 쿠폰백을 증정하고 생일엔 20% 할인해 준다. 첫 구매 시 20% 할인도 해준다.

맨온더분 담당자는 “맨온더분은 이탈리안 클래식을 콘셉트로 가성비가 뛰어난 국내 자체 제작 남성복과 20~30여 개의 엄선한 해외 브랜드 상품을 6 대 4 비율로 선보이는 신개념 멀티숍으로 운영돼 20~50대까지 전 연령대의 남성 고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지난해 9월 론칭 이후부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올 하반기에만 12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총 23개 매장에서 100억원의 매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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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이에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체들은 패션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상당히 뻣뻣했다”며 “불황이 장기화하자 온라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편집숍을 잇달아 여는 등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가 이처럼 채널 다각화도 시도하지만 패션거리가 사라지는 데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옷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도 있지만 패션은 문화 자체로 본다는 점에서 패션거리의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패션업체 관계자는 “패션거리가 사라지고 편집숍 등 과거와 다른 패션 소비 문화가 자리 잡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며 “패션거리 상권이 활성화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또 수익성이 좋은 다른 업종들이 속속 유입되면서 패션거리가 사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가맹점 운영 업체들은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 제품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몰 제품을 오프라인과 같은 제품으로 해서 할인하면 소비자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문제들을 해소해나가는 채널 다각화 과정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